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산업통상자원부 표적감사, 한전 적자로 정부 출연금 재검토·삭감 논의
광주·전남 지역사회·정치권 반발 “사실상 정치감사” “학교 존폐 위협”
전남지역 대학 관계자들 “출연금 삭감, 재학생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고려해야”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착공식에 참석한 정부‧국회‧지역사회 주요 관계자들. (사진 = KENTECH, 한전공대)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착공식에 참석한 정부‧국회‧지역사회 주요 관계자들. (사진 = 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가 개교 1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잇따른 표적감사에 이어 한전의 적자로 인해 정부가 출연금을 재검토 및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나주시에 설립된 광주과학기술원(GIST)와 중복투자라는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면서 신입생 지원 급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정부 표적감사, 출연금 전면 재검토…졸업생 나오기도 전에 문 닫을 판 = 한국에너지공대는 문재인 정부 국정사업으로 추진돼 2022년 3월 글로벌 에너지 분야 우수 인재 육성을 목표로 문을 열었다. 올해 입시 경쟁률은 수시 12.6대 1, 정시 60.3대 1이다. 지난 1년 동안 국내외 학술발표 71건과 논문 게재 91건, 특허 6건 등 교원들의 활발한 연구와 학술 활동 실적으로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에너지공대의 대학 설립 과정 등에 대한 정부의 표적감사가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보수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청구의 일환으로 예비감사를 진행하고, 3월부터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전남도와 한국전력공사, 산업통상자원부, 나주시로, 대학 설립 부지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골프장이 선정된 데 대한 적법성과 부지를 기부한 부영주택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남은 부지 용도변경을 사전에 약속한 조건부 특혜 제공설 의혹, 공공이익 환수 등에 대해 진행 중이다.

산업부도 지난달부터 지난해 9월 한국전력 감사실과 한국에너지공대 지원단이 실시한 업무 진단 컨설팅에서 정부 지원금을 무단 전용한 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한전의 적자 대책으로 한국에너지공대의 출연금 전면 재검토를 논의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조 원의 적자가 났다. 한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724억 원을 한국에너지공대에 출연했고, 올해도 1588억 원을 내야 한다. 대학 건물 완공 등을 위해 2025년까지 추가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전의 출연금이 깎일 경우 정상적인 대학 운영은 불가능할 수 있다. 나주에 설립된 지스트와 중복투자라는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신입생 지원 급감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당은 한전의 적자 대책으로 한국에너지공대 출연금을 지적하면서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출연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실상 학교 존폐 위협” 광주·전남 지역사회, 정치권 반발 = 정부의 잇따른 감사, 출연금 재검토 등으로 개교 1년 만에 한국에너지공대가 위기에 놓이자 대학이 자리한 광주·전남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에너지공대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그룹사의 출연으로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한국에너지공대 출연 전면 재검토와 축소는 사실상 학교의 존폐를 위협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라남도의회 의원 60명은 감사원의 한국에너지공대 감사에 대해 “사실상 정치감사”라며 “감사원은 전남 200만 도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도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에너지공대는 이미 수백명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국가의 미래 산업지원을 위해 연구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학생선발 경쟁률도 높아 이공계 연구자 부족현상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감사원의 표적 감사에 이어 한전의 출연금 전면 재검토까지 공식화하면서 한국에너지공대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이창양 장관의 한국에너지공대의 출연 재검토 발언을 철회할 것과 법령에 따라 예정된 지원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한국에너지공대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법 제정 당시 여야가 합의해 만들어진 법 규정에 따라 설립했다며 대학설립 기준을 들이대며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주경실련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너지공대는 국가 균형발전과 에너지분야 세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여·야 합의 하에 특별법을 제정해 만든 대학”이라며 “개교 1년 만에 정부·여당이 한국에너지공대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 관계자는 “출연금 전면 재검토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서 입장을 표명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관련해 정부의 명확한 방향이 잡히면 (입장 발표를)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 출연금 삭감, 재학생 피해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 한전의 심각한 적자 상황이 한국에너지공대의 재정 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대학이 개교한 당시부터 꾸준히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정 지원 없이도 자립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해왔다. 하지만 주변 대학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빨리 자립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출연금 삭감이 재학 중인 학생에게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남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GIST와 같은 지역에 설립된 대학이다 보니 중복투자 문제도 있고, 한전의 적자 상황이 한국에너지공대 운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설립 당시부터 말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 번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며 “하지만 개교 1년 만에 출연금을 삭감하고, 자립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남 지역 대학 관계자 역시 “지방대 위기가 심화되는 시기에 만들어진 대학이라 우려와 비판이 많았지만,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를 잘 잡아 나가는 상황이었다”며 “한전의 적자로 인해 출연금이 삭감되면 불이익은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적자 대책을 위해 출연금을 삭감할 때 이 부분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한국에너지공대에 지급하는 출연금을 기존 1599억 원에서 일부 줄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기금을 활용한 출연도 내년부터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산자부 역시 출연금 삭감에 따른 부작용과 재학 중인 학생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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