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전문대학의 역할 재조명’ 세미나 국회 의원회관서 열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인류의 표준문명, 디지털로 완벽히 정착…대학 역시 이에 맞춘 행보 보여야”
한석수 공주대 교수 “해묵은 전통적 고등교육 가치관, 이제는 버려야 할 때…‘교육의 탈중앙화’ 필요”

최재붕 교수가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은아 기자)
최재붕 교수가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은아 기자)

[한국대학신문 우지수·정은아 기자] 전문대학이 디지털 대전환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문명이 표준이 된 학생 세대의 수요를 꿰뚫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세계관 전환’이다. 앞으로의 학생들은 디지털 역량을 자신의 생존 문제로 생각하며 디지털 전환이 잘 이뤄진 학교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통적 대학 가치관을 뒤집어 인간 가치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대학이 학위를 위한 기관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대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방향을 잘 정립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한석수 공주대 정책융합전문대학원 초빙교수가 9일 국회의원회관 제 4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전문대학의 역할 재조명’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강연했다. 최재붕 교수는 ‘메타버스 시대, 세계관을 바꿔라’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석수 교수는 주제발표를 밭아 ‘고등교육개혁 단상’에 대해 풀어냈다.

최 교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관련 이슈를 공학자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최 교수는 “스마트폰이 나온 후 인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류, 일명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자라 디지털 환경을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세대”라며 “전문대 역시 이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교통, 유통, 금융, 제조 등 우리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 디지털화가 완료됐다. 직업교육은 이런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당장 리스크를 안더라도 과감한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대학의 주인은 교수가 아닌 학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다. 디지털 공간에서 학습하는 아이들은 기존의 교육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그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디지털 전환이 그 첫 번째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화 세대는 현대 인류 100년사의 유일한 기적을 이끌어냈다. 세계관이 바뀐 지금 학생 세대도 이전 같은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전문대학이 디지털 창의력을 가지고 과감히 도전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직업교육의 장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석수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은아 기자)
한석수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은아 기자)

한석수 교수는 대학혁신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교육혁신을 온전히 이루기 위해서는 그간의 전통적인 전제와 가치관을 뒤집어 교육 자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그동안의 대학은 학위 수여를 위해 졸업하는 기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들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급급하다 보니 학교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 혁신이 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바일, AI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대학들이 다양한 연합체를 구성해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한 대학의 틀에서 교육하는 것과 큰 교육 공동체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양·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전문대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명하기 위한 교육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이전에 컴퓨터가 미래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학생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제공해 한국을 IT 강국으로 만들었다. 지금 다시 AI, 메타버스 등 제 2의 기회가 오고 있다”며 “전문대학이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잘 도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탈중앙화의 필요성도 주문했다. 한 교수는 “대학가에 닥친 어려움이 심각하다. 올 연말까지 윤석열 정부는 주요 고등교육정책의 브랜드화를 계획하고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나와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디지털 생태계를 세상에서 가장 잘 다루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범국가적 목표로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에게 바라는 바는 또한 사회부총리 회의를 정례화 해서 직업교육 및 취창업, 인력 미스매치 문제 등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추는 일이다. 사립대학지원 특별법,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며 대학들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줄 수 있도록 교육부에 대학별 도우미 전담부서를 운영하는 등 대학들이 자율적인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그로 인해 교육 현장에 나비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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