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걸린 RISE 사업, 14개 비수도권 지자체 중 13곳 신청…추가 선정 가능성도
2027년까지 30개 내외 선정하는 글로컬 대학…1곳당 5년간 1000억 투자
각종 규제 완화 및 권한 이양 통해 지자체의 대학 지원 권한 확대
“취지는 좋지만 인력·기반 부족”…미선정 대학 시장 경쟁 도태 우려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3년은 고등교육 분야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본격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10년 만에 교육부 수장으로 돌아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계의 다양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총리는 업무 분석이 끝난 지난해 12월부터 교육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개선·개편안을 발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대학 설립·운영규정」에서 정한 4대 요건을 개편하고,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는 등 그간 대학을 옭아매고 있던 규제가 하나둘씩 풀릴 기미가 보이면서 대학가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이제 시작이다. 2023년은 규제 개혁의 원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미풍에 그칠 것인가. 본지는 올 한해 주목해야 할 대학가 이슈를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지난달 1일 열린 제1회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이하 RISE 사업) 구축 계획’과 ‘글로컬 대학’ 추진 계획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RISE 사업은 정부가 지역대학에 투자·지원할 수 있는 2조 원 규모의 교육부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대학지원 모델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시범지역 선정을 통해 우수모델을 만들고, 필요한 제도개선·법령 개정사항을 발굴해 정비한 후 2025년에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시행한다.

글로컬 대학은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한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적 지역 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2023년 10개 내외로 시작해 2027년까지 총 30개 내외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대학에는 1곳당 5년간 총 1000억 원을 지원한다.

두 사업에 걸린 예산이 큰 만큼 각 지역과 대학들은 사활을 걸고 참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대학 및 관계자들은 지자체의 경험 부족, 대학의 지자체 종속, 대학 간 격차 강화 등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재정·권한이양 첫발 띤 RISE 사업…추가 선정 가능할까 =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연계·통합해 2025년부터는 RISE 사업으로 통합해 지원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통합될 사업으로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지역혁신플랫폼), ‘3단계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 3.0, 산학협력),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LiFE, 대학평생교육),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HiVE, 전문직업교육), ‘지방대활성화 사업’ 등이다.

5개 사업의 통합과 함께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구조·규모의 조정 등을 통해 2025년부터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주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약 15조 원에 이르는 타 중앙부처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향후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로 편입해 단계적으로 RISE 사업으로 전환하도록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RISE 사업이 갖는 의미가 큰 만큼 각 지자체와 대학들도 이 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21일 마감된 RISE 시범지역 신청 접수에는 14개 비수도권 광역지자체 중 세종시를 제외한 13개 지자체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교육부)

앞서 교육부는 안정적으로 RISE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3~2024년 중 5개 내외의 지자체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많은 지자체가 지원하면서 더 많은 지역을 뽑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교육부는 2025년 전면 시행 전 빨리 준비하는 것이 좋은 만큼 체계를 빨리 갖추려는 지역이 많을수록 환영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RISE 시범지역 선정위원회를 꾸려 오는 8일 시범지역을 발표한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자체는 교육부와 협약을 맺고 대학 지원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 등 연말까지 본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 지역대학 존망이 걸린 ‘글로컬 대학’…연내 10곳 선정 = 교육부는 RISE 사업과 함께 대학의 구조변화를 꾀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도 실시한다. 2027년까지 30개 내외를 선정할 예정으로 올해에는 10개 내외의 지역대학을 선정해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글로컬 대학은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해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내 다른 대학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특화 분야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국립대가 시립대로 전환하는 수준의 과감한 변화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일 인재양성전략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총리는 “과감한 자기희생과 구조개혁을 하려는 곳에 그에 상응해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이날 밝힌 구상안에 따르면 정부는 글로컬 대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및 연구개발 전면 개편, 평가 방식 개선 등 과감한 교원인사 개혁, 지역 산업 및 문화 파트너십 형성, 대학 간 통합 및 학문 간 융합 등의 혁신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가칭)글로컬대학육성위원회를 통해 심의·지정할 계획이며, 대학의 담대한 비전과 혁신의지, 대학의 실천역량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글로컬대학 선정 및 지원과 관련된 사항은 상반기 중 별도로 발표한다.

■ 규제 완화 통해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 = 교육부는 RISE 시범지역을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대학과 지역의 혁신에 필요한 규제 특례가 신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 주도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한 기획·배분 및 사업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혁신적 변화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개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도 추진한다.

지역의 대학지원 기반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시·도에 대학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해 지역의 대학관련 업무를 총괄·기획하고, 지자체·대학·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지역고등교육협의회를 신설해 지역 고등교육 정책 사항을 심의·조정하도록 한다.

또한 지자체가 사업의 관리와 선정, 평가 등을 위한 전담기관(지자체 관할 비영리 법인)을 지정·운영하도록 한다. 교육부는 RISE 사업이 2025년에는 모든 지역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 2024년까지 관련법령 정비를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 “권한 이양은 좋은데…일은 누가?” 대학 지원 인력 ‘0명’인 곳도 있어 = 대학가에서는 RISE 사업과 글로컬 대학을 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황이다. 그간 칸막이로 규제되던 여러 사업들이 숨통이 트이는 것은 반기지만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 공무원들 또한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지자체 대학협력 업무 담당자는 “취지는 좋지만 인원도 부족하고 기반도 부족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자체의 경험 부족은 지자체의 대학 전담부서 유무와 인원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8일 비수도권 14개 시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역대학 전담부서 유무와 지원 인력 현황에 따르면 6개 시도(42.9%)가 전담부서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지원 인력 수의 경우 평균은 6.4명이지만 부산이 24명에 달해 평균치를 크게 끌어올린 효과다. 실제로 강원은 1명도 없었으며, 전남 1명, 세종·제주 각 2명, 충북·전북 각 3명, 충남 4명, 대전·대구·광주 각 5명 등 평균보다도 인원이 적은 곳이 14곳 중 10곳에 달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과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육계와 시민사회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컬 대학 육성은 소수의 지방대학에 대해 재정의 집중 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반대로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정작 시급한 수도권 정원조정 문제는 손도 대지 않으면서, 지방대학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대학 중심으로 중장기 지원 육성 체계가 재편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시범 실시를 통해 2년 동안 좋은 모델을 개발하겠다”며 “지자체와 소통하면서 대학을 잘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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