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범죄 대상으로 대학생 등 청년층 표적···유형별로 청년대출 이용 전세사기 최다
전국적으로 무자본 갭투기, 신탁사기, 이중허위계약 등 다양한 유형의 전세사기 피해 발생
대학 차원에서 전세사기 피해예방 교육 중요…지역사회 주민에게 법률상담서비스 제공 필요

지난 3월 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등 53개 주거·시민사회단체 등이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추모 침묵행진을 진행한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신속 피해구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행진·기자회견 주최 측 제공)
지난 3월 8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등 53개 주거·시민사회단체 등이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추모 침묵행진을 진행한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신속 피해구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행진·기자회견 주최 측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다. 시대와 사회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명제다.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법 제시에 앞장서야 한다. 즉 교육과 연구, 지역사회 봉사와 산학협력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사회 문제를 짚어보고, 대학이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1.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20대 사회 초년생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큰 빚을 졌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신혼집을 잃었다.”(안상미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
#2. “계약 당시에 등기부등본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월부터 압류와 가압류가 설정됐다.”(빌라왕 김모씨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이철빈 씨)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이 공통의 목소리다. 이에 전세사기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사회악이며, 이를 위해 대학의 동참도 필요하다. 

■ 청년대출 이용 전세사기 최다…컨설팅업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활동 = 경찰청은 2022년 7월 25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전국에서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1941명을 검거하고, 그중 168명을 구속했다. 피의자 수와 구속 인원의 경우 2021년 특별단속(243명·11명)보다 각각 8배, 15배로 급증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1207명으로 확인됐다. 379명(31.4%)이 30대, 223명(18.5%)이 20대였다. 즉 2~30대 청년층이 주타깃이었다. 청년층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로 공인중개사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범죄 대상에 1순위로 오르고 있다.

전세사기 유형별로는 청년대출 이용 전세사기가 최다를 기록했다. 1073명(55.3%)이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이용, 정부의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지원금을 가로챘다.

현재 무주택 19세 이상∼33세 이하 청년은 정부 보증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범들은 이를 악용했다. 가짜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피해자 명의로 시중 은행에서 전세보증금을 지원받고 가로챈 것.
무자본 갭투 방식의 전세사기 피의자도 283명(14.6%)이었다. 갭투자란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작을 때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갭)만큼 돈으로 집을 매입,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을 말한다. 무자본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 동일 매물이나 ‘역전세(전세가가 매매가 추월)’ 매물에 활용된다. 

특히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는 컨설팅업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주목된다. 실제 경찰청은 특별단속에서 6개 무자본 갭투자 사기 조직을 적발했고 범행 기획 컨설팅업자와 임대인 14명을 구속했다.
또한 공인중개사법 위반 공인중개사 등 250명(12.8%)과 ‘깡통전세(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집)’ 사기범 213명(11.0%)도 특별단속 결과 적발됐다. 

■ 전세사기로 피해자 속출…집도, 미래도, 신혼의 꿈도 물거품 = 지난 2월 28일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 이날 국회, 정부, 주거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빌라왕 김모씨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 피해 당사자들이 모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증언대회와 피해구제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안상미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남씨를 비롯한 공인중개사, 건물관리업체, 바지 임대인 등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2700여 피해 가구가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언제 내쫒길지 모르는 불안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 김모 씨는 “계약 이후 임대인이 변경됐고 압류가 시작되면서 깡통주택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중도계약해지 소송을 알아보는 중인데 경매 개시만 6개월이고 경매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경매예납금만 2~300만원이고, 힘들게 경매로 낙찰받더라도 또 대출을 받아야 해서 너무 막막한 상황”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처럼 전세사기의 고통과 아픔은 전적으로 세입자의 몫이다. 전세사기 피해로 집도, 미래도, 신혼부부의 꿈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난 2월 28일 안타깝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주범 A씨는 공범 등과 함께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뒤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피해 규모는 126억원에 이른다. 

강현정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화곡동)장은 “수도권 지역의 보증금 2억원 이하 주택에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피해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무자본 갭투기, 신탁사기,이중허위계약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대학도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자 구제에 힘 보태야” = “전세사기 피해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네가 잘 알아봤어야지, 좀 조심했어야지, 또 다른 누군가는 ‘임대인과 세입자의 문제니까 개인적으로 해결해야지’라며 쉽게 얘기합니다. 그렇지만 전세사기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전세사기 피해자 추모행진·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지난 3월 8일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 53개 주거·시민사회단체 등이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추모 침묵행진을 진행한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신속 피해구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행진·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전세사기 행태는 개인의 노력으로 회피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가 피해 현황조사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모르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다. 즉 전세사기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현행 제도와 법규로 전세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범 정부 차원의 특별 구제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구제방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보다 확신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를 위해 대학의 동참도 필요하다. 대학이 전세사기 피해 예방·피해자 구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경찰청의 특별단속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청년층이 전세사기의 주 타깃이고 청년대출 이용 전세사기가 가장 많다. 청년층에는 대학생 집단이 포함된다. 만일 대학생들이 전세사기 피해에 속절없이 노출되면, 대학생 시절부터 크나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인하대 해동꿈지니어 라운지에서 개최한 ‘캠퍼스청년주거상담소’에서 대학생 B 씨는 “3000만 원의 보증금을 모두 사기당해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될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C 씨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90% 정도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기 가담 공인중개사는 버젓이 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학생의 전세사기 예방 차원에서 대학이 소속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피해예방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해 6월 부산 소재 대학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한 바 있지만, 이를 개별 대학 차원으로 확대·강화하면 대학생의 전세사기 예방에 일조할 수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대학생 전세사기 피해예방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정, 배포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학 입장에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법률 정보와 지식이 없어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 도움이 절실하다. 따라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대학이 법률상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 활동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성용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정보의 비대칭성, 둘째는 감정평가사와 공인중개사 등 전문자격사의 비윤리적 행태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들도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전세를 얻거나 임대차 계약을 할 때에는 발품을 많이 파는 것은 물론, 국토부나 공인중개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개업 공인중개사인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학 차원에서의 교육 프로그램도 시도해 봄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학 내 기숙사가 있지만 부족한 만큼, 학기 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집을 얻는 방법이나 전세사기 유형, 부동산 윤리 교육 등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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