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사이 교원 명예퇴직 7.5배 증가, 초등학교 교원은 퇴직률 5배
정당한 지도에도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교권 추락’에 사기는 ‘바닥’
무너진 교권에 이직과 사직 고민하는 교원들…정신과 치료에 상담까지
“떨어진 교원 인식 회복 필요”, “무기력한 교권 지킬 법과 제도 정비해야”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교사들이 교실을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교대와 사범대 등 예비교원들의 자퇴율이 증가, 현직 교원들의 이탈로 이어지면서 교원 ‘탈출 러시’가 가속화되는 현상을 두고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의 교직 이탈 의도와 명예퇴직자 증감 추이’ 교육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등 교원들의 2021년 명예퇴직 교원이 총 6594명으로 확인됐다. 이전까지 명예퇴직자 수는 2014년 8132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후 2015년 5134명, 2016년 4313명으로 감소세를 보지만 2017년 4731명으로 다시 오르더니 2018년 6268명 이후 4년 연속 6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비율도 덩달아 늘었다. 초등 교원의 경우 명예퇴직률이 2005년 0.2%에서 2021년 1.1%로 5배 이상 높아졌다. 중등 교원과 고등 교원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각각 0.2%에서 2.5%, 0.3%에서 2.1%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 꾸준히 높아지는 퇴직률…연차 가리지 않는다 = 이러한 흐름이 현직 교원뿐만 아니라 근속연수 5년 미만의 저연차 교원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최근 1년간 퇴직한 근속연수 5년 미만의 초·중·고 교원은 589명으로 303명이던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1년간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교원 현황. (사진=권은희 의원실 보도자료 발췌)
최근 1년간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교원 현황. (사진=권은희 의원실 보도자료 발췌)

더불어 같은 기간에 퇴직한 총 교원의 수도 1만 2003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전년도 1만 570명을 뛰어 넘었다.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8367명이 퇴직한 것과 비교하면 43%가 증가했다. 이에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원 명예퇴직 증가는 수급 공백과 기간제 교원 양산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안정적인 교육 수급과 균등한 교사 질 유지에 적잖은 장애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 교권침해 심의 건수 급증, 추락하는 교권 = 잇따른 교원들의 이탈 세례에 대해 한 중등 교원은 “퇴직금을 활용해 다른 직업을 알아볼 수 있고 연봉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낮은 연차에 명예퇴직을 결정하는 교원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봉급을 받을 바에 퇴직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크다고 판단해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이유는 교권 추락 탓이 더 크다. 실제로 교육계에서는 높아진 퇴직률이 무너진 교원 권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정당한 교육·생활 지도에도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는 교원들이 많다”며 “제대로 된 학생 지도조차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교권이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지금의 ‘퇴직 러시’를 만든 것이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의 지적대로 학생과 학부모가 단순 불만을 이유로 교원을 신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교원들의 교권침해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교육부에 접수된 교권침해 심의 건수는 1197건이었지만 지난해 3035건으로 2년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원들은 학생 지도를 회피하고 나아가 포기하는 사례도 늘었다. 앞서 권은희 의원도 교원 퇴직의 증가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및 악성 민원에 교원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교육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개최된 ‘가르칠 수 있는 용기 – 교실회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권 의원은 “교원들이 현장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대한 지원도 미비하다”며 관련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 23.6%,  ‘다시 태어나면 교직 선택한다’ 20.0% =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 당국의 교원 감축 행보와 낮아진 임용고시 합격률, 불안한 입지, 과도한 업무 등 교원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교원들은 교육에 대한 소신과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가 지난달 15일 교원 1만 1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음이 드러났다. 최근 5년 사이 교권침해로 인해 정신과 치료 또는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 교사는 26.6%, 교육활동 중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교사는 5.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한국교총이 지난달 15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나’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4.6%)와 대체로 그렇다(15.4%)를 합쳐 긍정 답변이  20.0%에 불과했다. (사진=한국교총 보도자료 발췌)
한국교총이 지난달 15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나’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4.6%)와 대체로 그렇다(15.4%)를 합쳐 긍정 답변이  20.0%에 불과했다. (사진=한국교총 보도자료 발췌)

자연스럽게 직무에 대한 만족도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달 15일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교원 설문조사 결과,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23.6%에 그쳤다.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물음에는 긍정 답변이 역대 최저인 20.0%를 나타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떨어진 교권 속에서 나아지지 않는 처우와 심리적 고통 속에서 교원들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며 “교원 10명 중 8명의 마음이 떠난 상황에서 어떤 수업 혁신과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보장을 교육 당국에 촉구했다. (사진=교사노조)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보장을 교육 당국에 촉구했다. (사진=교사노조)

■ 교육단체들, “교원 권리 지킬 법 제도 필요하다” 한목소리 = 상황이 악화되자 교육 단체들은 입을 모아 교육 당국에 무너진 교권을 회복시킬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일종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교사노조는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들의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는 교원 5만 4446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 피해 방지를 위한 법률 및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 자체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 1순위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처벌 등 법률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이 나왔음을 언급하며 실질적 대책 마련에도 나설 것을 요구했다.

같은 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을 위한 법 개정 요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들의 원활한 교육활동을 국가에서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취지와 무색하게 처벌 위주의 법으로 변질돼 교원들의 교육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교원과 학생·학부모 간 갈등을 막고 상생의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당 법안의 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1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사안 처리 법개정을 요구했다. (사진=전교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1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사안 처리 법개정을 요구했다. (사진=전교조)

■ 계속된 개선 요구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한 국회, “교원 권리 보장 시발점돼야” = 이전부터 이어진 제도 정비 요구에 국회가 움직였다. 이태규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지난달 11일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 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12일에는 교원의 고의 중과실 없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및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 민·형사상 면책권을 부여하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대해 주우철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발의가 교원 권리 개선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면책권이 있다고 해도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발동된다”며 “현재 불거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기에 개정안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초석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개선 법안을 주기적으로 발의해 무너진 교원 권리와 신뢰를 서서히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에게 부여된 과도한 업무에 대한 간소화부터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2년째 고등학교 학생을 가르치는 경기도교육청 소속 김 모 교사는 “멘토링, 봉사, 동아리, 프로젝트 등 학생 지도 외에 교원에게 부여된 행정 업무들이 많다”며 “간신히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 다른 업무가 들이닥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학생 상담이나 상호 작용과 같은 생활 지도 업무 외에 행정 업무를 간소화해야 한다. 권리 보장도 좋지만 교육 당국이 교원들이 온전하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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