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중앙정부 권한 지자체에 대폭 이양…지자체로의 권한 이양은 국가 책임 방기 수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추진, 대학 설립 4대 요건 완화…규제 완화는 대학교육의 질 저하
첨단학과 증원, 규제 완화 수도권 대학에 유리…선택과 집중 전략에 지역대학 부익부 빈익빈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출범 1년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교육, 연금, 노동’의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고등교육 분야도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본지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3회에 걸쳐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개혁 추진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며 교육부가 ‘지역’과 ‘탈(脫)규제’를 키워드로 고등교육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명 이주호表 교육부의 고등교육개혁 성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정적 시각과 평가도 존재한다. 

■ 국가 책임 지역과 지역대학에 전가 = 교육부의 고등교육개혁에서 지역과 대학의 역할이 강조된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을 ‘고등교육개혁 1번지’로 삼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Education·RISE, 이하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즈는 지자체의 대학 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교육부는 2023년과 2024년 시범지역 운영 이후 2025년 전 지역에 라이즈를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교육부는 대학의 재정지원권한을 지자체에 양도한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글로컬대학30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선도할 30개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정 지원 규모는 약 5년간 1000억 원 규모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올해 10개 내외 대학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뒤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준우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한밭대 교수회장)은 “지역소멸과 지역대학 경쟁력 약화는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과도한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하지 못한 역대 정부의 책임”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책임을 지역과 지역대학으로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지역의 고등교육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학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말살시켜 결국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창남 부산대 교수는 “지자체는 관할 대학 수가 적어 보다 촘촘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대학 운영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교육의 역할을 산업 인재 양성으로 규정한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지자체는 지역대학을 지역산업 발전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교수연대)도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 등 교육부 정책과 사업은 지역 소재 국·사립대의 국가 책임 고등교육 시스템 해체, 지역 대학의 무한 경쟁, 지역 대학 학문 생태계 붕괴, 지역 사회 소멸 등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지자체로의 대학지원 권한 이양은 결국 대학의 정책·사무와 관련, 전반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중앙정부가 손을 떼기 위한 수순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지난 2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국선언문을 내고 현 대학 정책에 대한 개선안을 촉구했다. (사진=전국교수노동조합)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지난 2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국선언문을 내고 현 대학 정책에 대한 개선안을 촉구했다. (사진=전국교수노동조합)

■ 규제 완화는 대학 생태계 파괴와 경쟁력 약화 = 지난 2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교수연대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수연대는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등 7개 단체로 구성됐다. 시국선언문 서명에는 1000명 이상의 교수·연구자가 참여했다. 

교수연대는 시국선언문에서 교육부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추진을 반박했다. 교육부는 2022년 12월 30일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을 입법한 뒤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대학 설립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 완화, 통폐합 시 일률 정원 감축의무 삭제하는 등을 담고 있다. 대학 설립 4대 요건을 완화하고 통폐합 시 일률 정원 감축의무를 삭제, 대학의 자율혁신과 통폐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교수연대는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에 반대 입장이다. 교수연대는 시국선언문에서 “개정안의 요지는 대학의 기본 4대 요건 기준을 낮추는 것”이라며 “특히 설립기준과 운영기준을 구분, 운영기준을 대폭 완화 혹은 철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수연대는 “이는 대학 운영자의 입맛에만 맞게 부담과 비용을 줄이면서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라면서 “개정안은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학 생태계를 파괴하며, 대학의 경쟁력을 돌이킬 수 없이 후퇴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 지역대학과 지역대학의 양극화 심화 = 교육부는 2022년 7월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후속조치로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정원조정 결과를 확정한 뒤 대학에 통보했다. 정원조정에 따라 반도체·첨단분야에서 1829명(수도권 10개 대학 19개 학과 817명, 비수도권 12개 대학 31개 학과 1012명)이 증원,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대(218명) △가천대(150명) △세종대(145명) △성균관대(96명) △고려대(56명) △동국대(45명) △이화여대(30명) △서울과기대(30명) △연세대(24명) △덕성여대(23명)에 정원이 배정됐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북대(294명) △전남대(214명) △충북대(151명) △충남대(82명) △연세대(분교, 75명) △전북대(71명) △부경대(38명) △금오공대(30명) △부산대(20명) △울산대(17명) △안동대(10명) △창원대(10명)에 정원이 배정됐다.

수도권 대학 5734명, 비수도권 대학 1307명 신청에 비해 수도권 대학에서 14.2%, 비수도권 대학에서 77.4%가 선정됐다. 교육부가 정원 배정에서 지역대학을 배려했다는 의미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그러나 지역대학의 생각은 다르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대학의 양극화 심화가 예상된다는 것. 실제 7개 권역 대학교 총장협의회에 따르면 비수도권 반도체 학과 충원율은 2022년 기준 81.1%에 불과, 정원미달을 겪고 있다. 정원미달 상황에서 비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증원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반대로 수도권 대학, 특히 서울 소재 유명대학은 신입생 모집이 더욱 탄력받을 수 있다.   

7개 권역 대학교 총장협의회는 “교육부의 첨단분야 정원 배정에 따라 수도권 주요 대학 인원이 증가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비수도권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학생 모집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 불균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증원한다면 수도권으로 인재 유출은 심해지고 비수도권 대학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규제 완화가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종 전 원광대 총장은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한다면 절대적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준다”면서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대학 건물의 용적률과 층수 규제를 모두 풀겠다고 발표했다. 초고층 대학 건물도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총장은 “서울 소재 대학 건물에 연구와 교육, 창업 공간이 만들어지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거기에 정원조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입학생들을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블랙홀)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서울 소재 대학은 재정과 입학생 모집에 큰 기회를 맞는 상황이지만, 지방 소재 대학은 학생을 서울로 뺏기는 정도가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고등교육개혁정책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녹아 있다. 글로컬대학30이 대표적이다. 글로컬대학30은 비수도권대학에서 30개 대학을 선정, 5년 동안 3조 원을 투입한다. 현재 1년 동안 전체 대학 대상 일반재정지원 예산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 규모다. 글로컬대학30은 2년치 전체 대학의 일반재정지원 예산을 30개 대학에 집중, 투자하는 셈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하지만 글로컬대학30 선정에 제외될 경우 도태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의 양극화뿐 아니라 지역대학과 지역대학의 양극화도 예상된다. 

교수연대는 “글로컬대학30은 소수의 지방대학에 재정이 집중되는 방식”이라면서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시장 경쟁에서 도태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 이후 학령인구가 20만 명 중후반대로 떨어지는 것에 맞춰 글로컬대학30은 정부가 현재의 수도권 대학을 유지하면서도 비수도권은 소수 대학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장주의 대학 구조조정의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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