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형 지원한 국·공립대 중 유일하게 탈락한 충남대·한밭대
유력 후보였던 두 대학 탈락하면서 갈등 격화…중복제출 문제 불거져
두 대학 통합 여지 남았지만 충남대 총장 선거 변수로 부각

이진숙 총남대 총장(왼쪽)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오른쪽)이 통합 논의 선언문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진숙 총남대 총장(왼쪽)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오른쪽)이 통합 논의 선언문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충남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해 통합을 시도했던 충남대와 한밭대가 탈락 후유증을 겪고 있다. 충남대·한밭대 통합안이 한 대학의 이중 예비지정 신청서 제출로 인해 선정되는 데 실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총장 책임론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향후 세 번 더 신청이 가능한 글로컬대학에 두 대학이 다시 통합을 전제로 신청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혁신기획서를 제출했던 충남대와 한밭대가 탈락 이후 후폭풍에 휩싸인 모습이다. 충남대는 임기 막바지인 이진숙 총장 체제에서 내년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총장이 신청을 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또한 한밭대는 글로컬대학 선정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받고 있던 충남대·한밭대 통합안의 탈락 원인을 제공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무마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5월 31일까지 접수한 글로컬대학 신청서는 108개교가 94건이었으며, 이후 평가를 통해 예비지정 대학으로 15곳이 선정됐다. 대학가에서는 글로컬대학 선정이 대학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각 대학들은 신청서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중 일찍부터 통합을 준비해오던 충남대와 한밭대는 글로컬대학 선정에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다. 지난해 12월 28일 두 대학은 “대한민국 최고 명문 통합 국립대를 목표로 구성원이 만족하고 지역민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대학 혁신을 위해 통합 논의 시작의 출발을 함께 하겠다”며 ‘대학통합논의 공동 선포식’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9개 거점국립대 중 통합을 하지 않은 대학은 충남대와 충북대뿐”이라며 “충남대와 한밭대는 대전지역에 위치한 국립대학으로서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에 공개된 충남대-한밭대 혁신기획서에 따르면 두 대학은 통합을 전제로 ‘지역을 책임지는 통합대학’을 비전으로 △캠퍼스별 특성화로 대학-지역 복합체 구현 △학과·학문·대학·지역·글로벌 경계를 넘는 인재양성 여정 구축 △스타트업, 초격차 R&D, 지역전략산업이 융합된 산학협력 가치사슬 구축 △대학의 벽을 허물고 RISE 체계와 연계하는 오픈 거버넌스 △미래형 글로컬대학 표준성과관리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두 대학의 통합을 통한 글로컬대학 지원은 처음 각오와 달리 진통을 겪었다. 충남대 학생회의 반대와 한밭대 총동문회의 반대 등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혔을 뿐만 아니라 통합 과정 중 한밭대의 총장이 최병욱 총장에서 오용준 총장으로 바뀌면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대학은 지난 5월 31일 공동으로 글로컬대학 신청을 진행했다. 문제는 예비선정 대학을 추리기 위해 진행된 면접이었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혁신기획서를 제출 후 진행된 글로컬대학위원회와의 면접 과정에서 두 대학 사이에 통합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총장이 공동 신청서와 다른 신청서를 중복 제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결과 지난 6월 20일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15개 대학 발표에서 두 대학은 탈락했다. 국·공립대 통합을 전제로 공동형에 지원한 대학 중 충남대, 한밭대만이 미선정된 것이다. 이 같은 탈락의 후폭풍은 두 대학을 강타했다.

지난 7월 정종율 충남대 기획처장은 입장문을 통해 충남대-한밭대 공동 추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서(혁신기획서) 제출 과정에서 늑장 제출, 추가 제출 과정에서 누락된 IST과학공학원 등에 대해 비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오용준 총장은 지난 8월 7일 ‘한밭대 가족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총장인 저의 몫”이라며 “제안서 중복제출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는 통합대학에 우리 대학의 역량과 가치를 담고자 한 시도가 어긋나며 생긴 진통이라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어 “충남대와의 통합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글로컬대학 사업의 추진 필요성을 여전히 확신한다”며 내년에 있을 글로컬대학 신청과 관련해 충남대와의 통합 신청 여지를 남겨놨다.

그러나 통합과 관련된 두 대학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내년 글로컬대학 사업은 1월 공고 후 4월 사업선정 일정이다. 그러나 충남대는 올해 2학기에 총장 선거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 2월에는 새로운 총장이 취임한다.

충남대 관계자는 “내년 글로컬대학 신청 준비를 현 총장 체제 하에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밭대와 통합을 전제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정 실패로 실망스러운 것은 맞지만 글로컬대학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밭대는 현재 오 총장의 입장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밭대 관계자는 “조만간 총장님이 (글로컬대학 신청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얘기하면 그 이후에 논의를 시작할 것 같다”며 “통합을 전제로 준비를 하든 자체 혁신안을 내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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