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직과 교수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직과 교수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직과 교수

5월이 되면 만감이 교차한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기에 꽃과 신록으로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또한 부모님과 스승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 광주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달이기에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셨던 많은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린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이맘때가 되면 늘 선생님의 참된 가르침의 의미를 스스로 되새기고,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스승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마음 한 켠이 시린 스승의날을 보내고 있음을 고백한다. 바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교권’ 때문이다.  

2023년 교사노조연맹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한 교사 1만 1377명 중 87%의 교사가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으며, 교직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약 70%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91.3%가 부장 교사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업무에 비해 보직 수당이 낮은 점, 과도한 업무와 무거운 책임이 1, 2위를 차지한 것은 그만큼 일선 교육 현장의 고충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다. 매년 학기 초 담임교사가 구해지지 않는다는 중·고교 교장 선생님들의 고충처럼 실제 담임 기피 현상은 가파르게 증가되고 있다. 담임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데다 감당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학부모 민원, 학교폭력과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에 대한 위험, 가속화되는 교권 추락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교권(敎權)’은 교직에 종사하는 교원의 권리를 뜻한다. ‘교원의 교육권과 교원의 권위’를 함축한 말로 교육자율권, 생활보장권, 신분보장권 등을 포괄하며 교원이 정치나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다. 2023년 대한민국 교권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이러한 교권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교권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첫 해에는 등교 일수가 줄며 감소했던 전국 초·중·고 교권  침해 사례가 2021년 대면 수업 증가와 함께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면 대면으로 전환된 2023년에는 더욱 증가하리라는 점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 교권이 흔들리면 수업이 흔들리고 충실한 생활 지도가 어려워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최근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라는 제목의 교권 침해 사례를 다뤘다. 수업시간, 학업지도 및 생활지도 과정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는 일선 교사들의 상황, 그 과정에서 사망에 이른 교사까지 교권침해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2023 경남 교권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3.8%가 최근 3년간 직접 교권 침해를 경험했으며, 교권침해를 한 대상은 학생 59%, 학부모 49%, 교감·교장 등 관리자 25%(복수 응답) 순으로 나타났다. 막말, 협박 등의 언어폭력을 포함해 상해 또는 폭행, 의도적 수업방해 및 부당한 간섭, 성희롱 등 사례 또한 매우 다양하다. 

교권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교육개발원(2022)에서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교육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교육계에 큰 시사점을 준다. 여기에 따르면 응답자의 42.8%가 교권 침해의 원인 1위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았다. 다음으로 ‘학교 교육 혹은 교원에 대한 학생과 보호자의 불신’,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학생과 보호자의 인식 부족’ 그리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법적제재 미흡’, ‘교원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가 교권 침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는 학생인권의 강조와 학생인권 조례의 제정은 체벌이나 강압적 학교문화가 바뀌는 등 긍정적 측면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 교사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가 발생하고 교육활동의 보장이 힘들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교사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과 생활지도에 대한 대안 마련 등이 함께 수립되지 않았기에 이러한 결과가 초래됐고, 이로 인해 교권 침해 나아가 교권 추락의 결과를 가져왔음도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지금 사회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학생인권에 대한 존중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인권과 함께 교사의 인권, 권리 역시 중요하다는 점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 대치, 대결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함께 공존돼야 하는 개념이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도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이다. 교사 역시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교사의 의무로서 올바르게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해야한다.

교사들이 신바람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학생과 함께하는 학교가 즐거워질 수 있도록, 학생을 사랑하며 교직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학생 교육을 위해 힘쓸 수 있도록 법·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활동을 침해받지 않고 전문성에 기반해 교육할 수 있는 교육활동 침해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법적 근거 마련에 그치지 않고 교권 보호와 경제적 보상 및 사회적 인식 제고 등을 통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교육전문가로서 교사가 인정받고, 전문성을 발휘하며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한다면 교사의 권위와 자긍심은 살아날 수 있다. 이는 학생을 살릴 것이며, 학생과 교사 모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의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추락한 교권은 회복돼야 한다. 교사 권위의 바탕에는 교사와 학생의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교사가 불행해지면 학생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생은 이분법적 관계가 아니라 동행 관계다. 우리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추락한 교권은 하루빨리 회복돼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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