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고등교육학회, 대학 퇴출 및 통·폐합 주제로 포럼 개최
일본, 대학 구조조정 방향성과 전략 지침 제공해 일관된 정책 전개
전문가들 “지방대학 중 옥석 가려야…건실한 곳은 적극적 지원 필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고등교육학회는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의 대학 구조조정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대학의 구조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해외 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 사례를 기반으로 국내 대학의 퇴출과 통·폐합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특히, 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은 학령인구 급감, ‘글로컬대학30’ 선정과 맞물려 대학가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 대학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대학의 구조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고등교육학회는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대학 퇴출 및 통·폐합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제69회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일본의 대학 퇴출 및 통폐합 사례를 기반으로 국내 대학의 해산과 합병 문제, 한계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과 방안을 검토했다.

주제발표는 인하대 연구팀이 맡아 진행했다. 인하대 연구팀은 ‘대학의 구조조정 현황과 과제: 해외 퇴출 및 통·폐합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일본의 대학 퇴출 및 통·폐합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남두우 인하대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2040년이 되면 학령인구가 28만 명으로, 2020년 대비 약 40%가 급감하게 된다”며 “노무현 정부 때(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구조개혁 정책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대부분 지방대와 전문대의 정원을 줄이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년 이후 폐교한 19개 대학의 사례를 근거로 현행 대학 구조조정 관련 법·제도적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대학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하고 구조개선 등을 담은 법률안 제정이 필요하다”며 “제도의 일관성 및 제도적 안정성을 위해 조속한 법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인하대 교수는 ‘일본 대학 구조개혁의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일본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전개된 대학 구조개혁의 내용이 ‘2040년을 향한 (일본) 고등교육의 그랜드 디자인(답신)’에 기초해서 일관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2040년을 향한 (일본) 고등교육의 그랜드 디자인(답신)’은 저출산·고령화·18세 인구감소·수도권(도쿄권) 집중 현상 심화와 지방의 위기라는 일본이 당면한 대내적 문제와 함께 장래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고등교육의 방향성과 전략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자문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가 지난 2018년 11월 발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 대학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대학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의 다양성과 유연성 확보(국공립 및 사립대학 공통) △글로벌화, 산업구조 개편 등 시대와 사회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대학의 교육/연구 및 경영의 질 제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대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재정적, 운영적 지원과 대학 스스로의 개혁을 통한 지속 가능성 유지(사립대학)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의 경우 정부 지도하에 자주적 퇴출 유도(사립대학) 등이다.

김 교수는 “대학 구조개혁의 배경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의 유사성이 크다”며 “일본의 경우 장기간 축적되어 온 고등교육 인재 육성과 대학 개혁에 관한 고민을 담은 일종의 지침서가 존재한다는 것이 일본 대학 구조개혁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박기찬 명예교수가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대학 구조개혁 사례를 기반으로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의 시나리오로 △지역 거점대학 육성사례 △교육수출 및 유학생 유치사례 △산학 맞춤형 대학으로 특성화 △첨단 융합대학 시스템 지원 △대학 시설 활용 사례 △대학 시설 매각 사례 △대학 청산 사례 종합 △법적 퇴출 요건 확립 등 8가지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이와 함께 “성공적으로 대학을 합병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프랑스”라며 “프랑스는 대학의 합병 이후 대학의 순위가 가장 가시적으로 상승한 국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합병한 대학인 △파리과학인문학(PSL) 대학(QS 36위) △파리-사클레 대학(ARWU 14위) △소르본느 대학(QS 39위) △파리 대학(QS 65위) △그르노블 알프스 대학(QS 99위) 등이 ARWU 기준 프랑스 상위 5개 대학으로 선정됐다.

아울러, 국내 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 정책의 과제로 역할 재정립, 생태계 조성, 경쟁력 강화, 정부 지원과 퇴출 병행, 법제도 정비 등을 제시했다.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대학교육 정책포럼에서 남두우 인하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어진 토론에는 김성기 협성대 교수, 신성욱 부산가톨릭대 교수, 홍성덕 전주대 기획처장, 최규봉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를 넘어 국가적 위기”라며 “인식 전환, 각종 규제 개선 및 법안 마련을 통한 자발적 퇴출 유도, 장기적 로드맵 마련 등 대학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기 교수는 “입학정원도 채우기 힘든 일부 지역대학에 대한 섣부른 정부의 지원 확대는 부실대학 지원이 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다만, 지방대학 중에도 튼실한 대학이 있기 때문에 옥석을 가린 후 건실한 지방대학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욱 교수는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대학을 중심으로 퇴출을 유도하는 안에 대해 동의한다”며 “그러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지원과 대학의 자구적 노력을 위한 제도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덕 기획처장은 “최근 추진 중인 글로컬대학30 지정의 화두 중 하나는 대학 간 통합”이라며 “다만 통합에 따라 필요한 제반 조건 등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이 필요한 규제 개선 내용을 제출하라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통합을 결정하는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규봉 사무총장은 “사립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출산정책 부진 등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재산 출연자(상속권자 포함)도 응당 대학 구성원의 일원이므로 해산할 경우 보호를 받아 마땅하다. ‘해산장려금 지급’ 규정은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덕난 입법조사연구관은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대학에 대해 차등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및 예산 지원을 설계·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일본의 경우처럼 10년 이상의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기존 성과와 한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확대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교협은 이번 정책포럼을 통해 제안된 내용과 발전 방안들을 토대로 한계대학의 퇴출 및 통·폐합에 대한 정책 수립 및 추진과 관련해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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