2023년부터 메타버스 활용한 정규 교과목 강의 개설
메타버스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학당 10개 교과목씩 공유
메타버스 윤리과정 1학점 개설 등 대학 교육 생태계 확대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찾아온 코로나19는 대학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대학 교육의 중심 공간인 강의실을 쓰지 못해 전통적인 대면수업이 불가능해지자 대학은 이전까지 말로만 외쳤던 비대면 교육환경 활성화를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비대면 수업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KT,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 협업해 새로운 대학 교육 온라인 플랫폼 ‘메타버시티(Metaversity)’를 선보였다. 메타버시티는 메타버스와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시티를 합친 단어로 공유와 협력 아래 뭉친 전문대학들이 연합해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 세계 최초의 대학 교육 플랫폼이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대학은 개별로 사용가능한 강의실이 주어지며, 참여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전문대학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에 일반대학들도 자체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대학끼리 협업을 진행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부르고 있다.

기업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과는 다르게 메타버시티 플랫폼은 철저하게 학생들을 교육하고, 교수들이 수업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기에 대학들은 이를 활용해 이전까지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정규교과 프로그램을 플랫폼에 반영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이하 학회)와 함께 메타버시티 플랫폼에서의 정규교과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한편, 메타버스 교육 콘텐츠 개발 현황과 실제 사례 그리고 향후 과제 등을 다뤄봤다.  

■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발벗고 나서 = 메타버시티는 그동안 학회가 대학과 함께 이전의 플랫폼과는 다른 교육의 목적을 두고 준비해온 산물이다. 학회는 △전문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보고서 △전문대 메타버스 컨소시엄 구축과 적용 △메타버스 교육혁신 전문가과정(기초) △전문대 실감형(XR) 강의 콘텐츠 제작 수요조사 및 공동개발 방안 연구 등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플랫폼 구성을 구체화하는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학회는 △메타버시티 세계관 기획 및 구축 △58개 참여대학이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 개발 △행사장 대규모 참여가 가능한 서버&클라이언트 개발 △대학별 시그니처 빌딩 3D 모델링 및 메타버시티 게이트웨이 구성 △아바타 개발 및 플랫폼 적용 △전문대 메타버스 컨소시엄 3대 행사(성과보고회, 졸업식, 입학식) 환경 개발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한 큐시트 개발 및 적용 △PDF, 스트리밍 동영상, 3D 에셋, 이미지 파일 등 다양한 디지털 자료를 활용하도록 개발 △모바일·PC·MAC에서 접속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개발 등 총 9가지를 메타버시티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 인터넷 윤리 문제 대두…윤리전문가 양성부터 = 학회는 2학기부터 ‘메타버스 윤리전문가’ 과목을 개설했다. 집중수업 형식으로 진행되는 해당 교육과정은 15차시 1학점 교과목으로 성적은 P/F(Pass/Fail)로 나눠 부여한다. 과목에 참여한 일반인, 학생, 교직원들은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 △메타버스에서의 교육 △메타버스 주요 윤리 문제 △메타버스 에티켓 등 다양한 강의주제를 통해 메타버스 윤리를 알아가게 된다. 7차시가 끝나면 중간평가를, 15차시에는 최종평가를 통해 해당 과목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PC나 개인 노트북이 전부다.

또한 이수한 참가자들이 원하면 온라인 내에서 이수를 증명할 수 있는 ‘디지털 뱃지’ 형태로도 발급될 예정이다. 디지털 뱃지란 정규교육 이외 프로젝트 활동과 마이크로디그리 등 다양한 디지털 교육‧경험‧자격 이력을 누적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온라인 자격증 발급 시스템이다.

교수자 관점에서 바라본 메타버시티 플랫폼 강의실의 모습 (사진=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제공)
교수자 관점에서 바라본 메타버시티 플랫폼 강의실의 모습 (사진=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제공)

학회가 윤리전문가 과정을 우선적으로 만든 이유는 최근 들어 인터넷 윤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대두된 점이 컸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 속에서 전에 없었던 모욕, 인신공격, 명예훼손 등 새로운 사이버 범죄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메타버스 윤리의 중요성을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는 게 학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는 메타버스 내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고, 메타버스 속에서의 윤리 의식을 확고히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기도 하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학회 관계자는 “메타버스 윤리전문가 과정은 메타버시티에서 활동하는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며 일회성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30분 내외의 짧은 ‘메타버스 윤리’ 동영상을 시청하게 해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며 메타버스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메타버스에서 과목 선택의 기회 ↑, “메타버스에서 졸업학점 땄으면 좋겠어요” = 앞서 설명한 ‘메타버스 윤리전문가’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더욱 많은 교과목이 메타버시티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회는 메타버시티 플랫폼에 참여한 대학별로 각 10개 과목씩을 내 총 630여 개의 교양 교과목을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에 비해 교양 교과목에서 양과 질적 수준에 차이가 났었다는 대학 관계자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메타버시티 플랫폼을 통해 참여한 전문대학의 학생들은 강의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대학은 과목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강의의 질적 수준의 향상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메타버시티 참여 대학들에서 메타버시티에서 수강하는 교과목을 졸업학점으로 인정하기 위한 학칙과 수강신청, 학점인정 등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존에 대학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활용하던 LMS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다.

서울 소재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 LMS를 많이 활용해 비대면 수업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없어졌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대학 수업을 진행한다면 현재처럼 교양 과목에서 멈추지 않고 다가올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교과목도 많이 배치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전문대학의 일만은 아니었다. 일반대학에 다니고 있는 B씨도 메타버시티 플랫폼에 대한 소개를 듣더니 “일반대학에서도 이런 플랫폼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대학 강의실에 꼭 가야만 공부가 된다는 얘기는 이제 너무나 먼 얘기다. 학생들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의가 갖춰져 있고 학점을 보장해주는 등의 제도적 절차가 있다면 메타버스 플랫폼을 쓰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며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졸업학점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자 학회는 전공과목을 플랫폼에 투입해 내년부터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AI 등과 같은 4차 신산업 인재 양성과 맞물려 늘어난 수요에 맞춰 관련 교과목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학회는 대학별로 각각 15개의 강의실을 추가로 배치했다. 기본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대학별 10개 강의보다 더 많은 사이버 강의실을 확보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 “메타버스 시대 대비하자”…관련 산업계와 협약 및 교과목 신설 잇달아 = 이미 메타버스를 준비하기 위한 학과를 개설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는 대학도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지난 6일 3D 플랫폼 업계에서 선두주자 중 하나인 ‘유니티’와 차세대 메타버스 직업교육 플랫폼 조성 및 인재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메타버스콘텐츠과를 개설하고 평생직업능력개발 기반 디지털 직업교육플랫폼 구축을 위해 메타버스연구센터를 개소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는 한국폴리텍대는 오는 2024년까지 누구나 시공간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한 생애 전주기 교육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원광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메타버스 영어교육전문가 자격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원광대 제공) 
원광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메타버스 영어교육전문가 자격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원광대 제공) 

일반대도 마찬가지다. 원광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는 지난 9월 한국전문지도사협회와 상호협약을 맺고 교과과정에 ‘메타버스 영어교육 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새로운 시대적 수요에 대응한 인재 양성을 위해 △VR/AR 콘텐츠 전문가 △4차산업혁명융합지도사 △영어교육콘텐츠전문가 △스피치지도사 등 미래에 유망한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공과대학도 메타버스 산업을 선도할 융합형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해 ‘VR, AR의 개론 및 실습(이하 VR, AR)’ 교과목을 이번 2학기부터 개설했다.

지난 6월 15일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맥캔지가 발간한 ‘메타버스 속에서의 가치창출’ 분석보고서에는 2030년이 되면 메타버스 산업 가치가 최대 5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산업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시점에서 대학들은 선제적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과목 프로그램 신설과 산학협력에 나서는 등 메타버스 교육 기반 뿌리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 “경험하지 못했던 교육적 가치 불러올 것”, “교육 콘텐츠 질 제고 필요해” = 조훈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창의융합콘텐츠개발원장(서정대 교수)은 이 같은 움직임에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의 학습효과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더 큰 교육적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코로나19로 메타버스와 관련된 많은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현실세계의 일상에서 공존하는 가상세계에 대한 경험이 증가했다. 그동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던 교육 환경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지면서 제약이 사라지게 됐다. 메타버시티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은 100% 가상공간에서 학습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메타버시티 플랫폼 구축에 앞장섰던 그는 글로벌 기업 아마존의 창시자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플라이 휠 효과’를 예시로 들며 메타버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메타버스 플라이 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이 휠 효과는 ‘성장→낮은 비용 구조→낮은 판매 가격→고객 경험’ 등 4개의 가치사슬 사이클이 선순환을 가진다는 이론이다. 그는 “기업의 성장을 일련의 순환 과정으로 인식해 개선된 고객 경험과 고객 증가가 트래픽, 판매자, 상품군을 늘리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이론을 그대로 메타버스 교육환경에 적용하면 된다”며 “플랫폼이 갖춰진 상황에서 메타버스 교육은 수레바퀴가 스스로 굴러가는 듯한 교육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는 성장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끌게 된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학생들의 원활한 교육을 위해 대학 관계자들은 정규교과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와 함께 교육 콘텐츠가 탄탄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관계자는 “메타버스 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유지돼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이 자유로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교육 효과의 지속성을 위해 교육 콘텐츠가 학생들에게 소위 ‘먹히는’ 콘텐츠여야 한다. 기존 LMS와의 큰 차이점이 없다면 메타버스 교육의 실용성은 금방 잊혀지게 될 것”이라며 질적인 성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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