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숙사 수용률 평균 22.8%…10명 중 2명만 기숙사에서 생활
서울 대학가 원룸 가격 11.6% 상승…공공기숙사 대안으로 떠올라
“지원받는 만큼 공공성 확보 위해 가격 인상 최대한 억제하려 노력”
지역 주민 반대 해결 위한 상생 방안 도입해야 확대 가능하다는 의견도

성신여대 인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사진=강성진 기자)
성신여대 인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사진=강성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대학생 주거난 해결을 위한 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생 주거난 해소를 위해 연간 최대 240만 원의 주거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 달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첫 청년 공약은 월 20만 원대 기숙사 5만 호 공급이었다.

정치권에서 주거난 해소 공약을 내세운 이유는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기숙사 부족 문제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대면 강의를 재개하며 기숙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지난해 전세 사기 보도를 접한 후 기숙사 입사를 원하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입사율은 20%에 미치지 못한다. 비싼 월세와 기숙사 부족 문제를 마주한 대학생을 위한 공공기숙사 확대 방안이 제시된 이유다.

전세 사기·건물 부족…기숙사 부족 호소하는 대학생들 = 공공기숙사 확대는 정치권의 오랜 공약이다. 2014년 제6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공공기숙사 도입을 약속한 바 있으며,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새누리당이 연합기숙사 확대를 공약했다. 이후 지자체·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숙사가 다수 등장했지만, 기숙사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잠시 주춤했던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대면 수업 재개를 기점으로 다시 올랐다. 숭실대학교 레지던스홀(기숙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강의를 했던 때를 제외하면 입사 경쟁률은 꾸준히 높았다”라고 말한다. 비대면 강의가 한창이던 2021년에 0.85대 1을 기록한 숭실대 기숙사의 입사 경쟁률은 2022년에는 1.06대 1, 2023년에는 1.42대 1까지 올랐다. 해당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 말했다.

기숙사 입사를 두고 학생들이 경쟁하는 이유는 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입사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2.8%로, 10명 중 2명꼴로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소재 대학의 경우 수용률이 18.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일어난 대학생 대상 전세 사기를 알고 기숙사 거주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최재혁 씨(24)는 기숙사 입사에 신청했으나 떨어져 인근 원룸에서 생활한다. 최 씨는 “지난해 전세 사기 보도를 접하고, 계약이 만료된 뒤에는 기숙사에 들어가 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기숙사 입사 신청에서 떨어져 학교 근처 원룸에서 월세를 내며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가 부담스럽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까 어쩔 수 없이 택했다. 남은 학기나마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기숙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확충은 쉽지 않다. 한양대의 경우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6·7생활관 등 2개 건물을 새로 짓고 있다. 같은 재단을 둔 한양여대는 내국인 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정대석 한양여대 안전환경관리자는 “한국어학당을 찾은 유학생이 머무를 공간을 제외하면 기숙이 가능한 공간은 없다”며 “신입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대학에 기숙사가 없는지 가끔 묻는다. 현재는 건물이 없어 추가로 기숙사를 확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동소문행복기숙사 전경. (사진=한국사학진흥재단)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동소문행복기숙사 전경. (사진=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가 원룸 절반 가격…공공기숙사 도입 = 공공기관·지자체에서는 기숙사 부족과 높은 임대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공공기숙사 도입에 나섰다. 이들은 대학생에게 낮은 비용으로 합리적인 주거 환경 제공에 나선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 중인 공공기숙사로는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행복기숙사’가 있다.

재단에서 운영 중인 행복기숙사는 전국 42개이며, 현재 행복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2만여 명이다. 이미리 한국사학진흥재단 책임행정관이 밝힌 행복기숙사의 운영 목적은 대학생 주거난 완화와 생활비 부담 경감이다.

고물가·월세 매물 선호가 겹치며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올해는 작년 대비 서울 대학가 인근 원룸 가격이 11.6% 오른 것으로 조사돼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57만 4000원, 관리비는 7만 2000원이었다.

‘2023년 교육여건 기숙사비 현황’에 따르면 스테이션3가 집계한 10개 대학의 평균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 약 32만 5000원이었다. 올해 서울 소재 연합행복기숙사인 동소문행복기숙사와 홍제행복기숙사의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 각각 209만 8800원, 218만 4240원이다. 1개월당 약 35만 원꼴로 대학 내 기숙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금액이다. 대학 근처 원룸보다는 2배 가까이 저렴하다.

이미리 책임행정관에 따르면 각 행복기숙사의 기숙사비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공공기숙사인 만큼 금액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각 행복기숙사의 기숙사비는 대학의 지원 규모·운영비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운영 수입을 고려해 대학과 협의하고 결정한다”며 “저금리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공공기숙사인 만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숙사비 인상 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숙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립대 차원에서 행복기숙사를 도입한 경우도 있다. 사립형 행복기숙사는 사학진흥기금과 학교 측 부담금을 토대로 건립한다. 현재 사립형 행복기숙사를 보유한 대학은 경희대·대구대·성공회대 등 총 32개교다.

건립에 부정적인 여론 해결 위한 상생 방안 필요해 = 높은 주거비·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공공기숙사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인근 지역에서 원룸 공실·님비(NIMBY) 현상 때문에 기숙사 설립을 반대하기도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숙사 운영 주체가 지역 주민과 상생을 도모하는 이유다.

성신여대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의 김모(64)씨는 동소문행복기숙사가 들어설 무렵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임대인들이 수입이 줄어드는 걸 걱정해 한양대 기숙사와 공공기숙사 건립을 막으려 했다”며 “나중에는 기숙사 부지 인근 주민들이 조망권 문제가 생겨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했다.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돌아다녀 안전에 문제가 생길 거라며 걱정한 학부모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성동구 건축과 관계자는 공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 공공기숙사 건설 반대 여론을 해소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지자체가 임대업자들에게 ‘성동한양 상생학사’를 제시해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성동한양 상생학사는 인근 원룸에 한양대 학생들이 입주하는 제도로, 성동구와 한양대가 학생에게 월세 15만 원을 지원하며 LH가 보증금 2900만 원을 대출해 준다. 그는 “원룸 공실이 발생할 거라는 걱정을 줄여 한양대 기숙사·동소문행복기숙사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공공기숙사에서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미리 책임행정관은 “지자체와 연계해 기숙사 내 시설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있다. 지난해에 개관한 대구행복기숙사는 취창업 지원 시설과 문화 활동 공간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며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기숙사 마련에 힘쓸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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