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다문화·장애 경계 사라져…“출발선이 동일한 세상 만들어야”
‘메타버시티2.0’, 메타버스와 챗GPT 만남…남은 과제는 대중성·접근성 확보

김준호 동서울대 교수. (사진=주지영 기자)
김준호 동서울대 교수. (사진=주지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메타버스 기술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메타버시티는 누구나 출발선이 같은 ‘공평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김준호 동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기술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메타버시티는 메타버스(Metaverse) 기술에 대학(University) 개념을 더한 플랫폼이다. 교수와 학생들은 이곳에서 수업과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전자IT미디어공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방송통신정책 석사와 융합미디어콘텐츠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의 ‘메타버시티(Metaversity) 프로젝트’에서 기술 개발 핵심 인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메타버시티 기획, 시스템 구축, 운영 등 프로젝트 전반에 참여했다. 지난 8월에는 그동안 100여 건이 넘는 교수, 학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버전을 높인 ‘메타버시티2.0’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 메타버스에서 현실 제약 벗어나…평등하게 능력 펼친다 = 김 교수는 “메타버시티가 다문화, 장애인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가는 발판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로 만난 사람이 현실에서 장애인인지 다문화가정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받던 제약에서 벗어나 평등하게 각자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그 예로 지난해 메타버시티 동서울대 콘서트홀에서 생중계된 발달장애인 연주단체 ‘드림위드앙상블’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발달장애인 단원들이 채팅으로 비장애인과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가능성을 봤다”며 “유료 공연을 할 만큼 실력도 뛰어났기 때문에 메타버시티에서 발달장애인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교수와 드림위드앙상블 측은 발달 장애인 교육에 사용할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또 단원들의 클라리넷 분해 과정을 3D모델링으로 구현해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가 연구실에 있는 발명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김 교수가 연구실에 있는 발명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 메타버시티, 성인학습자 재도약 이끈다…대중성 확보는 숙제 = 김 교수는 메타버시티가 성인습자들의 입학 문턱도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성인학습자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인 메타버스를 이용해 인생 후반기에 재도약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전문대의 입학자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가운데 등장한 메타버스와 메타버시티가 학령인구 감소로 존폐 위기에 놓인 전문대에 새로운 전환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메타버시티의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재미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생들이 친구와 놀기 위해 메타버시티에 들어오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메타버시티에 들어갔는데 혼자 있으면 10분도 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시티2.0’은 김 교수의 이런 생각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다. 그는 “학생들 간의 동시다발적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메타버시티2.0에서는 소셜네트워킹 기능을 강화했다. 기존 SNS처럼 팔로우, 팔로잉으로 친구를 사귈 수 있고 개인 공간에 친구를 초대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챗GPT를 이용한 ‘개인 아바타’ 제작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챗GPT로 아바타를 제작하면 나만의 아바타를 제작할 수 있다”며 “사용자가 본인 개성을 넣은 아바타로 활동하면 자아를 투영하게 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가 만든 아바타에 실제 자신의 성격유형(MBTI), 좋아하는 목소리까지 더한다면 아바타에 대한 사용자의 애정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챗GPT를 활용해 메타버스에 있는 공간을 가보고 싶던 나라, 영화 배경 등으로 꾸밀 수 있다면 사용자들이 더 자발적으로 메타버스 공간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재미를 더한 메타버스, 메타버시티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길 바란다. 그는 “메타버스는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전문대를 살리는 해결책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이 기술로 새로운 경험을 얻고 제2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도록 사용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고 있다. ‘재미’와 ‘평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준호의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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