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발전특구‧교육국제화특구에 IB 도입 대거 포함
대입 반영 법안 발의 등 IB 확대 위한 토대 쌓여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수능 최저 폐지 등 호재 잇따라

지난 2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를 향한 국내 초‧중등 교육계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교육발전특구, 교육국제화특구 등 다수의 지역 혁신 정책에 지역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면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고 있는 탓이다.

교육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1차 지정 결과’를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 대학, 기업 등 지역 기관과 협력을 통해 지역 교육을 혁신하고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 정주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번 발표된 시범지역은 총 31건으로, 6개 광역지자체 및 43개 기초지자체가 선정됐다. 31개 시범지역은 19개 선도지역과 12개 관리지역으로 구분되며, 선도지역은 3년간의 시범운영기간이 지나면 교육발전특구위원회 종합평가를 거쳐 정식 특구로 지정된다. 지정 평가를 통과했지만 하위권인 나머지 12곳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매년 연차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선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기존에 IB를 도입하고 있는 지역 외에도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IB 도입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제주도와 대구는 2019년부터 IB 도입을 통해 초‧중등 교육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지만 이번 교육발전특구에서는 강원도 춘천시, 경북 구미시, 경북 안동시‧예천군, 전북 익산시‧남원시‧무주군‧부안군, 전남 나주시‧목포시‧무안군‧신안군‧영암군‧강진군 등도 IB 도입을 예고했다.

IB는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연구·개발한 국제 인증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IB는 객관식 평가가 아닌 서술형 위주의 교육과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학생들의 학업역량, 비판적 사고, 창의성 등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둔다. IB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학교 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학교 DP(Diploma Programme) 등으로 나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특구를 통해 지방에서부터 교육혁명이 시작될 것”이라며 “지역의 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지역소멸과 저출산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선도할 제2의 한국교육의 기적을 일궈내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IB 도입·운영 시도교육청 협의체 대표)이 지난 22일 세종 메리어트호텔에서 함영기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김일수 충청남도부교육감과 함께 '2024년 국제 바칼로레아(IB)프로그램 도입,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2023년 7월, 대구, 경기, 전남, 제주교육청 IB 한국어화 공동추진 업무협약 기 체결. (사진=대구시교육청)
강은희 대구시교육감(IB 도입·운영 시도교육청 협의체 대표)이 지난 22일 세종 메리어트호텔에서 함영기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김일수 충청남도부교육감과 함께 '2024년 국제 바칼로레아(IB)프로그램 도입,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2023년 7월, 대구, 경기, 전남, 제주교육청 IB 한국어화 공동추진 업무협약 기 체결. (사진=대구시교육청)

■ IB 교육, 본격 확산 조짐…대구 중심으로 협력 논의 = 지난해는 국내 교육에서 IB가 본격적으로 확산이 시작된 해다. 이미 IB를 도입해 초‧중‧고교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 제주지역을 넘어 서울, 경기, 부산, 전남, 전북, 충남 등도 IB 교육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IB 도입을 위해 준비 시간을 가졌던 각 지역은 지난 22일 안정적으로 IB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를 중심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날 대구시와 서울‧경기‧인천‧충남‧전남‧전북‧제주교육청은 ‘2024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운영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공교육 내 IB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IB 본부와 협력, IB 도입‧운영 우수 사례 교류, IB 운영을 위한 교원 연수 등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골자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대구교육청이 전격 도입한 IB 프로그램의 우수성과 성과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크다”며 “지역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해 학생들이 학습력과 자기 주도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된 ‘교육국제화특구’ 또한 IB의 확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음을 증명한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경기 화성, 광주 광산구, 대구 수성구, 부산 남구, 세종 등 12개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교육 국제화 사업을 중점 추진하는 ‘교육국제화특구’ 3기 지역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신규 지정된 지역은 △경기 화성 △광주 광산구 △대구 수성구 △부산 남구, 서부산(사하·사상구), 중구, 해운대구 △세종 △제주 서귀포시 △충남 당진, 천안, 홍성·예산 등 12곳으로, 이 중 광주 광산구와 세종 2개 지역을 제외한 10곳은 모두 ‘교육과정 혁신형’ 특구로 지정됐다. ‘교육과정 혁신형’ 특구의 경우 IB를 비롯한 국제공인 교육과정을 도입하거나 특색있는 교육과정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이들 10곳 모두 IB 교육을 도입하고 있거나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IB 도입의 문제들 차츰 해소되나…남은 과제는 ‘초‧중‧고 교육 연계성’ = IB 프로그램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는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교육과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가 국제공인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국내 교육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여러 지점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으로는 ‘대입과의 연계성’을 들 수 있다. 현재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해야만 입학이 가능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IB 교육과정을 대학 입학 신입생 평가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며, 정부 또한 교육발전특구, 교육국제화특구 등 국책사업을 통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교육계 관계자들이 주목했던 부분은 올해 결과가 나오는 IB DP 1기 졸업생들의 결과다. 자율형사립고가 아닌 공교육에 IB를 도입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마침내 3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처음으로 대학에 지원한 결과를 받기 때문이다.

제주 표선고의 경우 DP 평가 응시자 26명 전원이 DP 과정 전체 디플로마 또는 과목별 이수증을 취득했다. 11명은 디플로마, 15명이 과목 이수증을 각각 취득했다. 또한 2024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한국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경북대사대부고에서는 30명의 학생이 IB 과정을 이수한 결과, 8명은 DGIST,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등 연구중심대학에, 나머지 22명은 연세대‧고려대 등 국내외 주요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들 또한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 서울대는 지난 6일 2028학년도 대입부터 수시‧정시 모두에서 수능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안을 내놨다.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고, 정시에서도 같은 등급의 성취도를 동일하게 인정한다는 계획이며, 현재 서울 주요대학에 40%로 정해져 있는 정시 선발 비율도 교육당국과 협의해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즉, 2028학년도부터는 비수도권에서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도 전형에 관계 없이 자유롭게 서울대 수시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그간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뿐이었다.

다만, 각 지역에서 IB 도입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한 지자체에서 IB를 도입할 경우 같은 학군에 초등, 중등, 고등학교까지 IB를 도입하지 않으면 초‧중‧고 교육이 연계되지 않는다. 이처럼 초‧중‧고의 교육이 연계되지 않으면 IB 도입 취지가 퇴색될 뿐만 아니라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입시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반고교 수업과 서술형‧논술형 중심의 IB 방식의 수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IB를 도입한 지역에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IB를 도입한 지역에서 오히려 이에 대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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