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건국대, 자체 보고서 발간해 대학 ESG 데이터와 방향성, 해외대학 동향 등 소개
ESG 연구 활성화 위해 지원 나서는 고려대, 자체 ESG 경영 평가기준 마련한 경희대 ‘주목’
MBA 과정에 ESG 트랙 신설, 일반 대중들 위한 교육과정 신설…다음 세대 위한 노력 이어가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등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미래 사회를 앞두고 많은 대학들이 학교 차원에서 ESG 거버넌스 구축 및 성과 공시 등 ESG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ESG 경영은 대학 운영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입과정에서 단순 도입에 그치지 않고 학교에 요구되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ESG 경영 방식을 대학에 맞게끔 치환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들은 학교의 특징과 ESG 요소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ESG 정책을 내놓고 있다. 조직개편을 넘어 인재 양성, 연구, 교육과정 개편 등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내 주요 대학들을 살펴봤다.

서울대가 발간한 ‘SNU GREEN REPORT 2021’ 표지. (사진=서울대)

■ 학교의 ESG 데이터와 미래 방향성 보여주는 ‘ESG 보고서’ 발간 = 서울대학교는 2008년 ‘Sustainable SNU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학교 선언’ 이후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해 환경, 사회, 경제가 균형을 이룬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교내 지속가능발전연구소에서 그린리포트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표해 대학의 ESG 데이터와 미래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2014년부터 발간해온 ‘서울대학교 그린리포트’는 대학의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해 에너지 효율화 사업 현황, 에너지 소비 특징, 세계 주요 대학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학생 활동 등 대학 내 ESG 데이터가 담겨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에는 △복지와 건강 △교육 △인권과 성평등 △에너지와 기후변화 △자원, 폐기물, 생태계 △노동과 산학연 △문화, 교통, 주거 △대외협력과 정책기여 등으로 나눠 사회 전반에 걸친 분야에서 서울대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앞선 보고서에는 대학 본부 주도의 ESG가 아닌 학생 주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담아냈다. 친환경 학생 활동 캘린더를 조성해 학생들의 ESG 활동을 월별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으며, 대학 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한 구성원 인식조사를 통해 온실가스 사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건국대 ESG지원단이 발간하는 ‘KU ESG Brief’ 표지. (사진=건국대)

건국대학교도 ESG지원단을 중심으로 2022년 8월부터 ‘KU ESG Brief’를 2~3개월 주기로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학의 ESG 경영 현황,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ESG 경영체계, 국내·외 기업 동향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글로벌 동향과 국내외 기업 동향까지 확인할 수 있다.

단순 ESG 소개에서만 그치지 않고 ESG 경영을 위한 효과적 방법을 제시하거나 해외 대학의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발간한 ‘KU ESG Brief 제5호’에는 대학이 ESG 경영을 하면서 챗GPT 같은 오픈 AI를 활용할 시 발생하는 기대효과를 담아내며 눈길을 끌었다.

2월 발간한 4호에는 UN이나 유럽의 ‘발트대학교 프로그램(BUP)’에서 실시하는 ESG 이니셔티브를 살펴보고 하버드, MIT, UC 버클리 등 해외 대학의 대학 ESG 경영공시를 소개하는 등 국내보다 ESG 경영을 먼저 도입한 해외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윤동열 건국대 산학협력단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 코로나19 펜데믹 등 예측하기 힘든 환경의 변화로 인해 ESG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며 “ESG지원단은 ESG에 대한 인식 확산과 ESG 경영의 일환으로 ‘KU ESG Brief’를 발간하고 있다. 앞으로도 심도 있는 관련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3 글로벌 ESG 포럼’에 참석한 이재혁 고려대 ESG연구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 관련 연구 주력…기업과 지자체 위한 ‘ESG 경영 평가 지표’ 개발까지 = 고려대학교는 지속가능한 대학발전을 위한 대학경영 원리를 강조해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실현하겠다고 밝히는 등 ESG 경영에 적극 나서는 대학 중 하나다. 지난 3월 준연구소였던 ‘ESG 연구센터’를 정식연구소인 ‘ESG 연구원’으로 승격시키면서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SG 연구원은 공공기관·산업계의 연구 수요 발굴 및 대외협력 사업 등을 수행해 경영학 및 기업경영 실무와 관련된 ESG 패러다임을 선도적으로 변화시킴과 동시에 융복합 연구와 ESG 경영사례를 제시하는 등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연구 촉진을 위해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제공하고 ESG 관련 빅데이터 축적 및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법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고려대는 다양한 행사와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경영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ESG 융복합연구 공모전’을 운영했으며 6월에는 경영대학 교원을 대상으로 ‘ESG 경영사례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선발된 팀의 결과물을 추후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ESG 위원회’ 출범식에서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가 개발된 ‘공공 ESG(P-ESG) 평가 모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희대)
지난 5월 ‘ESG 위원회’ 출범식에서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가 개발된 ‘공공 ESG(P-ESG) 평가 모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희대)

경희대학교는 ESG 관련 평가 지표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지난 5월 글로벌 지역과 도시, 그리고 지자체의 ESG 활동과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공공 ESG(P-ESG) 평가 모형’을 발표했다. 당시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주류로 떠오르며 평가할 기준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대전환의 주요 단위인 지역과 도시의 기후변화 또는 지속가능성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글로벌 지표가 부재해 이를 평가하고자 모형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가 지표는 ESG 분야별로 각각 E 32개, S 28개, G 30개의 세부 지표로 나눴다. 이중 E는 △기후변화 △오염물질 배출 △자원관리 △환경관리 △환경평판에, S는 △인구/경제 △주거/안전 △사회/인프라, G는 △전략과 정책 △행정성과 △재정관리 △이해관계자 △내부통제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분류돼 관리한다.

연구팀은 지표 간 가중치를 조정하기 위해 ESG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52명의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세부 지표의 가중치를 결정했고 세부 지표의 적정성, 추가 지표 필요성, 해외 지표 구성에 대한 자문 등을 수렴했다. 유형별 지표 값은 기업의 ESG 평가기관의 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최종 결과를 도출했다. 이렇게 도출된 국내 지역별로 ESG 순위를 나누기도 했다.

경희대 측은 개발된 ESG 지표를 활용해 평가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열린 경희대 ESG위원회 제1차 전체 회의에서 오형나 교수 연구팀은 지표를 통해 인구 100만 이상의 아세안 지역 대도시를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가 결과는 다가올 11월 말에 중간보고를 거쳐 내년 초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 국내 최초 MBA 과정에 ‘ESG 트랙’ 신설…일반인까지 고려한 ESG 교육과정 운영 = 한양대학교는 정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ESG 관련 교육과정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다. 경제적 가치 창출에 더해 환경 및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ESG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해 국내 최초로 Professional MBA 과정 내에 ESG 트랙을 신설하는 등 교육과정 개발·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2021년 2학기부터 개설된 한양대 MBA ESG 트랙 ‘HUBS ESG’의 전 과목은 실시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하며 현장에서의 ESG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그렇게 배출된 전문 인력이 ESG 요소를 바로 접목시킬 수 있도록 ‘Foundation -> Advanced -> Practicum’의 3단계 커리큘럼을 구축, ESG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양대 관계자는 “국내외 경영 현장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ESG를 비롯한 최신 경영트렌드를 교육 커리큘럼에 접목시켰다”며 “ESG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양대 MBA는 현장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가 운영하는 ‘2023 기초/심화 ESG 교육과정’ 공고 포스터의 모습. (사진=중앙대)
중앙대가 운영하는 ‘2023 기초/심화 ESG 교육과정’ 공고 포스터의 모습. (사진=중앙대)

학생을 넘어 일반 대중들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뛰어든 대학도 있다. 중앙대학교가 대표적이다. 중앙대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ESG를 연구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ESG실천리더’ 양성을 위해 ESG최고위과정을 운영한다. 교육과정은 기초과정과 고급과정으로 구분해 학기별로 ESG 경영에 대한 소개와 주요 이슈, 사례 분석, 관련 리더십 과정을 가르친다.

이중 ‘탄소중립 ESG최고경영자과정’의 경우 탄소중립과 ESG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공학적 해법으로 고도화한 기술경영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해당 과정은 지난해 1기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Environmental Stewardship’을 실현하고 ESG 준법 경영의 노하우를 갖춘 경영인 양성을 목표로 2기 과정이 운영 중이다.

텀블러 지급, ‘반려해변’ 입양, 종이 없는 회의 등 기존 대학 활동에서 ESG 요소 찾아내기도 = 교내 활동과 기존 대학 업무에서 ESG 요소를 활용하는 대학들도 있다. 이중 경인여자대학교는 대학 구성원에게 텀블러를 지급하고 교내 곳곳에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하는 등 교내 환경보호를 위해 나섰다. 대학 측에서는 교내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개최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ESG 적극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축제 기간 동안 푸드트럭 등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학교 측에서 지급한 텀블러를 준비하지 못한 이들에겐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등 대학과 학생들이 함께 ESG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동대가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입양한 ‘반려해변’ 일광해수욕장에서 환경 정화활동 ‘플로깅’을 진행했다. (사진=대동대)
지난 9월 대동대가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입양한 ‘반려해변’ 일광해수욕장에서 환경 정화활동 ‘플로깅’을 진행했다. (사진=대동대)

대동대학교는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전문대학 최초로 ‘반려해변’인 일광해수욕장을 입양해 재학생과 교직원들이 환경 정화활동 ‘플로깅’을 펼치는 등 친환경 선도대학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반려해변 프로그램은 1986년 미국 텍사스(Texas)에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해변 입양 프로그램으로 해변을 기업 또는 단체가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사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울경 지역 환경 거점 No.1’이라는 목표 아래 ‘그린슈머 실천센터’를 만들고 부산 내 8개 환경단체와 ESG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에서는 ESG 캠페인과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환경 소비자 리더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설립해 그린슈머 인증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건양대가 총장을 포함한 대학 보직자 및 중간관리자 회의에서 종이 없이 진행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건양대)
지난해 건양대가 총장을 포함한 대학 보직자 및 중간관리자 회의에서 종이 없이 진행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건양대)

ESG 가치 도입을 선언한 건양대학교는 지난해 보직자 및 중간관리자 회의에서 종이 없이 진행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회의’를 진행해 주목받았다. 2021년부터 ESG를 대학 교육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한 건양대는 보직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자료를 종이인쇄물 형태로 나눠주던 것을 없애고 태블릿PC를 이용해 디지털 형태로 보도록 조치했다.

또한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과 함께 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교내에 설치해 학교 구성원들이 업무 및 일상생활에서 ESG 중심의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네프론은 재활용품을 투입구에 넣으면 인공지능 센서가 캔과 페트병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압착해 수거하는 자원순환 로봇이다.

설치된 네프론은 재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누구나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면 라벨과 뚜껑을 제거한 투명 패트병을 투입할 수 있다. 투명 페트병 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되며 2000포인트를 넘어가면 수퍼빈 애플리케이션 또는 홈페이지 로그인 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렇듯 최근 대학가는 캠퍼스 내에서 ESG 실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학 경영은 물론 교육, 연구, 봉사 활동에 ESG 요소를 담아내며 대학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ESG 선도대학들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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