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에 108개교 지원, 통합 전제 공동 신청 대학은 27개교
만만치 않았던 5장 분량 계획서…가이드라인 부재로 어려움 겪어
글로컬대학 선발에서 떨어질 경우 통합 의사 표했던 대학 거취 우려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김중수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이 4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컬대학30 추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비수도권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준비해왔던 ‘글로컬대학30’ 신청 접수가 지난 31일 마감됐다. 총 108개교가 지원한 가운데 통합 의사를 밝힌 대학이 27곳에 달하는 등 예비 지정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각 대학들은 대학 통합부터 연합대학, 학제 개편 등 나름의 대학 혁신안을 제시하며 글로컬대학 선발전에 뛰어들었다.

교육부는 1일 전날까지 접수된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신청 결과를 공개했다. 5월 31일까지 접수된 글로컬대학 신청서는 108개교 94건으로, 신청 가능했던 대학 166개교 중 65.1%가 신청했다.

단독 신청을 한 대학은 81개교였으며, 통합을 전제로 신청한 대학은 27개교였다. 공동 신청의 유형은 △국립대+국립대(4건, 8교) △국립대+공립전문대(1건, 2교) △사립 일반대+사립 일반대(1건, 2교) △사립 일반대+사립 전문대(7건, 15교) 등이었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부산대-부산교대 △충남대-한밭대 △강원대-강릉원주대 △충북대-한국교통대 △안동대-경북도립대 △동서대-경남정보대 △계명대-계명문화대 △영남대-영남이공대 △우송대-우송정보대 △백석대-백석문화대 △전주대-예수대-전주비전대 △원광대-원광보건대 △경주대-서라벌대 등이 공동 신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로는 부산 16개교(14건), 대구 6개교(4건), 광주 8개교(8건), 대전 9개교(7건), 울산 1개교(1건), 세종 2개교(2건), 강원 6개교(5건), 충북 8개교(6건), 충남 15개교(14건), 전북 9개교(6건), 전남 6개교(6건), 경북 14개교(13건), 경남 7개교(7건), 제주 1개교(1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 중 심사를 통해 1.5배수를 예비 지정하고, 선정된 대학들로부터 구체적 실행계획서를 9월까지 제출받아 10월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평가는 각 대학이 제출한 최대 5쪽 분량의 혁신 기획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글로컬대학은 올해 10곳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약 30개의 대학을 선정하며, 선정된 대학은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대학가에서 이번 사업 선정 여부가 사실상 살생부라는 얘기가 도는 이유다.

■ 구체적인 계획은 ‘쉬쉬’…“계획서 취지는 좋은데 막상 작성하려니 ‘난감’” = 글로컬대학 신청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이번에 제출한 신청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는 이번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을 위해 5장 분량의 계획서를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쓸데없이 많은 분량의 계획서를 요구하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들게 된다”며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의 경우 이런 부분을 고려해 핵심만 담은 5장의 계획서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취지에 대해 대학들은 반기면서도 내심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간 요구받았던 계획서와 달리 5장 안에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요구하는 대학 혁신, 지역 발전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대학의 A기획처장은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는 이유가 스스로 혁신안을 만들어 보라는 의미”라며 “취지는 잘 알지만 (신청서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할지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부산지역 대학의 B기획처장은 “총장님께서 (글로컬대학) 결과 발표 전까지는 보안을 유지하라고 했다”며 “사립대 입장에서는 통합 부분이 너무 강조되는 느낌이어서 통합을 진행하지 않는 대학 입장에서는 신청서 준비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통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한 대학의 관계자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하드웨어적인 대학 통합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학제 개편 등 내실 있게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만, 5장이라는 한정된 분량 안에 이 모든 내용을 넣는 작업이 쉽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 1000억 원을 향한 배팅…“주사위는 던져졌다” = 이번 글로컬대학 사업을 신청한 대학들의 속앓이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조만간 예비평가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신청한 대학들의 계획서를 토대로 별도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예비평가에 들어간다. 평가 기준은 계획서에 담긴 혁신성(60%), 성과관리 역량(20%), 지역적 특성(20%) 등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예비 지정된 대학 15곳의 계획서를 공개할 예정이며, 탈락한 대학의 계획서는 대학의 동의 하에 공개될 수 있다.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기준(안). (자료=교육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기준(안). (자료=교육부)

예비 지정 대학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예비 지정 대학은 약 3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지자체, 지역 산업체와 공동으로 계획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광역지자체를 통해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실행계획서에는 대학의 혁신 방향 및 계획에 대한 대학 구성원 의견수렴 결과도 포함돼야 한다.

이후 이 중 대학 5곳은 탈락하고, 10곳이 올해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다. 최종 선발은 10월이다. 글로컬대학은 내년에 10곳을 더 선정하고, 2025년과 2026년에는 각 5곳을 더 선정해 최종적으로 30곳 내외를 선발하게 된다.

올해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1차년도 약 50억 원, 2차년도 약 100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또한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의 지원액은 참여하는 대학별로 교당 지원 기준이 적용된다.

■ “일단 통합 선언은 했는데…” 만만치 않은 여진 = 대학가에서는 이번 글로컬대학 신청을 앞두고 이뤄진 통합 논의에 대해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학의 혁신을 강조하기 위해 대학끼리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실제로 통합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대학의 C기획처장은 “이번 글로컬대학 신청을 앞두고 통합에 나선 대학만 10곳이 넘는다”며 “통합에 나선 모든 대학이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이번에 떨어진 대학들은 뒷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학 간 통합을 두고 국립대 간 통합에 나서거나 같은 재단 내의 대학이 통합하는 경우에는 진통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산대-부산교대, 충남대-한밭대의 사례처럼 구성원 반발이 이어질 경우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2개 이상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대학 담당자들은 향후 글로컬대학 신청 요건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 대학의 B기획처장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2개 이상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대학은 대부분 동일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글로컬대학 신청 시 하나의 캠퍼스만 지정해 신청하도록 하게 되면 그 외 캠퍼스의 학생들은 교육권을 침해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학 담당자들은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간 여러 제도를 통해 대학의 혁신을 이끌어 왔지만 실제적인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대학의 A기획처장은 “글로컬대학 선정에 있어 필수요건이 ‘통합’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는 부분은 좀 우려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통합, 정원 감축 등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며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대학들도 빠르게 변화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이 잘 안되고 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글로컬대학 사업을 기점으로 혁신을 촉진하는 부분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컬대학위원회 관계자 또한 “글로컬대학 사업의 핵심은 ‘통합’이 아닌 ‘혁신’”이라며 “그간 획일화된 사업에 길들여져 있던 대학이 창의성과 야생성을 복원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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