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학내 온실가스 배출량 등 5가지 분야 양질의 ESG 데이터 공개
영국 UCL, 연구결과 공시 등 학생 주도로 ESG에 동참 유도…전공 전문성 향상
ESG채권 발행으로 ‘대학 재정 확보와 ESG 역량 강화’ 둘 다 잡은 일본 대학 ‘주목’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최근 대학들이 지속가능 캠퍼스 조성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반 경영 도입을 선언하고, ESG 맞춤형 교육과정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해외 대학들은 어떨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대학들과 달리 해외 대학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ESG 경영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궈가고있다.
해외에서는 전 세계 500개교가 넘는 대학들이 고등교육 지속가능성을 위해 ‘탈루아르 성명’을 시작으로 대학에 ESG 경영을 실현해왔다. 북미 지역만 해도 1000개교가 넘는 대학이 ESG 경영에 대한 데이터를 자율적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등급과 평가 시스템까지 구축됐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ESG 경영을 대학 운영에 도입한 국내 대학과 달리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온 해외 대학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이들의 정책과 비전, 우수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ESG 정책을 펼치고 있는 해외 주요 대학들을 살펴봤다.
■ 하버드대, ESG 관련 정량적·구체적 목표 제시…데이터 공개 통해 지속가능성 꾀해 = 미국의 하버드대학교는 ESG와 관련해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는 ESG 경영을 선도하는 대학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ESG 실천을 위해선 캠퍼스 구성원들의 협력과 공감, 나아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직 체계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이는 하버드대의 7가지 추진 체계에 잘 드러나 있다. 대학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을 비롯해 △과감한 목표 설정과 명확한 우선순위 규정 △행동 계획 수립 △관련 기준과 정책 제정 △행동과 혁신을 위한 자율권 부여 △조직 내외에서 적용될 수 있는 해결책 입증 △책임과 개선에 대한 정기적 검토 등으로 전 캠퍼스의 ESG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하버드 지속가능성 보고서(Harvard’s Sustainability Report)’에도 대학의 ESG 경영 의지를 보여준다. 해당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건강과 행복 △캠퍼스 운영 △자연과 생태계 △문화와 학습 등 5가지 키워드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의 경우 이미 2016년에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 목표를 달성했을 정도로 꾸준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대학은 2026년 화석연료 중립, 2050년이 되면 화석연료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버드대는 대학이 보유한 ESG 데이터를 가시화해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있다. 하버드 지속가능성 데이터 허브를 통해 학내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물 사용량, 쓰레기 배출량 등 양질의 데이터를 대중들에게 보여준다.
하버드대 측은 “대학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러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기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ESG 데이터 공개는 계속해서 시행해 나갈 과제이며 이는 향후 보다 나은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리서치 포트폴리오’ 활용…‘Sustainable UCL’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 = 영국의 대표 종합대학으로 알려진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 University College London)은 국제적 수준의 연구·교수진과 뛰어난 ‘리서치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속가능 성과를 알리는 ‘Sustainable UCL’을 만들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더 나아가 UCL은 2024년까지 뉴노멀 시대에 맞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대학 운영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UCL은 ‘Global Research, Local Solution’을 새로운 지속가능성 비전으로 설정하고, 고등교육 기관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ESG로 풀어나가고 있다.
일례로 학생들의 연구 결과를 사례 연구로 공시하는 등 학생들이 ESG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생 주도의 ESG 경영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공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UCL Consulting Society’는 UCL의 재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이니셔티브로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Little LEAF’는 iGEM 대회에 참여하는 전 세계 팀들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협력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영국 대학 6곳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지속가능성 컨퍼런스’에도 참여한다. 학생들은 직접 자신의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 단체 등을 SDG의 목표와 관련해 소개하고 공통 관심사에 대한 비전을 나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전공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견문을 넓혀간다.
UCL 관계자는 “학생들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구성원들과 ESG경영을 실천해나간다”고 밝혔다.
■ ‘ESG채권’ 발행에 적극 뛰어든 일본 대학, 정부의 든든한 지원까지 이어져 = ESG채권은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우리나라도 공기업과 은행권 중심에서 발행하던 것을 넘어 점차 제2금융권과 민간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8년 1조 5000억 원이었던 국내 ESG채권 발행금액이 2020년 39조 3000억 원으로 2년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미국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녹색채권(E)을 중심으로 ESG채권을 발행해 왔다. 발행액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고등교육기관(대학)의 ESG채권 발행액은 2020년 4억 6410만 달러에서 2021년에는 17억 달러로 3배 이상 뛰었다.
이런 행보에 일본 대학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대학교는 2020년 10월 대학 설립 이후 최초로 ‘제1회 국립도쿄대학법인도쿄대학채권’이라는 ESG채권을 발행했다. 발행의 목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글로벌 대응 전략을 연구하고 △안전 △스마트 △포용 원칙에 맞는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발행 규모는 200억 엔(2244억 원) 규모로 이율은 0.823%, 40년 만기(2060년 3월 19일)였다.
일본 도쿄공업대학의 경우 ESG채권 발행을 사립학교 법인의 사모채와 다른 새로운 금융상품으로서 주목했다. 대학은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의 다마치 캠퍼스에 건설할 고층빌딩 토지의 대출료 수입을 상환 원금으로 받기 위해 2024년까지 100억 엔 규모의 대학 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의 ESG채권 발행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지원 정책 마련을 위해 일본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이미 일본은 2020년 6월 대학 채권 관련 정령이 개정돼 전 국립대에서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
대학의 ESG채권 확산 움직임에 일본에선 대학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의사를 표명한 기업은 약 50곳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더불어 구입 희망 액수는 발행액의 6배 이상으로 ESG 경영을 표방한 대학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국내 대학의 ESG 경영 현주소는? = 이러한 해외 대학의 우수사례에 대해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대학들도 ESG 경영을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국내 대학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ESG 전환을 선언하고 있지만 아직 객관적 데이터나 등급을 제시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며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해외 대학의 우수사례를 검토해 우리나라 대학 상황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또 “미국과 영국 및 캐나다의 주요 대학들은 대학 기부금 기금 운용에도 ESG 기준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대학 운영에서 ESG 개념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국내 대학들도 다양한 방면에서 ESG 경영을 도입한다면 해외 대학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