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2023학년도 수능 성적 배부…‘대학 입시 전쟁’ 본격화
일반대, 수시모집 미충원 이월 인원 등 정시모집에 총력전
전문대, 대부분 수시로 충원…정시 일부 모집 “방심 금물”
“수험생, 전문대 진학 시 ‘취업, 부모 의견’ 영향 가장 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치러지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치러지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부산지역 수험생 A씨는 지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수능 모의평가를 치른 뒤 학교에서 진학 희망 대학을 조사할 때 지역에 있는 대학들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역 국립대를 진학하기에 성적이 상위권은 아니었던 탓에 사립 일반대·전문대 중에 진학 희망 대학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고민 끝에 지역에서 평판이 괜찮은 사립 일반대를 적어서 제출했다.

그런데 A씨는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수시모집에서 부산지역 전문대 ‘물리치료과’를 지원해 합격한 상태다. A씨는 “원서접수 전까지만 해도 대학 평판만 생각해 일반대에 초점을 맞춰 대입을 고민했다”며 “막상 원서를 낼 때가 되니 평판보다 ‘취업 전망’ ‘학과 시설’ 같은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선생님·부모님, 친구 등 주변에서도 평판보단 취업을 보고 가야 한다는 말이 많아 전문대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이날 배부됐다. 문·이과 통합 수능이 지난해 도입돼 올해에도 유지된 탓에 이번 대입 정시 모집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당락, 유불리 예측이 힘들게 됐다. 입시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험생 중 일부는 기존에 지원하려 했던 대학보다 하향 지원하거나, 전략을 달리해 실용·실리를 챙겨 전문대 진학으로 마음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입시 업계 “대학 간판이 밥 먹여주는 시대는 끝났다” = 입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거에 비해 수험생들이 진학 대학을 선택할 때 실용·실리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수험생이 여전히 수능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성적에 맞춰 대입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취업 전망’ ‘특성화 학과’ ‘교육·실습 시설’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고3 현역 학생은 대부분 재학 중인 학교에서 교사와 상담하며 지원 전략, 진학 대학을 결정하게 된다”며 “보통 상담 과정에서 예전엔 ‘어느 대학이 더 유명한가’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이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이 학과를 나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학과가 덜 유명하거나 전망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대학 간판을 보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취업률’ ‘졸업 후 일자리’뿐 아니라 ‘산학협력’ ‘채용 연계 학과(계약학과)’와 같은 복잡한 개념까지 문의·컨설팅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입시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을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채용 한파가 좀 더 지속될 것이란 예측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입시 관계자는 “이제 대학 간판이 밥 먹여주는 시대는 끝난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2022년 하반기 연수회가 8일부터 이틀간 제주 메종 글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김의진 기자)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2022년 하반기 연수회가 8일부터 이틀간 제주 메종 글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김의진 기자)

■ ‘실용·실리’ 챙기는 수험생 늘었다…대학도 ‘취업·실습시설’ 강화해야 = 대입 계획 수립 시 실용·실리적 측면을 따지는 수험생들이 늘면서, 대학도 이에 맞춘 상담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수험생들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요소인 ‘학과 전망’ ‘취업 지표’ ‘교수진·실습시설 현황’을 알리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희진 동주대 입학홍보처장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린 ‘2022년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하반기 연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입학 상담을 위한 제언’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박희진 처장은 협의회 내에서 전국 입학 회장을 맡고 있다.

박 처장은 이날 부산·울산·경남지역 고등학교 진학부장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약 1달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처장은 “교사·학생이 대입 상담을 진행할 때 대학 추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원서 작성 전’ ‘원서 작성 시’ ‘실제 등록할 때’ 각각 달랐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에 따르면 대입 원서 작성 전에는 대학을 추천할 때 ‘평판(이미지)’을 중요하게 본다고 답한 비율(60.0%)이 가장 높았다. 중복 선택이 가능한 이 질문에 ‘대학 시설(50.0%)’ ‘학생 적성(40.0%)’ ‘학교 위치(30.0%)’ ‘취업 전망(30.0%)’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원서를 작성할 때 ‘평판(이미지)’을 중요하게 본다고 답한 비율(50.0%)은 여전히 가장 높았다. ‘대학 시설(40.0%)’을 중요하게 본다는 답도 마찬가지로 많았지만, 특히 ‘취업 전망(40.0%)’을 중요하게 보는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험생이 합격 후 실제 등록할 학과를 선택할 때는 ‘취업 전망(60.0%)’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학교 위치(40.0%)’ ‘학부모 의견(40.0%)’ 등 답변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평판(이미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답한 비율은 5.0%에 불과했다.

박 처장은 “실제 대학 등록·진학 시기가 다가올수록 수험생은 대학 평판보단 오히려 ‘취업’ ‘학부모 의견’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수험생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취업’은 전문대에 강점이 있으므로 입시 상담 과정에서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다가 중도탈락(자퇴)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학과 분위기·취업 등 홍보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라고 답한 비율(80.0%)이 압도적이었다”며 “대학 이미지를 높이려는 욕심에 과장 광고를 하기보다 전문대 강점인 ‘취업에 유리하다’ ‘교육 기간이 짧다’ ‘실기·실습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등을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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