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혁신방안’ ‘글로벌 R&D 추진전략’ 발표
혁신‧도전적 연구 예비타당성조사 적극 면제, 성공‧실패 폐지
연구시설‧장비도입 조달 기간 ‘120일 → 50일’로 단축
단기적 투자에서 벗어나 기초·원천기술·차세대 기술 중심 투자로 전환
국가전략기술, 탄소중립기술 분야 글로벌 R&D 전략지도 수립

27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R&D 혁신 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브리핑 캡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정부가 연구개발(R&D) 환경 조성을 위해 도전·혁신적인 R&D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적극 인정하면서 실패를 용인하도록 평가등급을 폐지하고, 동일기관 상피제 등 기존 규제를 폐지한다. 연구에 필요한 연구시설과 장비 조달기간도 기존 120일에서 50일로 줄이기로 했으며, 글로벌 R&D 투자 규모를 향후 3년간 총 5조 4000억 원+α 이상, 6~7%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는 27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3차 전원회의에서 심의·확정한 ‘윤석열 정부 R&D 혁신 방안(이하 R&D 혁신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이하 글로벌 R&D 전략)’을 발표했다.

■ 혁신‧도전적 연구 예비타당성조사 적극 면제, 평가등급·동일기관 상피제 등 기존 규제 폐지 = R&D 혁신방안에 따르면 R&D에 맞지 않는 관리자 중심의 제도와 규제를 없애고 도전적‧혁신적 연구가 우대받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혁신, 현안 중심의 단기적 투자에서 벗어나 정부R&D 본연의 역할인 기초·원천기술·차세대 기술 중심 투자로 전환하는 투자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전적인 연구에 대해 실패를 용인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후속과제 선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성공·실패를 구분 짓는 평가등급을 폐지한다. 컨설팅·동료평가 등 정성적 검토로 전환하는 대신 연구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연구자의 학업 이력, 연구 성취도, 유망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잠재력과 탁월성이 높은 연구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연구자·과제정보DB와 고용보험DB 연계(가명정보 결합), 글로벌 인력지도 등을 활용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재정책 수립도 추진한다.

도전적 R&D에 필요한 최신·고성능 연구시설·장비 도입계약에 걸리는 기간도 기존 120일에서 50일로 대폭 단축한다. 조달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연구시설·장비 구매를 수의계약 대상에 추가하도록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연구 성과가 뛰어난 연구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료 사용 규정도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을 개정해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기술료 보상 비율을 현행 50%에서 60% 이상으로 상향하고, 우수IP를 보유한 연구자에게 사업화 R&D를 지원해 IP 스타과학자를 육성할 계획이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도전적·혁신적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패스트트랙이나 면제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도전·혁신성이 높은 사업에 대해서는 기존의 선정·탈락 중심의 심사에서 벗어나 전문가 검토와 대안 제시를 통해 기획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우수 연구과제 착수 및 연구비 집행 지연 등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는 글로벌 공동연구와 기초연구 사업부터 시범적으로 연구과제비 사용기간과 ‘회계연도’ 일치 적용을 제외할 예정이며,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단계적 폐지를 검토한다.

시스템에 등록된 연구비 사용 증빙자료는 별도 문서로 보관하지 않고, 정산‧감사 시에도 시스템에 등록된 자료를 활용하도록 대통령령으로 법제화해 ‘종이 없는 연구행정’을 실현한다.

연구과제 신청자와 동일한 기관에 속하는 연구자의 평가 참여를 제한하는 상피제도를 폐지한다. 대신 평가위원 및 평가결과를 피평가자에게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평가위원의 이해상충행위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강령 등을 통해 전문성과 공정성 간의 균형을 맞춰 나갈 계획이다.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평가위원 발굴을 위한 ‘평가위원 평가제’를 도입하고, 기획위원이 선정-최종 평가까지 참여해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는 ‘책임평가위원제’도 확대한다.

연구과제 당 연구비는 적정규모 이상(최소 1억 원 이상)으로 지원해 의미 있는 성과가 창출될 수 있게 독려한다. 다만 학생‧포닥 연수지원, 순수 이론 연구, 개념연구 등 소액(1억원 이하)으로 충분한 연구가 가능한 분야는 소규모 연구를 유지한다.

정부는 세계 기술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 R&D’를 연 5조 원 수준으로 지속 투자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 시 파급효과가 큰 한국형 ARPA-H(복지부), 한계도전 프로젝트(과기정통부) 등과 같은 DARPA 방식 ‘고위험·고수익형 R&D’도 전격 추진하기로 했다.

출연연은 대학·기업이 할 수 없는 대형 원천기술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임무의 전진 기지인 ‘국가기술연구센터’(NTC, National Technology Center) 중심 체제로 전환, NTC에 핵심 연구인력과 장비를 집중해 역량을 결집한다.

글로벌 선도대학 육성을 위해 대학에 핵심 연구장비와 이에 필요한 운영인력을 함께 지원한다. 대학 내에 R&D 자원(인력·정보·지식)이 집적되고 대학의 연구역량을 확충할 수 있도록 대학 내 연구소와 같은 연구기반 구축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세계적 수준의 독립된 연구자로 빠르게 성장하도록 초기 연구실구축을 지원(최대 5억 원)하고, 연구비 지원 규모도 대폭 확대하는 등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박사후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국외연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 R&D 6~7% 수준으로 확대·유지…글로벌 R&D 투자 5.4조 원 +α 이상으로 확대 = 글로벌 R&D 추진전략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세계 최고를 지향하도록 글로벌 R&D의 전략성을 강화하고, 국내의 우수 연구자가 글로벌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소규모·단발성의 국제협력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차원의 전략성을 반영해 글로벌 R&D의 체계를 ‘Two-Track(탁월성·개방성)+α(해외진출)’로 확대·개편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R&D 투자 규모를 당초 정부 R&D의 1.6% 수준에서 6~7% 수준으로 확대·유지해 글로벌 R&D 투자를 향후 3년간 총 5.4조 원 +α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R&D 예산 시스템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국가 간 상이한 예산 시스템을 고려, 글로벌 공동연구에 대해 유연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사업 집행의 회계연도 이월을 허용하고, 글로벌 R&D 프로젝트가 적기에 추진될 수 있게 사업 기간·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 ‘프로그램형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한-미-일을 중심으로 글로벌 R&D 사업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글로벌 R&D 협력 프로젝트도 신설하고 아세안, 중동 등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R&D 체계를 고도화한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12대 국가전략기술,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7대 탄소중립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술 우위, 세계적 연구기관 등을 분석·도출한 데이터를 담은 ‘글로벌 R&D 전략지도’를 구축해 글로벌 R&D의 이정표로 활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요 분야별로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발굴해 △예비타당성 신속조사 △정부 연구개발 예산 우선 반영 검토 등을 통해 글로벌 R&D가 적기에 추진되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총 11개 분야 프로젝트 후보 도출해 추후 과기자문회의를 통해 심의·확정할 계획이다.

다양한 기술 분야의 글로벌 R&D 사업이 차질 없이 기획, 추진될 수 있도록 해외 현지에서 전문 과학기술인이 직접 글로벌 R&D를 기획하고, 해외 우수기관과의 매칭 등 전주기 연구를 수행·지원하는 ‘글로벌 R&D 전략 거점센터’도 운영한다.

범부처 차원에서는 글로벌 R&D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글로벌 R&D 특별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특별위원회는 과기혁신본부장(위원장), 관계부처, 산학연 글로벌 전문가 등 총 25명 이내로 구성되며, 글로벌 R&D 정책심의·현안대응·플래그십 프로젝트 심의·선정·전략거점센터 지정 등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자와 해외 우수 연구자의 협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 개인 연구자 단위부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리더 과학자 정보를 담은 ‘국가전략기술 글로벌 인력지도’를 수립해 정부의 인력교류 사업과 연계할 예정이다.

또한 초기 연구자가 연구역량을 축적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인력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한국형 마리퀴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를 지원하는 탑티어 협력 플랫폼도 새롭게 구축해 국내외 연구자의 교류 경험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역량이 우수한 재외한인연구자와 국내 연구자와의 협업을 위한 재외한인연구자 유치 지원 강화 △재외한인연구자-젊은 연구자 공동연구 프로그램 추진 △개인 기초연구 글로벌 협력 활동 지원 △기초연구실·선도연구센터 등 집단 기초연구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 등도 시행한다.

또한 정부는 국가 간 전략적 우선순위를 고려, 과학기술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R&D와의 연계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연구제도와 보안체계를 확립하고,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 기준 및 협약·계약 방법 등 글로벌 R&D 상세 가이드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종호 장관은 “유능한 인재들이 혁신적 R&D에 마음껏 도전해 세계적 연구자로 성장,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최고의 연구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과기정통부 장관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책무”라며 “이번 안건들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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