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기획취재팀] 대학생 집단은 엘리트 집단이자 미래의 리더 집단이다. 따라서 한국대학신문의 대학생 의식조사는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 시사점이 크다. 정부의 정책 수립에도 중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공정성 부문
■ 역대 정부 공정의 가치 실현 선언은 ‘립서비스’ = 대학생들은 한국대학신문의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2022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45.8%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대체로 불공정하다’, 5.6%가 ‘매우 불공정하다’고 답한 데 이어 ‘2023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6%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심각하다’, 10.8%가 ‘매우 심각하다(10.8%)’고 답했다. ‘보통이다’ 27.8%, ‘심각하지 않다’ 3.4%, ‘전혀 심각하지 않다’ 0.4%였다.

‘2022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대비 ‘2023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보는 대학생 비율이 증가했다. ‘2022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는 51.4%(‘대체로 불공정하다’ 45.8%+‘매우 불공정하다’ 5.6%)로 과반이 조금 넘었지만, ‘2023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는 68.4%(‘심각하다’ 57.6%+‘매우 심각하다’ 10.8%)로 70%에 육박했다.

정치권發 사건이 공정의 가치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집권하며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으로 역풍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도 공정의 가치를 강조했지만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으로 공정의 가치가 흔들렸다. 결국 대학생들 입장에서 역대 정부의 공정의 가치 실현 선언은 소위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방치할 수 없다. 부조리는 근절 대상이다. 이에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요소로 ‘뇌물·부정부패(34.4%)’를 꼽았다. 이어 ‘내로남불(15.6%)’, ‘집단이기주의(14.8%)’, ‘특권의식(13.4%)’, ‘혈연·지연(11.4%)’, ‘이념논리(8.0%)’, ‘무사안일(1.4%)’ 순이었다. 

대학생들의 답변에서 공통지점이 보인다. 바로 정치권의 개선 노력이다. ‘뇌물·부정부패’와 ‘내로남불’은 정치권과 직결된다. 역대 한국대학신문의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도 정치인은 불신 대상 1순위의 불명예를 얻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공정의 가치 실현을 위해 정치권이 먼저 부조리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대학생들의 주문이다.     

#저출산 현상

■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 ‘제각각’ =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세가 가파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대통령·이하 저출산고령사회위)에 따르면 1991년 합계 출산율 1.71명, 출생아 수 71만 명에서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 출생아 수 약 24만 명으로 감소했다. 한 세대 만에 합계 출산율은 2분의 1, 출생아 수는 3분의 1이 하락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0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서 세계 최저 순위(198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 인구는 2022년 12월 31일 기준 5143만 9038명으로 집계됐다. 주민등록 인구는 2020년 5183만 명, 2021년 5164만 명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 

그렇다면 저출산 심화의 원인이 무엇일까?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저출산 심화의 원인으로 만혼과 비혼 증가를 꼽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에 따르면 30대 미혼 비중은 1990년 ‘9.5%(남)·4.1%(여)’에서 2020년 ‘50.8%(남)·33.6%(여)’로 늘었다. 초혼 연령은 1991년 ‘27.9세(남)·24.8세(여)’에서 2021년 ‘33.4세(남)·31.1세(여)’로 올랐다. 

만혼과 비혼 증가는 복합적 사회경제 요인에 기인한다. 취업난 장기화, 고용 불안정, 주거 비용과 양육비 부담, 초경쟁적 사회 환경 등으로 결혼·출산 지연 또는 포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에 ‘N포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연애, 결혼 등을 포기한 세대를 뜻한다.

문제는 저출산 심화의 부작용이다. 저출산이 심화되면 인구가 감소, 지역소멸과 고령화를 가속화시킨다. UN은 총인구 비율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후 고령 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 고령인구는 2022년 12월 31일 기준(행정안전부 자료) 926만 7290명으로 총인구의 18.0%를 차지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된다. 

대학생들도 출산율 저하 현상과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57.2%가 ‘잘 안다’, 29.4%가 ‘매우 잘 안다’고 답했다. 12.2%는 ‘보통이다’, 1.0%는 ‘잘 모른다’, 0.2%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그러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은 다양했다. ‘결혼과 아이(출산) 모두 희망’은 47.4%, ‘결혼만 희망’은 29.6%, ‘결혼과 아이 모두 비희망’은 21.4%, ‘아이만 희망’은 1.6%였다. ‘결혼만 희망’ 응답 비율이 29.6%, ‘결혼과 아이 모두 비희망’ 응답 비율이 21.4%로 출산 기피 비율이 과반수 이상(51.0%)이다. 대학생 2명 중 1명이 출산을 기피한다는 의미다. 저출산 시대의 방증이다. 

특히 아이를 희망하지 않는 이유가 주목된다. 1순위 이유는 ‘키울 자신이 없어서(33.3%)’였다. 2순위는 ‘앞으로의 한국의 교육 환경에 대한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23.6%)’, 3순위는 ‘구속받을 수 있고 자유로운 시간이 사라져서(21.2%)’, 4순위는 ‘일과 육아가 양립하기 어려워서(12.9%)’, 5순위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7.1%)’, 6순위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많아져서(2.0%)’였다.  

자의적, 사회구조적 원인이 복합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 해결은 국가적, 사회적 과제다. 이에 한국대학신문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대학생들의 출산 기피 이유를 면밀히 분석, 정부 정책 수립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 대학·입시정책 부문
■ 입시제도, 대학 서열화 개선 시급 = ‘1999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대학생들은 대학 진학 이유로 응답자의 28.3%가 ‘자아실현’을 꼽았다. 이어 ‘졸업 후 진로(26.7%)’, ‘다양한 경험(13.0%)’, ‘학문 연구(11.0%)’ 순이었다. 그렇다면 ‘2023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는 어떨까?

취업이 단연 대학 진학 이유 1순위로 꼽혔다. 48.6%가 대학 진학 이유로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이라고 답한 것. 이는 5년 연속 결과가 동일하다.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 응답 비율은 2018년 39.3%, 2019년 51%, 2020년 51.6%, 2021년 51%, 2022년 48.2%로 매년 1위 응답에 올랐다. 시대상의 현주소다. 취업난 장기화로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캠퍼스 낭만이 존재했지만, 지금 대학은 취업을 위한 전쟁터다.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 외에도 14.8%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 13.8%는 ‘다양한 경험 가능’, 9.0%는 ‘학문 연구’, 6.0%는 ‘부모의 권유’, 4.8%는 ‘신분 상승 기회 확보’, 1.2%는 ‘인간관계 확대’, 0.8%는 ‘배우자 선택을 위한 좋은 조건 획득’이라고 각각 답했다. ‘다양한 경험’과 ‘학문 연구’ 비율이 점차 뒤로 밀리는 추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명 윤석열표(表) 대학 정책과 입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 정책 키워드는 ‘지역’과 ‘탈(脫)규제’다. 이를 위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Education·RISE, 이하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이 목적이다. 

라이즈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글로컬대학30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선도할 30개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대학 설립 4대 요건(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과 비수도권 대학원 정원 규제 완화 등 대학 규제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입시 정책 키워드는 사교육비 경감과 공정이다.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정 수능 차원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소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할 방침이다.

올해로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 하지만 현 정부의 대학 정책과 입시 정책에 대해 대학생들은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현 정부의 대학 정책이나 입시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37.2%가 ‘그렇지 않다’, 12.6%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부정 평가 비율은 총 49.8%로 절반 수준이다. 43.2%는 ‘보통이다’, 6.4%는 ‘그렇다’, 0.6%는 ‘매우 그렇다’고 답해 긍정 평가 비율은 사실상 7.0%에 불과했다.

대학 정책, 입시 정책에서 개선과제로는 ‘입시제도(37.8%)’가 1순위로 꼽혔다. 입시제도가 대대학 진학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순위는 ‘대학 서열화(27.6%)’다. ‘대학 서열화’ 응답 비율의 경우 수도권(24.5%)보다 강원권(42.9%), 충청권(34.7%) 등 지방에서 높았다.  

3순위는 ‘교권 확립 및 학습권 보호(19.2%)’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으로 교권침해 논란이 확산되며 대학생들도 교권 확립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4순위는 ‘반값등록금 재검토’로 13.4%가 선택했다. 2011년 반값등록금 정책이 발표되고 2012년부터 시행되면서 대학들의 재정난은 가중되고 있다. 재정난은 대학교육 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피해는 대학생들의 몫이다. 이에 대학생들도 반값등록금 재검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이 대학 정책, 입시 정책에서 ‘입시제도(37.8%)’를 1순위 개선과제로 꼽은 가운데 대학생들은 ‘가장 공정한 대입 평가 요소’로 수능을 선택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정 수능 차원에서 추진하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지시한 데 이어 교육부는 발 빠르게 킬러 문항 출제 배제 방침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그간 논란이 돼 온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성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이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3년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50.2%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34.4%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15.4%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한 정부는 ‘킬러 문항’ 출제 배제가 사교육 과열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10명 중 7명은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즉 39.6%가 ‘그렇지 않다’, 28.4%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응답자의 68%는 ‘킬러 문항’ 출제 배제로 사교육 과열이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킬러 문항’ 출제 배제가 사교육 과열을 해소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1%(‘그렇다’ 9.8%+‘매우 그렇다’ 1.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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