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첨단분야’ 인재 양성에 드라이브
교육부‧과기부, 첨단분야 인재 육성 정책 발표하며 지원 강화
인재 삼키는 ‘의대 광풍’…“첨단학과만의 차별화, 이점 있어야”
“‘인재’ 육성 정책과 ‘인력’ 육성 정책 달라…본질적인 고민 필요”

첨단분야 혁신융합’사업 ‘반도체소부장’분야에 참여하는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학생들이 교내 반도체기술센터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
반도체기술센터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해 11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시작으로 글로컬대학30, 스터디 코리아 300K, 첨단분야 인재 양성 등 고등교육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톺아보기’를 통해 올해 추진하는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진단하고 보완 과제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향후 전망과 고등교육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안착을 위한 과제
② 학과 간 경계가 사라지는 대학들의 움직임
③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 교육의 방향

“이번 예산안에는 첨단 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원천 기술 및 차세대 기술 경쟁을 선도하는 데 필요한 우리 인재들의 글로벌 공동 연구에도 지원할 것이다. 원천 기술, 차세대 기술, 최첨단 선도 분야에 대한 국가 재정 R&D는 앞으로도 계속 발굴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첨단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었기 때문에 이는 예측 가능한 변화였다.

앞서 올해 2월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우리도 첨단분야 중 시급성, 중요성, 비교우위 경쟁력을 고려해 집중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핵심 분야를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며 “국가발전의 동력은 과학기술이고 관련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기조가 명확한 만큼 각 부처는 이에 발맞춰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반도체 등 첨단분야 석·박사 정원 증원을 비롯해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연합체(컨소시엄) 선정, 일반대학 첨단‧보건의료 분야 정원조정 등에 나섰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석·박사 고급 인재양성 대학 선정, ‘R&D 혁신방안’, ‘글로벌R&D 추진전략’ 등을 발표하며 첨단분야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했다.

■ 잇따른 첨단분야 인재 양성 정책…학부생부터 석사‧박사까지 = 급속도로 줄어드는 학령인구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구조 속에서 인재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의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물론, 기술과 밀접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생존의 위기에 처한 대학들 또한 첨단분야 학과 확대가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이에 적극적 호응을 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대학 첨단분야 정원배정 결과’에 따르면 이번 정원조정을 통해 수도권 10개 대학 19개 학과 817명, 비수도권 12개 대학, 31개 학과 1012명 등 총 22개 대학 50개 학과에서 1829명의 정원이 증원됐다.

수도권에서는 △서울대(218명) △가천대(150명) △세종대(145명) △성균관대(96명) △고려대(56명) △동국대(45명) △이화여대(30명) △서울과기대(30명) △연세대(24명) △덕성여대(23명)의 정원이 늘었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북대(294명) △전남대(214명) △충북대(151명) △충남대(82명) △연세대(분교, 75명) △전북대(71명) △부경대(38명) △금오공대(30명) △부산대(20명) △울산대(17명) △안동대(10명) △창원대(10명)이다.

분야별로는 △반도체(14개 학과) 654명 △미래차·로봇(11개 학과) 339명 △에너지·신소재(7개 학과) 276명 △바이오(5개 학과) 262명 △인공지능(7개 학과) 195명 △소프트웨어·통신(6개 학과) 103명 등이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교육부는 고급 인재인 석‧박사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23학년도부터 반도체 등 첨단분야 석·박사 정원을 1303명 증원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이 모두 충족된 경우에만 대학원 정원 순증이 가능했으나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 등의 후속 조치를 통해 교원확보율 기준만 총족해도 정원을 증원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24개 대학, 69개 학과(전공)의 첨단분야 석·박사 정원이 늘어났다. 증원 인원은 석사 907명, 박사 396명 등 총 1303명으로, 소프트웨어(SW)·통신 341명, 기계·전자 117명, 생명(바이오) 109명, 에너지·신소재 115명, 반도체 621명이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아울러 교육부는 지난 3월 대학이 별도의 계약학과를 설치하지 않아도 이미 설치돼 있는 일반학과 내에 계약정원을 추가 증원할 수 있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분야 계약학과의 정원을 해당 학년의 전체 입학 학생 수 또는 전체 입학 정원의 50%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기존 계약학과는 대학 전체 입학 정원의 20% 내에서만 학생을 선발할 수 있었지만 첨단분야에 한해 이를 풀어주는 조치다.

이 외에도 과기부는 디지털 분야 석·박사 고급 인재양성 대학 20곳을 신규 선정했으며, 지난달 27일에는 ‘윤석열 정부 R&D 혁신 방안(이하 R&D 혁신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이하 글로벌 R&D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R&D 혁신 방안‧추진전략에는 R&D 환경 조성을 위해 도전·혁신적인 R&D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적극 인정하면서 실패를 용인하도록 평가등급을 폐지하고, 동일기관 상피제 등 기존 규제를 폐지한다. 또한 연구에 필요한 연구시설과 장비 조달기간도 기존 120일에서 50일로 줄이고, 글로벌 R&D 투자 규모를 향후 3년간 총 5조 4000억 원+α 이상, 6~7%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 ‘의대 광풍’ 넘어 첨단분야 인재 양성 가능할까…“첨단학과만의 이점 가져야” = 첨단분야를 비롯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의대 광풍’이다. 이공계 학과를 졸업해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의대 증원 논의까지 이뤄지자 전문가들은 “첨단분야 학과로 인재가 올 수 있도록 할 만한 유입 요인이 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상위권 대학 첨단학과 입결 커트라인의 경우 의대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반수나 재수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들의 중도 탈락자 규모가 급증하는 모양새”라며 “정부가 아무리 첨단학과 정원을 늘려봤자 의대 광풍에 의미를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함”이라며 “첨단분야 학과를 졸업한 후 성공한 케이스가 많아야 증원이 의미를 갖게 된다. 각 대학 첨단학과들도 차별화를 통해 학과 자체만의 이점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부생뿐만 아니라 고급인력이라 칭하는 석‧박사 인재 이탈도 중요한 문제다. 최근 R&D 예산 삭감이 이슈가 되면서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 이공계 ‘대학원’의 중도탈락률은 2018년 이후 꾸준히 5%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KAIST‧POSTECH‧GIST‧DGIST‧UNSIT 등 5개 이공계특성화 대학원 또한 학부생보다 높은 이탈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교육위원회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공학계열 석‧박사 중도 탈락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간 중도 탈락한 학생은 1만 6000여 명에 달한다. 매년 3000명 이상의 학생이 중도 탈락한 셈이다. 안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 의대 쏠림 현상 등의 이유로 지금도 이공계 인재유출이 심각하다”며 “이런 가운데 이뤄진 정부의 R&D 예산 감축은 석‧박사 등 고급 연구자의 이탈을 한층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인재’를 육성할 것인지, ‘인력’을 육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 첨단분야 인재 양성과 관련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인재를 육성할 것인지 인력을 양성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인재 양성은 학부 수준보다는 대학원 수준의 우수한 인력을 의미하고, 인력은 포괄적이고 범용적인 의미가 강해 학부 수준, 특정 전공뿐만 아니라 주변의 필요한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접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첨단분야의 우수 인재를 원한다면 대학원 교육, 특히 박사과정이 강조돼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 예로는 연구중심대학을 들 수 있다. 반면, 해당분야와 관련된인력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학부 수준에서 해당 전공 및 주변 학과의 교육이 활성화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백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분야의 층이 넓고 두텁게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인재와 인력을 모두 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정부와 대학이 선택과 집중, 역할 분담 등을 통해 인재와 인력이 제대로 양성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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