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년간 학교당 최대 1000억 원 지원 ‘글로컬 대학’ 추진
선정에 ‘대학·유사학과 통폐합’ 유리하단 주장에 통합 논의 봇물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논의 재개…구성원 반발, 내홍 격화 조짐
이주호 부총리, 11일 양교 총장 회동…충남대·한밭대도 통합 반대 여론

글로컬대학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 관련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글로컬대학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4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 관련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혜정 기자] 교육부가 5년간 학교당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학가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교육부가 선정 기준 중 ‘혁신 사례’로 ‘대학 간 통합’ ‘유사학과 통폐합’을 꼽으면서, 사업 추진을 위해 통합 카드를 꺼내든 대학들에서 내홍이 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11일 부산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 부산을 방문하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차정인 부산대 총장, 박수자 부산교대 총장이 부산 해운대구 모처에서 대학 통합 관련 회동을 한다. 이 장관은 부산지역 교육분권 관련 포럼 참석차 부산을 방문하지만, 두 대학 간 통합 논의 진행 상황 등을 청취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이번 회동은 교육부 측의 제안으로 마련됐다고 알려지며 ‘글로컬대학30’이 골자다. 글로컬대학은 비수도권 지역 30개 대학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게 할 사업이다. 올해 10개 내외 대학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을 지정한다.

글로컬 대학에 대한 지원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이뤄졌다. △규제개혁 △재정개혁 △구조개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고 역량이 있는 대학에 전략적으로 투자·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면 1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대학 간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최대 1500억 원까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부산대는 4월 21일 부산교대 측에 글로컬대학 참여를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2교가 통합된다는 의미로, 통합될 경우 1500억 원을 지원받는다. 부산대는 현 거제동 교대 캠퍼스에 종합교원 양성체제를 구축하고 1500억 원가량의 정부 지원 예산 중 상당 부분을 교육 양성에 투입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충분한 의견수렴 없어” 부산교대 학부생 98%, 글로컬 대학 투표 참여 거부 = 부산교대가 대학 통합을 염두에 둔 글로컬 대학 참여 찬반 투표를 강행했지만, 학부생 98%가 투표를 거부했다.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글로컬 대학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학내 구성원 찬반투표가 강행됐지만 학부생 1453명 중 2%인 33명만 투표에 응했고 98%인 1420명은 투표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 측은 글로컬 사업 관련해 어떤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찬반 투표의 목적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했다”며 “투표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권은 투표 거부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컬 사업은 학내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 후에 진행돼야 하지만 부산교대는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며 “제대로 된 학교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비민주적 강행된 투표를 인정할 수 없고 투표결과 또한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은 “오는 15일 대학 평의원회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을 하고 17일 교수회의에서 의결한다면 대표성과 정당성이 없는 결과”라며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교대가 글로컬 사업 예비 대학에 선정되면 그것에 맞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 결과 교수와 교직원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수는 82명 중 71명(86.59)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이 42명(59.15%), 반대가 29명(40.85%)으로 집계됐다. 교직원(직원·조교)은 96명 가운데 86명(89.58)이 투표해 찬성이 62명(72.09%), 반대가 24명(27.91%)이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4월 통합을 위한 협약(MOU)을 맺고 지난해 11월 투표도 추진했었으나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불발됐다. 2021년 협약 체결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가 통합 추진을 반대하기도 했다.

■ 국립대 간 통합도 난항…오는 31일까지 통합 박차 가해야 = 충남대와 한밭대도 통폐합을 앞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충남대 총학생회는 4월 19일 “학생 동의 없는 ‘통합 기반 혁신’을 전면 철회하라”며 4월 21일부터 일주일간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 시위를 벌였다. 충남대와 한밭대 교수회는 4월 18일, ‘유사학과는 통합하고 첨단학과는 새로 만든다’는 통합 기본 방향이 교수들에게 통보된 이후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앞서 충남대는 지난해 10월 학무회의에서 전원 합의로 한밭대와 통합 논의를 착수하기로 결정했으며, 글로컬 사업이 확정·발표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다가 브레이크에 걸렸다.

글로컬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은 오는 31일까지 예비지정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또한 9월 본지정 평가까지 구성원 동의를 얻었다는 증명을 하기 위해 의견 수렴 결과를 내야 한다. 글로컬 최종 지정은 10월 중 예정으로 이의신청을 고려한 일정이다.

한편, 현재 대학 통합을 논의하는 대학은 ‘부산대·부산교대’와 ‘충남대·한밭대’를 비롯해 △강원대·강릉원주대 △금오공대·경북도립대·안동대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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