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동결된 등록금,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등 대학 둘러싼 환경 악화
2023학년도 정시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은 59곳(86.8%) “이대론 다 죽어”
‘대학 간 통폐합’ 고민 중인 대학들 부쩍 늘어…“더 이상 지방대만의 문제 아냐”
교육부 「대학설립·운영규정」 손봐…규제 개선·완화 통해 대학 간 통합 지원 나서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3년은 고등교육 분야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본격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10년 만에 교육부 수장으로 돌아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계의 다양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총리는 업무 분석이 끝난 지난해 12월부터 교육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개선·개편안을 발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대학 설립·운영규정」에서 정한 4대 요건을 개편하고,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는 등 그간 대학을 옭아매고 있던 규제가 하나둘씩 풀릴 기미가 보이면서 대학가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이제 시작이다. 2023년은 규제 개혁의 원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풍에 그칠 것인가. 본지는 올 한해 주목해야 할 대학가 이슈를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 학령인구 절벽 위기 등 대학가 환경 ‘나날이 악화’…자구책 마련에 고심 =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4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14년간 동결된 등록금, 초·중등교육에 편중된 공교육비,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 등 대학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보다는 암울한 소식이 더 많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이 파산·폐교하면서 지역사회가 동반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방에서는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신입생 미충원을 비롯해 비인기 학과 통폐합, 재정 한계 등 각종 한계에 직면하는 대학들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앞서 대학들은 2021년 이미 최악의 미충원 사태를 겪었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대학·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를 기록했다. 일반대학의 미충원 규모는 1만 6396명, 전문대학은 2만 4190명으로, 총 4만 586명의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했다.
최근 종로학원이 전국 193개 4년제 대학 2023학년도 정시 모집 경쟁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되는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은 59곳(86.8%)이 지방권 대학이었다. 지난해 64곳보다는 줄었지만 비율은 지난해 83.1%보다 상승했다.
문제는 내년 2024학년도 입시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고3 학생은 43만 1000여 명이었지만, 2023년 고3 학생은 40만 3천여 명으로 1년 사이 2만 7천여 명(약 6.3%) 감소할 예정이다.
이에 대학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타 대학과의 통합으로, 이미 몇몇 대학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학으로는 한경대와 한국복지대가 통합해 오는 3월 문을 여는 한경국립대를 들 수 있다.
■ “더 이상 대학만의 문제 아냐”…분주해진 지자체·대학들 = 통합을 위한 움직임은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문경시와 문경시의회, 숭실대문경캠퍼스 유치추진위원회는 ‘숭실대학교 문경캠퍼스 설립·문경대 통합 동의 확약식’을 가졌다. 문경대 관계자는 “숭실대와 통합이 성사되면 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통합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들도 통합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지난해 통합을 진행해 교육부의 승인까지 마친 상황이다. 두 대학은 모두 국립대로 통합 신청서 제출 후 국립대학 통폐합심사위원회 심의를 9차례나 진행하는 등 진통 끝에 통합이 승인됐다. 오는 3월부터 ‘한경국립대’로 첫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 국립대+국립대, 같은 학교법인 대학 등 주체는 달라도 “뭉쳐야 산다” = 수도권과 가까워 신입생 충원에 그나마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대전·충청지역도 통폐합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대전을 대표하는 국립대인 충남대학교와 한밭대학교는 지난달 28일 ‘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을 가졌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대학 간 통합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역을 넘어 세계 최고 국립대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오용준 한밭대 총장은 “통합 논의는 지역 균형발전을 견인할 최고의 인재를 두 국립대가 힘을 합쳐 기르자는 다짐이자 미래형 국립대의 새로운 틀을 만들자는 결의”라고 강조했다.
두 대학은 올해 상반기까지 ‘(가칭)대학통합 공동협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학 간 실무회의와 공동 용역, 학내 구성원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최종 통합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에 통합신청을 하면 통폐합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두 대학의 통합이 이뤄지면 산술적으로 학부 재학생 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만 6459명이고, 전임교원 수는 부산대와 경북대와 비슷한 1194명에 달한다.
부산교육대학교 또한 부산대학교와 통합을 위한 설문조사와 교수회의를 진행하는 등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같은 학교법인의 두 대학이 통합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학교법인 원석학원은 경주대학교와 서라벌대학교가 통폐합을 진행 중이며, 학교법인 고운학원은 수원대학교와 수원과학대학교의 통합계획서를 지난 9월 교육부에 제출했다.
■ 대학 존립 위기에 규제 완화 나서는 교육부 =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학 운영 시 4대 요건, 통폐합 기준, 소유 원칙 등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설립 후 운영 중인 대학에 대해서는 4대 요건을 완화해 적용하고, 일부 학과의 새로운 캠퍼스로의 이전이 용이하도록 개선했다. 또한 대학 간 자발적인 통·폐합 촉진을 위해 통·폐합 시 일률적인 정원 감축 의무를 삭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으로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 등 시대·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면 개정을 시작으로 대학의 자율적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현장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