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경대서 ‘2023 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 사업 전문대 컨소시엄 연합 창업아이템 경진대회’ 개최
‘생활 밀착형’ 아이템으로 ‘실전 창업’ 선도…“실습 현장에서 아이디어 얻어”
출품작 22개 열띤 경쟁…울산과학대 팀BIO, ‘생분해 비닐 랩’으로 대상 영예

지난 7일 대경대에서 열린 ‘2023 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SCOUT, 이하 스카우트)사업 전문대 컨소시엄 연합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 마련된 출품작 부스에서 이남우 스카우트사업 전문대 컨소시엄연합 회장(울산과학대 부총장)을 비롯한 방문객들이 학생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7일 대경대에서 열린 ‘2023 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SCOUT, 이하 스카우트)사업 전문대 컨소시엄 연합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 마련된 출품작 부스에서 이남우 스카우트사업 전문대 컨소시엄연합 회장(울산과학대 부총장)을 비롯한 방문객들이 학생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경산=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앞으로 창업을 하나의 게임이라 생각하고 도전하길 바란다. 놀이처럼 창업 아이템을 만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다른 아이디어를 또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하루에 1개씩 새로운 아이템을 생각하면 10년 뒤 성공한 창업가가 될 것이다”

지난 7일 경북 경산에 있는 대경대에서 ‘2023 창업교육 혁신 선도대학(SCOUT, 이하 스카우트)사업 전문대 컨소시엄 연합 창업아이템 경진대회’가 개최됐다.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장인성 마이스터대지원사업발전협의회장(동원과기대 부총장)은 대학생들이 창업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대회는 스카우트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대에서 우수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학생들에게 창업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카우트 사업은 대학을 지역사회 창업 교육 허브로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둔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이전까지 일반대만 지원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전문대에까지 지원 대학 범위가 확대되면서 현재 전문대에선 주관 대학 3개교, 참여대학 9개교가 해당 사업을 수행한다. 이번 경진대회는 스카우트 사업을 수행하는 전문대가 주관한 행사로서, 주관 대학인 대경대·울산과학대·조선이공대와 참여대학인 경남정보대·경남도립거창대·강원도립대·거제대·대구보건대·마산대·원광보건대·제주관광대가 참가했다.

이채영 대경대 총장과 구영실 교육부 산학협력취창업지원과장이 경진대회 부스를 둘러보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채영 대경대 총장과 구영실 교육부 산학협력취창업지원과장이 경진대회 부스를 둘러보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경진대회 심사위원은 직업계고부터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운영하는 마이스터대 등 중등·고등직업교육 전문가뿐 아니라 산업체, 투자회사 대표들도 참여하며 교육계를 포함한 산업계 관점에서도 주목할만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심사위원장인 장인성 회장(동원과기대 부총장)을 비롯해 이광근 (사)창업보육협회장, 이정식 대경문화예술고등학교 교장, 강병하 KMD 대표, 이화진 트라이앵글벤처스 대표 등 총 10명의 심사위원은 아이디어 창의성, 현실성, 구체성, 적정성 등의 기준으로 미래를 이끌 예비 창업가들의 창업 아이템을 평가했다.

통상 전문대 학생들의 창업은 그동안 이른바 ‘스카이(SKY)’라 불리는 명문대 출신들의 창업 성공 신화에 가려져 왔다. 흔히 대학생 창업은 특허 기술을 개발하거나 고도의 연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념에도 불구하고 전문대 학생들은 이번 대회에 실전 창업 아이템을 출품하며 대학생 창업이 일반대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전문대 출신 예비 창업가들이 실용성을 겸비한 생활 밀착형 창업 아이템으로 향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이공대 Cut TCO팀이 출품한 스마트 일산화탄소(CO)경보장치 모형. (사진=주지영 기자)
조선이공대 Cut TCO팀이 출품한 스마트 일산화탄소(CO)경보장치 모형. (사진=주지영 기자)

■ ‘안전사고 예방’ 아이디어 한가득 = 이날 소개된 창업 아이템에는 뉴스, 신문에 실렸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여럿 등장해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강원도립대 소방환경방재과 소방환경팀은 ‘침수 시 추락 방지 하수 맨홀’을 개발했다. 지난해 폭우로 맨홀 뚜껑이 열려 인명 사고까지 번진 사례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이들은 폭우 시 맨홀 뚜껑이 이탈하는 사고를 방지하고자 수압을 활용한 자동 개폐 장치를 개발했다. 대회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시제품을 제작해 공개했다. 정연우 팀원은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에서 폭우로 인해 맨홀 뚜껑이 열려 남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올해 여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는 걸 보고 아이템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과의 포세이돈(Poseidon)팀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해결할 수 있는 ‘배터리 열원 제거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들은 △소화약제 방출구 △배터리셀 침투 유압장치 △화재 인식 경보등 △화재 정보 인식 모니터 △온·습도 센서 등으로 구성된 제작 모형을 시연하며 아이템 설명을 이어갔다. 주재형 팀 대표는 “전기차별로 배터리셀 위치가 달라 개발 초반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고민 끝에 셀 위치에 상관없이 온도 변화를 감지해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필요성을 느껴 창업 아이템을 개발한 경우도 있었다. 스마트 일산화탄소(CO)경보장치를 출품한 이승엽 조선이공대 Cut TCO팀 대표는 “취미가 캠핑이어서 뉴스에 나오던 캠핑족들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기존에 나와 있는 캠핑용 일산화탄소 감지기는 성인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돼 어린이, 노인에게 효능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보완해 일산화탄소 감지 농도를 20% 낮게 설정한 제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산대 리커버리팀이 출품한 낙상 방지 부츠 모형과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아이템 설명 영상. (사진=주지영 기자)
마산대 리커버리팀이 출품한 낙상 방지 부츠 모형과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아이템 설명 영상. (사진=주지영 기자)

전공 지식과 실습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제시돼 시선을 모았다. 마산대 재활과 리커버리팀은 봉사활동 현장에서 낙상으로 다친 노인들을 보며 ‘낙상 방지 부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김재준 팀원은 아이템 기획 배경에 대해 “노인 사망 사고 원인 1위가 낙상이다. 욕실에서 넘어져서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며 “싱크대에서 설거지하다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봉사활동, 실습 현장에서도 요통을 느끼는 노인들이 많았고 낙상 사고로 다친 사람도 있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품을 설계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선이공대 프랜조이팀은 프랜차이즈창업경영과의 강점을 활용해 ‘FC종합병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FC종합병원은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치료 플랫폼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의 문제점을 △점포 품질 경영 △상권 △온라인 마케팅 △인테리어 △비즈니스 모델 등 치료분과로 구분하고 전문 주치의가 각 점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다. 프랜조이팀은 FC종합병원 개발 과정에서 프랜차이즈창업경영과의 14년 역사를 적극 활용했다. 백창우 팀원은 “시스템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 빅데이터 구축이었다”며 “모든 매장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그만큼의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창업경영과가 지난 14년 동안 관리했던 170여 개의 매장과 기업에서 도와줬다”고 전했다.

이번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울산과학대 팀BIO가 이채영 총장(왼쪽)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번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울산과학대 팀BIO가 이채영 총장(왼쪽)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울산과학대 팀BIO, 친환경 ‘생분해 비닐 랩’으로 대상 영예 = 이번 경진대회 대상은 울산과학대 팀BIO가 차지했다. 울산과학대 화학공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팀BIO는 최근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환경문제를 해결할 ‘생분해 비닐 랩’을 출품했다. 이들은 돼지가죽(돈피, 豚皮) 젤라틴에 기반을 둔 천연고분자를 통해 ‘생분해성’ ‘폐기물 처리 감소’를 구현하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했다.

팀BIO는 “두 달 가까이 팀원들과 송민석 교수님과 함께 힘을 합쳐 좋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좋은 작품을 출품할 수 있었다”며 “이번 기회로 친환경 제품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날 총 12개교의 학생 창업팀이 22개의 작품을 출품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심사위원들은 각 부스를 직접 돌아보며 출품작을 면밀히 평가했다. 장인성 심사위원장은 심사 기준에 대해 “대학에서 창업보육센터장을 맡고 있는 만큼 이번 대회 참여 팀들의 아이템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려했다”며 “심사위원 가운데 기업 대표들은 창업 아이템의 현실성과 상용화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각 부스의 참가 학생들은 방문객과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제품 모형을 작동하며 출품작 기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자신들의 창업 아이템의 강점과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설명 중간 심사위원들의 기습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가며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타 대학 부스에 방문해 경쟁 아이템을 살펴보며 질문을 던지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교육계, 산업체 관계자와 방문객들이  대회 현장을 방문해 각 대학 창업팀 부스를 바쁘게 오가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교육계, 산업체 관계자와 방문객들이  대회 현장을 방문해 각 대학 창업팀 부스를 바쁘게 오가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각 대학 부스마다 이 같은 상황이 여럿 펼쳐진 탓에 이곳이 대학생 창업 경진대회인지, 벤처·스타트업 엑스포인지 헷갈릴 만큼 그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경진대회에서는 전문대 학생들의 전문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창업 아이템을 통해 일반대 출신 창업가들을 뛰어넘을 예비 창업가들의 시작을 엿볼 수 있었다.

이채영 대경대 총장은 “전문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며 국내 산업의 허리 역할을 맡아 왔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꿈꿔온 것을 현실로 만들고 이것을 발전시켜 미래에 지역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강학 경산시 부시장도 이들을 격려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학생들이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며 “이번 경진대회에 참가한 여러분들은 이미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문 두드리는 것을 멈추면 팔만 아프다. 문이 열릴 때까지 성공할 때까지 끝까지 두드리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남우 스카우트사업 전문대 컨소시엄연합 회장(울산과학대 부총장)은 “전문대 실전 창업이 지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창업 아이템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과물을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의 더 큰 발전을 바란다”고 전했다.

경진대회에 참가한 학생 창업팀과 각 대학 교수, 사업단장 등 관계자들이 폐회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경진대회에 참가한 학생 창업팀과 각 대학 교수, 사업단장 등 관계자들이 폐회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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