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직접 발표
“공교육, 근본적 변화 필요…공정한 수능 등 사교육 해소”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해…고교학점제 성취평가제 도입

2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2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윤석열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이른바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더 이상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공정한 수능 등 공교육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담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공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와 함께 △학생의 다양한 진로 및 교육 선택기회 확대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국가책임 기초학력·기본인성 교육 △디지털 기반 교실수업 혁신 등 4가지 추진과제가 공개됐다.

■ 교육부, ‘공정 수능’ 거듭 강조 = 이주호 부총리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 수능에서 출제되는 현상이 사교육 수요를 높이는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 밖의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겠다”며 “학생이 학원으로 내몰리지 않고 공교육이 불필요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해 학부모가 사교육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공정한 수능을 조성하기 위해 킬러 문항도 배제하겠다”며 “학원에 가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하는 킬러 문항은 없애는 게 원칙이다. 공교육 과정에서 다룬 문제만 적용하면서 적정 난이도로 변별력을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입시 업계에서 제기되는 수능과 관련한 전망과 수험생·학부모의 우려에 대해서 교육부는 사교육의 억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부총리는 “공정한 수능이라는 대원칙은 지난 3월 발표한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던 내용”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각종 억측에 염려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집중 신고 기간을 지난 22일부터 2주간 갖기로 했다.

정부와 교육부가 진단하는 ‘킬러 문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6일 ‘사교육 대책’을 발표하며 소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총리는 “6월 모의고사를 포함해 지난 3년간의 수능에서 어떤 문항이 ‘킬러 문항’이었는지 공개할 것”이라며 “단순히 정답률이 낮아 ‘킬러 문항’이 아니라 고등학생 수준에서 도저히 풀 수 없는 상상 이상의 난이도라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 ‘자사고’ 유지…외고·국제고는 ‘국제외국어고’로 = 오는 2025년 일반고로 전환 예정이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는 기존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 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지식 전달 위주와 평균 수준의 교육 등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은 오히려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외고·국제고의 경우 특목고 지위는 유지하되 학교가 희망할 경우 ‘국제외국어고’ 등으로 유형을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현행법에서 학교 구분은 국제외국어고로 통일하지만, 기존 외국어고와 국제고의 전문교과를 통합 운영하게끔 유도하고 교명 변경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해당 학교들이 우수 학생 선발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의 교육력을 통해 우수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선발효과 최소화 △사회통합전형 △지역인재 선발 △운영성과 평가 등을 개선해 운영 내실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기 학생선발 및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유지하고 입학전형 영향평가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내년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해 존치가 결정된 고등학교와 관련한 교육과정 필요사항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석차 ‘9등급제’는 ‘공통과목’에서만 = 고교학점제는 원안대로 2025년 모든 고등학교에 도입된다. 고교학점제 도입 후 고교 학생은 3년 동안 192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또한 40%의 학업 성취율과 3분의 2 이상의 과목 출석률을 필수적으로 채워야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미이수로 처리된다. 학점을 다 채우지 못해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예방·보충지도와 대체이수제도 생긴다.

도입 이전 교육부는 학점제 도입에 맞춰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없도록 성취평가제 적용 상황을 확인해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성취평가제는 상대적 서열을 매기는 방식이 아닌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절대평가 제도로 A부터 E까지 성취수준을 구분하는 제도다.

다만 평가제가 적용되는 것은 선택과목만이다. 40% 미만의 학업성취율을 보인 학생에게는 대학의 ‘F’와 같이 낙제에 해당하는 ‘I’ 등급이 부여되는 점도 추가됐다. 체육과 예술 과목은 성취도 3단계 외에 모두 미산출되며 교양의 경우 이수인 ‘P’를 제외하고 모두 미산출하는 현행 방식이 유지된다. 한국사와 ‘과학탐구 실험’은 석차등급을 내지 않는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내신 전 과목을 5단계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로의 전환과 현행 석차 9등급제 병기, 석차 5등급제 병기 전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공통과목 석차는 9등급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공통과목은 성취도와 석차등급을 병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최소한의 내신 변별이 필요하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교 내신이 대입 전형자료로서 신뢰성과 공정성을 잃을 수 있고 현장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유지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해당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2019년 고2 6월 학력평가의 수학 가형 30번 문항의 모습. 정답률이 0.01% 미만을 기록했다.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출문제 발췌)
2019년 고2 6월 학력평가의 수학 가형 30번 문항의 모습. 정답률이 0.01% 미만을 기록했다.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출문제 발췌)

■ 교육계 논란의 중심 ‘킬러 문항’, 어떤 게 있었나 =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최고난도 문항은 그동안 수능과 모의평가·학력평가 등 과목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며 학생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특히 2019년 고2 6월 학력평가의 수학 가형 30번 문항은 정답률이 0.01% 미만으로 역사상 모든 시험을 통틀어 최고난도의 문제로 악명이 높다. 문제에 오류가 있어 대입해야 할 경우의 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한 수학 강사는 이 문제를 검증하는 데 2시간가량을 들여 해답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 17번 문항과 영어 34번 문항이 ‘킬러 문항’으로 뽑힌다. 국어 17번 문항은 EBS 기준 오답률 84.9%로, 이는 2005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수능 국어·언어 영역에서 가장 높은 오답률로 기록됐다. 영어 34번 문항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현재·과거·미래 등 시간을 구분해야 하는 내용을 넣어 학생들이 풀기엔 고차원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문제의 오답률은 83%에 달했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경제 과목 19번 문항은 국내 총생산을 다뤘는데 오답이었던 선택지 3번을 선택한 학생만 49%에 달해 결국 오답률 84.5%를 기록했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18번 문제는 코돈 추론과 관련됐는데 일일이 대입해야 하는 풀이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정답률 9%에 불과했다. 또한 해당 문항에서 결국 오류가 있었다고 판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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