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에너지특화大 개교…탄소중립 시대 리더 양성
3664억 투입 올 연말 캠퍼스 9동 준공…2025년 완공 목표
‘한국전력공사’ 심각한 재정 적자…“자구 방안 확립하겠다”

지난 3일 진행된 한국에너지공대 개교식 현장 (사진=한국에너지공대)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국에너지공대, KENTECH)가 다음 달 캠퍼스 건물 9동 준공을 시작한다. 총 공사비는 3664억 원이다. 캠퍼스 건설 전체 예산의 9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너지공대를 지원하는 한전은 올 3분기 약 22조 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이유로 한국에너지공대 캠퍼스 공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세계 최초’ 에너지 특화 대학…‘탄소중립’ 글로벌 리더 양성 = 한국에너지공대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으로 개교했다. 학년당 100명씩 학부 400명, 대학원생 600명, 교원 100명 규모다. 현재는 학부생 107명, 석·박사 과정 49명이 학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한국에너지공대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하나로 개교가 추진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했고, 에너지산업 대전환과 대학 교육 혁신, 지역 균형발전 등 요구와 맞물려 추진됐다.

정부와 지자체, 한국전력이 주도했고, 지난 2019년 부지 선정부터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 수립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특별법법인’ 대학 형태로 문을 열었다. 특별법법인 대학은 국가가 설립한 법인이 학교를 운영하는 형태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너지공대의 영문 교명은 KENTECH(켄텍, Korea Institute of Energy Technology)다. 대한민국(Korea)을 의미하는 K, 에너지(Energy)의 E와 N, 기술(테크놀로지, Technology)의 TECH를 합한 단어다. 에너지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전공이 없이 ‘에너지공학부’ 단일학부로 운영된다. △에너지 인공지능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 기술 등 5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트랙’을 개설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5개 분야는 에너지산업 파급력과 전 세계적 자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분야로 정했다.

한국에너지공대 관계자는 “학생들은 지식만 전달하는 강의형 수업이 아닌 학생 중심 교육, 역량 내재화 교육, 공동체 교육, 자유롭게 디자인하는 교육 과정 등을 통해 전문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융합전공’ 과정을 신설했다. 2023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차세대 SMR 전공(석·박사 과정)을 선발할 계획이다.

‘최초’ 에너지 특화 융복합 공과대학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듯 입시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한국에너지공대는 정원 내 90명 모집에 1137명이 지원해 1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입시에서도 수시 90명, 정시 10명을 모집한 한국에너지공대는 각각 24대 1, 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입생 충원율은 97.3%로, 총 110명 모집인원 중 107명의 학생이 등록을 완료했다.

■ ‘지방대’ ‘캠퍼스도 없이 개교’ 거센 논란…“세계적 에너지 대학 필요” = 한국에너지공대는 개교를 둘러싸고 그동안 매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 것은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으로 비수도권인 지방대가 어려운 실정에 정부와 지자체, 한전이 지원하는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한국에너지공대의 설립 타당성을 분석한 AT커니의 결론은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특화대학 설립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었다”며 “한국에너지공대 설립 시 국가 에너지 R&D 경쟁력 제고 및 전문인력 양성, 에너지밸리 완성으로 국가균형발전 촉매 역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공대 관계자도 “과기원과 포항공대 등은 비수도권 지방대이면서도 다른 대학에 비해 8배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며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지역에 대학 하나가 더 느는 것에 대해 비판할 게 아니다. 지방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캠퍼스 없이 학생 유치에 나섰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개교하던 당시 강의실, 행정실, 교수실, 도서관 등으로 사용될 행정·강의동과 대학원생 교사(校舍)인 임대 교사만 확보한 상태였다.

한국에너지공대 측은 “2025년까지 대학 캠퍼스 40만㎡에 주변 산학 클러스터 40만㎡, 연구시설 40만㎡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라며 “캠퍼스를 완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나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의 정주 요건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오는 12월부터 3664억원을 투입해 학생회관, 도서관, 연구 1·2동, RC기숙사 등 건물 9동 착공을 시작한다.

한국에너지공대 캠퍼스 발주 현황. (자료=한국에너지공대)

■ 한국전력 재정 적자 ‘심각’…“자체 수입구조 다각화” = 한국에너지공대는 한국전력이 설립·운영 자금의 절반 이상을 부담한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에서도 재정을 분담한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 및 그룹사 11곳은 지난 10월 말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전공대 설립·운영을 위한 출연액을 확정했다. 출연액은 총 711억 2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한전 출연액은 306억 5600만 원(부담률 64%)에 달한다. 이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6개 발전자회사가 56억 2000만 원씩, 한전KPS·한전KDN이 22억 4800만 원씩, 한전기술·한전원자력원료가 각각 11억 2400만 원을 부담한다.

한전(그룹사) 출연 예정액은 정부·지자체 출연과 대학 자체 수입에 따라 변동된다. 한전 및 그룹사 출연 분담금은 매년 정부 예산 편성과 대학 예산이 확정되면 대학 자체 수입, 한전 및 그룹사 출연 분담금액이 확정될 예정이다.

22.10 현재 한전 및 그룹사 출연분담액, 향후 예정액(연도별,회사별). (자료=이인선 의원실) 
22.10 현재 한전 및 그룹사 출연분담액, 향후 예정액(연도별,회사별). (자료=이인선 의원실) 

다만 한전이 올해 연료비 급등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 원을 넘어 4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이에 한전과 그룹사 역시 유휴 부동산과 보유지분 등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자구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너지공대 캠퍼스 공사의 원활한 마무리에 대한 변수로 점쳐진다. 거기에 지속적인 적자는 대학 재정 운영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한전공대가 공적 지원 없이도 자립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립하지 못하면 원활한 대학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적자가 계속 발생할 경우 혹시나 있을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대비해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대 관계자는 “한국에너지공대 캠퍼스 건설은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될 계획”이라며 “국가 및 민간 R&D 연구과제 수주 규모 증대, 일반운영수입(국가장학금, 입시경비 등), 에너지 관련 기업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투자유치 추진 등 각 연구 분야별 전략적 연구사업 계획을 추진 중으로 자체 수입구조 다각화를 통한 자구 방안 확립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에는 지속가능한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감안할 때 에너지 부문의 탄소중립이 쉽지 않은 과제이나, 에너지 공급에서 전달·소비까지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와 대학, 그리고 민간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소중립을 위한 R&D 정책과 투자가 대학과 민간 저탄소산업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과 함께 지속가능한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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