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개편안 발표 앞두고 IB 반영 가능성 제기돼
‘교육국제화특구’ 12곳 중 10곳 IB교육 도입 의사 밝혀
고교학점제, 수능 최저 완화 등 IB 도입 학교에 ‘호재’
성공적인 제도 정착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22일 IB 월드스쿨인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고를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22일 IB 월드스쿨인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고를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오는 8월 2028 대입 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가 대입에 반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도교육청들 또한 IB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IB 도입 학교,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로 인한 수능 회의론,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 기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 등이 맞물려 있다.

특히 IB의 경우 논술과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능력 강화에 특화된 수업이 특징이다. 기존의 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제도라는 평이 뒤따른다. 이 같은 교육 방식은 2025 고교학점제와 2028 대입 개편안 중 논의되고 있는 논·서술형 수능에서도 강점이 있다.

변화의 흐름은 단순히 주장뿐만 아니라 각 지역 교육청의 움직임에서도 잘 나타난다. 앞서 IB 교육을 도입했던 대구, 제주를 넘어 서울, 경기, 부산, 전남, 전북, 충남 등도 IB 교육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IB가 답이다”는 아니다. IB 도입을 통해 검증된 평가방식 벤치마킹 등을 함으로써 국내 교육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IB가 잘 운영되고 있는 대구, 제주 교육청에는 각 지역 교육청으로부터 IB 수업 참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IB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부총리는 취임 이후에도 꾸준히 IB에 대해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22일에는 IB 월드스쿨인 서귀포시 표선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교육 강화를 위해 IB가 확대돼야 한다.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교육국제화특구’ 12곳 중 10곳은 IB교육 도입 의사 밝혀 = 지난 12일 교육부는 경기 화성, 광주 광산구, 대구 수성구, 부산 남구, 세종 등 12개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교육 국제화 사업을 중점 추진하는 ‘교육국제화특구’ 3기 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이번에 지정된 지역들은 2027년까지 5년간 교육국제화특구로 운영된다.

교육국제화특구는 앞서 △대구 북구, 달서구 △인천 연수구, 서부(서구·계양구) △전남 여수 △경기 안산·시흥 등 6곳이 지정된 바 있으며, 이번에 신규 지정된 지역은 △경기 화성 △광주 광산구 △대구 수성구 △부산 남구, 서부산(사하·사상구), 중구, 해운대구 △세종 △제주 서귀포시 △충남 당진, 천안, 홍성·예산 등 12곳이다.

이 중 광주 광산구와 세종 2개 지역을 제외한 10곳은 모두 IB를 비롯한 국제공인 교육과정을 도입하거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교육과정 혁신형’ 특구로 지정됐다. 또한 이 10곳은 모두 IB 교육을 도입하고 있거나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역이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대구를 들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2019년 IB 프로그램을 도입해 IB 기초·관심·후보 인증학교를 2021년 71개교에서 2022년 88개교로 확대했다. 제주도교육청 또한 2020년 토산초와 표선초를 시작으로 5개 초등학교와 성산중, 표선중, 표선고에서 IB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제주북초를 제외하면 전부 서귀포시에 위치한 학교로 이번에 특구로 지정된 지역이다.

지난 9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회장이 대구외고에서 IB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9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회장이 대구외고에서 IB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구시교육청 제공)

■ IB 도입의 변곡점은 2025 개정 교육과정과 2028 대입 개편안 = 교육부는 8월에 2028 대입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번 개편안은 202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대입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025 개정 교육과정은 일명 ‘고교학점제’라고도 불린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인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수강 과목을 선택하고 과목별 이수 기준을 통과해 학점을 취득, 이를 3년간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 내용 중에는 탐구 중심 수업 활성화를 위해 시도교육청의 자율적인 IB 도입과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는 각 지역 교육청에서 IB를 도입하는 취지와 궤를 같이한다. 교육부는 “IB 수업 평가 시스템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정책연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한국형 IB 수업 평가 모델’의 단계적 도입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던 IB 학교들은 지난해 6월 시도교육감 선거를 기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IB 프로그램은 8개 교육청 225개교가 준비·운영 중이다. 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IB 학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오는 8월 발표 예정인 2028 대입 개편안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입 지원이 가능하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번 2028 대입 개편안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변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공교육 내에서 IB를 도입한 학교는 모두 ‘교육과정’으로 도입하지 않고 ‘과목’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국내 IB 교육의 전파와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이 같은 전망에 대해 기대와 함께 형평성을 넘어서는 조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현재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 현재도 IB를 이수한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 학과가 적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IB 도입 학교를 졸업했다고 딱히 불리하지는 않다”며 “다만 IB 졸업생이 향후 많아지면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현재처럼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자연히 수능 최저 기준을 요구하는 대학도 줄기 때문에 IB 학생들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IB 학생을 위한 전형을 따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합법적인 공교육 이수자인 IB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으니 이들에게도 공정한 대입 기회를 제공할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대학의 신입생 선발 참고 자료에 IB 이수 성적을 포함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는 2027년부터 대학이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논술, 면접 등 대학별 시험 외에도 IB 이수 성적을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 성공적인 IB 정착 위해서는 과제 해결해야 = IB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모든 과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IB를 도입한 초등학교, 중학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아직 고등학교는 적은 편이다. 다만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 기조로 인해 차츰 해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IB를 이수할 경우 정시 지원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IB를 도입하는 고등학교가 급격히 늘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한국어 교재와 숙련된 교사 모집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IB 본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올리 페카 헤이노넨(Olli Pekka Heinonen) IB 회장은 지난해 9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어느 나라, 도시든지 IB를 도입하면서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있다. 바로 첫 번째 단계인 IB 교육에 숙련된 교사를 모집하는 것과 현지 대학의 인지도와 입학문제 해결”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어화의 경우 대구와 제주는 IB 본부와 한국어화에 대해 계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다. 각 지역 교육청에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진행했기 때문에 추가로 IB를 진행하는 지역의 경우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지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

숙련된 교사 모집은 교사 연수를 통해 차츰 해결해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월 초등학교 교사 25명, 중학교 교사 25명, 고등학교 교사 20명 등 70명을 대상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대학과 연계한 IB 전문가 양성 연수도 진행할 예정이다.

교사들의 업무부담도 해결 과제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은 교육행정기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어 IB 도입에 부정적”이라며 “교육청에서 교사들에게 여건도 만들어주지 않고 자세한 설명을 통한 설득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IB를 도입한 학교는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교육계는 IB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해당 문제에 대한 빠른 조치가 요구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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