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구 변화에 민첩한 대응 장점 활용 ‘첨단학과’ 신설로 미래사회 주도
전문대 외국인 유학생 ‘3만 명’ 시대 코앞…‘스터디 코리아 3.0’도 곧 나온다
전문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마이스터 대학’ 진학해 학사·석사도 해결

전국 주요 전문대학들이 미래사회에 유망한 산업 분야를 분석해 첨단분야와 직업구조 변화를 반영한 학과들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재능대 학생들이 VR 실습실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전국 주요 전문대학들이 미래사회에 유망한 산업 분야를 분석해 첨단분야와 직업구조 변화를 반영한 학과들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재능대 학생들이 VR 실습실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배움에는 나이보단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생 꿈이었던 ‘카페’ 창업을 이루기 위해 ‘바리스타제과제빵과’가 있는 전문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강의를 녹음해 등·하교 시 복습하며 공부했고, 최근엔 바리스타 3급 시험도 만점으로 합격했어요. 나이는 60이 넘었지만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요즘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병주 씨, 한림성심대 재학 중)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에 유망한 산업 분야, 직종을 살펴보고 관련된 전공이 설치된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원하는 직업이나 취·창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전문대학에 유턴 입학하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현상을 전문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시대 변화에 맞게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은 “전문대학이 인생 2모작 차원의 평생교육을 학습하기 위해 진학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평생교육 차원에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원하는 전공을 찾아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대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인구 변화 대응 ‘첨단학과 신설’…성인학습·유턴입학 증가세 = 전문대는 일반대와 비교해 산업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교육과정을 개편할 수 있다는 점이 교육기관으로서 가장 큰 장점이다. 미래사회에 유망한 산업 분야나 직종에 필요한 역량을 학습하고 연마하려 할 때 전문대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이 탁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에도 전국 주요 전문대학들은 첨단분야와 직업구조 변화를 반영한 학과를 다수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신설되는 첨단분야 학과를 보면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드론 운영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최근 새로운 직업 수요를 반영한 학과에는 △반려동물 관련 학과 △웹툰·게임 △모델 △영화 등 반려동물과 한류 콘텐츠가 중심이 된 학과들이 주류를 이뤘다.

전문대학이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학과를 신설하는 등 평생·직업교육 역할·기능을 확대한 덕분에 전문대에 진학하는 성인학습자·유턴입학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성인학습자는 만 26세 이상의 학생을 이르고, 유턴 입학자는 전문대·일반대·대학원 등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에 입학한 학생을 의미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문대에 재학하고 있는 성인학습자 현황을 살펴보면 2022학년도 전체 재학생 38만 6859명 중 약 15.2%(5만 8791명)가 성인학습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8학년도 전체 재학생 44만 624명 중 약 9%(3만 967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2%포인트(1만 9121명)나 대폭 증가한 수치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유턴입학자 역시 2022학년도를 기준으로 지원자가 1만 4087명에 달했고 실제 입학으로 이어진 경우도 17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료를 보면 전문대학 유턴입학자는 지난 2018년 1537명으로, 최근 5년간 유턴입학자는 약 15% 수준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 고등직업교육도 이젠 ‘K-전문대학’…학위과정 3만명 시대 ‘코앞’ = 실용적인 기술 교육을 연마하기 위해 한국의 전문대학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나날이 늘고 있다. 교육계에선 전문대학의 학제가 2~3년으로 짧아 조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방향으로 외국인 유학 경향이 변화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과정 유학 수요가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은 “전문대는 지역산업과 관련된 분야를 분석해 외국인 유학생 전담 학과·전공을 개설하는 등 지역발전과 산업인력에 끈끈한 연계를 가져가고 있다”며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스터디 코리아 3.0’ 방안이 나오면 지자체·산업계와 연계해 외국인 유학생 교육, 국내 취업·정착까지 전문대 국제 협력 분야는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오는 2026년이면 전문대가 외국인 유학생 3만 명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문대 외국인 유학생 수는 총 1만 4512명이다. 이는 일반대·전문대를 합한 전체 외국인 유학생 약 16만 6892명의 약 8.6% 수준에 불과한 수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직업교육에 대한 유학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조훈 실장은 “최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유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학위과정 유학생 수가 최근 6년간 연평균 약 36% 수준으로 크게 늘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2026년에 약 3만 2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이어 “전문대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확대된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대가 입학자원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국인과 일자리가 겹치지 않는 지역특화 분야, 조선·요양·돌봄 분야 등 부족한 인력을 양성하면 지역사회·산업계 현안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운영하는 동강대학교 임상병리학과에서 학생들이 실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운영하는 동강대학교 임상병리학과에서 학생들이 실험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 전문대에서 ‘학사학위’가? ‘석사학위’도! = 학제가 2~3년제가 대부분인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전문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흔히 ‘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려면 일반대에 진학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전문대에서도 전공 공부를 계속해 학사학위와 더 나아가 석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전문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사람이 전문대에 개설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에 진학해 실무와 연계한 직업 심화 교육을 마치면 일반대 졸업자와 동등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22학년도를 기준으로 전공심화과정은 전국 107개 대학에서 829개 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2022학년도 한 해에만 총 1만 5569명의 학생이 전공심화과정에 입학했고 이는 지난 2008학년도 입학자 2915명과 비교해 무려 5.2배 수준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전공심화과정은 최근 10년간 꾸준하게 확장·확대됐다. 전공심화과정 운영대학은 지난 2013년 94개교에서 2015년 101개교로 처음 100개교를 돌파했고, 2022년 107개교로 증가했다. 개설 학과 수도 2013년엔 478개 학과에서 2022년 829개 학과로 늘었다.

전공심화과정 입학인원도 지난 2013년 7901명에서 2022년 1만 5569명으로 규모를 불렸는데, 그 사이 △2014년 9102명 △2015년 1만 376명 △2016년 1만 1400명 △2017년 1만 2289명 △2018년 1만 3342명 △2019년 1만 4080명 △2020년 1만 4760명 △2021년 1만 5174명 등으로 증가세가 계속됐다.

전문대에서 석사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 교육부가 지정한 ‘마이스터 대학’을 운영하는 전문대학에서 ‘전문기술석사과정’에 진학하면 된다. 그동안 직업교육 분야를 전공했지만 석사급 심화학습을 이어가려면 일반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이스터 대학이 생기면서 일반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아도 전문대에서 실무형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일반대 대학원이 이론·학술·연구 활동에 중심이 된 것과 비교해 전문대 마이스터 대학 석사과정은 기술 숙련 심화학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교육계에선 전문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고숙련 기술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직원 재교육 과정으로 마이스터 대학을 활용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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