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탈규제(자율)’에 국가 책임 전가 우려…수도권 집중화 해소는 국가의 역할
‘지역과 지역대학’ 강조하지만 수도권 대학 유리…균형발전전략으로 상생 시대 구축
‘특별회계법’ 한시 운영,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필요…대학의 공공성 강화 중요

지난 1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연두 업무보고 사전설명 브리핑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지난 1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연두 업무보고 사전설명 브리핑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출범 1년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교육, 연금, 노동’의 3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고등교육 분야도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본지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3회에 걸쳐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개혁 추진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며 고등교육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과 평가도 존재, 개선도 요구된다. 이에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 강화, 균형발전전략, 대학 재정지원 확대, 공공성 강화 등이 개선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 국가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개혁 주체는 지자체와 지역대학이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을 기반으로 고등교육의 발전과 혁신을 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지자체와 지역대학의 동반성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되며, 대학 규제가 대대적으로 철폐된다.

그동안 대학가에서 각종 규제가 고등교육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한 지역대학의 경쟁력 강화도 지속적으로 요구됐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개혁 방향은 대학가에 호기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과 ‘탈규제(자율)’ 키워드의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개혁이 국가의 책임을 지자체와 지역 대학에 전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지역소멸과 지역대학의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화가 꼽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2020년 10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 ‘30-50클럽 7개국의 수도권 집중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은 GDP의 51.8%, 일자리의 49.7%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30-50클럽에서 1위다. 이어 일본(GDP 집중도 33.1%·일자리 집중도 30.8%), 프랑스(GDP 집중도 31.2%·일자리 집중도 22.8%), 영국(GDP 집중도 23.6%·일자리 집중도 17.0%), 이탈리아(GDP 집중도 11.2%·일자리 집중도 10.6%), 독일(GDP 집중도 4.4%·일자리 집중도 4.5%), 미국(GDP 집중도 0.72%·일자리 집중도 0.5%) 순이었다. 

수도권 집중화는 자연스레 지역대학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26개 학과(14개 대학)가 ‘지원자 0명’으로 집계됐다. ‘지원자 0명 학과’를 시·도별로 분류하면 △경북 10개 △경남 4개 △전남 4개 △부산 2개 △충남 2개 △충북 2개 △강원 1개 △전북 1개, 모두 지역 소재 대학의 학과다. 

김동원 전북대 전 총장은 “아직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투자 방식은 대학에 보조금 몇 푼 쥐어주는 꼴”이라면서 “단순 재정 지원과 규제 혁신으로는 지역대학과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등교육개혁에 있어 국가의 책임은 어느 정권이든 필수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소멸 해결 없이 지자체와 지역대학의 역할 강화, 동반성장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정성택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전남대 총장)은 지역 인구 감소가 지역대학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와 지역대학은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등교육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국가의 미래 운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이를 충분한 대비책 없이 지자체와 지역대학에 일임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자체와 지역대학은 아무리 손을 맞잡더라도 열악한 재정과 고등교육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을 일시에 해소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가 국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2023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지난 1월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2023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대학 양극화 심화 우려…균형발전 전략으로 전환 = “정부가 모든 대학을 살릴 수는 없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3년 정기총회(1월 3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의 발언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교육부는 ‘선택과 집중’에 따라 대학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글로컬대학30은 비수도권대학(지역대학)에서 30개 대학을 선정, 5년 동안 3조 원을 투입한다. 전체 120여 개 비수도권 대학에서 90여 개 대학은 제외된다. 

또한 교육부는 반도체·첨단분야에서 수도권 10개 대학 19개 학과에 817명을, 지역대학 12개 대학 31개 학과에 1012명을 각각 증원했다. 일견 지역대학 증원 인원이 많다. 문제는 지역대학의 반도체·첨단분야 학과는 신입생 충원 미달을 겪고 있다. 7개 권역 대학교 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역대학의 반도체 학과 충원율은 2022년 기준 81.1%에 불과했다. 결국 반도체·첨단분야 학과 증원은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다. 규제 완화도 ‘수도권 대학용’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서 지역과 지역대학이 강조되지만 되레 지역대학과 지역대학 간,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 간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대학 양극화 심화는 지역대학의 붕괴를 초래하고, 지역대학의 붕괴는 고등교육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며, 고등교육 생태계 파괴는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균형발전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 대학가의 입장이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 소장은 “균형발전은 국가는 물론 대학의 생존전략과도 직결된다. 이를 위해 대학 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4년제와 전문대 간,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간, 학부와 대학원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져야 한다”며 “학생수 급감 등 당장 급한 대학 현안에 대한 대응 전략도 필요하겠지만 정부나 개별 대학이 최소 10년 후 대학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에 대해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대학 관련 단체가 지난해 1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 대학노조 제공)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대학 관련 단체가 지난해 1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 대학노조 제공)

■ 대학 재정지원 확대, 공공성 강화 주문 =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분야 성과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도 꼽힌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은 2022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에 따라 올해 유·초·중등교육의 국세분 교육세 1조 7000억 원이 고등·평생교육에 지원된다. 다만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 

하지만 대학가는 재정 지원 확대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특히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한시 법안이라는 점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숙명여대 총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개혁이 걸음마를 막 뗀 상황”이라면서 “반발을 극복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장기적으로 대비하고, 혁신을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구성원들의 인식 제고와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대학 지원을 위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 1조 7000억 원을 확보한 것은 다행”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원래 추진하려 했던 ‘3조+α’ 수준으로 재원을 늘려야 지속적인 고등교육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별회계를 대체하고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추진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교육부 차관과 장관을 역임하며 일명 ‘MB표 교육정책’의 설계부터 집행까지 모두 책임졌다. ‘MB표 교육정책’의 핵심은 수월성 교육이다. 수월성 교육은 평등성 교육의 반대 개념이다. 우수 학생의 능력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자율과 경쟁이 수월성 교육의 정책기조다. 이 부총리는 수월성 교육 기조에 맞춰 고등교육정책에서도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명단 공개와 부실대 퇴출 등 대학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수월성 교육 기조는 ‘신자유주의식 시장만능주의’로 평가되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송주명 한신대 글로벌협력대학 일본학과 교수는 “어느 정권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고등교육정책의 전면적 민영화·시장화이자 강력한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라며 교육부의 대학 규제 완화 추진을 비판했다.

이에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고등교육개혁 과제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교육와 연구를 통해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강형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회장(경북대 기획처장)은 “대학으로서 가져야할 기본 책무는 인재 양성, 교육, 연구를 꼽을 수 있다.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은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인문학과 기초과학 등은 시장논리에 의해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학의 공공성 역할을 고려해 학문의 근간이 되는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경우, 사립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국립대에서라도 이를 감당해 대학 교육의 다양성을 지켜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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