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포문, RISE·글로컬대학으로 지역 살리기 총력
줄어들고 늘어나는 예산에…과학계 울고, 고등교육계 웃고
교육 백년대계 실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년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새정부 출범으로 교육 분야 역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게 됐다. 집권 초기부터 ‘지방시대’를 천명했던 윤석열 정부인만큼 학령인구 감소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 고등교육계의 관심도 그만큼 컸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며 한 해 동안 교육계, 그중에서도 고등교육 분야를 휩쓸었던 10가지 키워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2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2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지방시대’ 열었는데 날아오를 것인가 = 지방시대를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였던 만큼 가장 주목을 받는 정책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라이즈 사업을 공개하고 시범지역을 공모했다. 라이즈 사업은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의 약자로 정부가 지역 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양성-취업-정주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는 동시에 혁신을 시도하는 대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대학재정지원사업 중 RIS(지역혁신 ), LINC 3.0(산학협력 ), LiFE(대학평생교육), HiVE(전문직업교육), 지방대활성화 사업은 2023~2024년까지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강화한다. 2025년부터는 라이즈로 통합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주도로 전환한다. 이후 3월에는 비수도권 13개 시·도 중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지역이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추후 다른 중앙부처의 대학재정지원사업도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로 편입해 라이즈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2021년 결산 기준, 중앙부처의 대학재정지원사업 규모는 15조 원이다. 지난해 기준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은 4조 4000억 원으로 계획대로면 2025년 지자체가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2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사업규모가 큰 만큼 우려도 있다. 지난해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서는 사업을 이끌어갈 지자체 역량과 재정의 효율적 배분 문제 등이 제기됐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비수도권 17개 시도 중 9개가 대학지원 전담부서가 전무하고, 재정자립도는 서울에 비해 광역시는 40~50%대, 비광역시는 20%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글로컬대학, RISE(라이즈)와 함께 지역 살릴 복안으로 등장 = 지난해 고등교육 분야의 가장 큰 이슈 2가지 중 하나는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글로컬대학)’이다. 라이즈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나온 윤 정부의 복안으로 사상 최대의 재정지원사업으로 불린다. 라이즈는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해 대학과 협력하는 시스템의 변화라면, 글로컬대학은 대학에 약 5년 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재정지원사업이다. 선정된 대학에는 규제혁신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범부처와 자자체의 투자를 유도한다. 정부는 10개 대학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글로컬대학 본지정 평가 결과 글로컬대학 1차 선정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총 10개다.

특히 지난 1년은 유달리 통합 바람이 거셌다. 글로컬사업에 선정된 10개 대학 중 5개 대학이 통합을 완료했거나 통합을 논의 중인 대학이었기 때문이다. 부경대와 한국해양대, 충남대와 한국교통대, 공주대와 공주교대, 목원대와 배재대 등은 2차 사업 선정을 염두에 두고 통합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글로컬대학 사업을 고려했던 경북대와 금오공대의 통합은 경북대 재학생들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대학 간 물리적 통합을 가속화 하면서 당초 목적이었던 개별 대학의 혁신보다 대학 수 줄이기, 그에 따른 획일적 정책이 적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한 상대적으로 통합 변수가 복잡한 사립대, 글로컬대학에 거의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전문대 역시 ‘지역을 살리는 정책’에서 제외됐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생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학 간 통합 시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R&D 예산 삭감에 이공계·기초 학문 분야 반발 = 국가 R&D 예산이 삭감됐다. 이는 과학계의 큰 뉴스였다. 3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23년 ‘6대 과학기술 주력분야 주요뉴스’에도 포함될 만큼 과학계에는 큰 충격을 준 정부 발표였다.

지난해 8월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서 R&D 예산을 전년 대비 16.6% 삭감했다. 이에 과학계 연구자들과 단체뿐 아니라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의 반발도 커졌다.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에 대한 큰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며 대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곳곳에서 궁여지책이 나왔다. 서울대는 전년 대비 줄어드는 R&D 예산을 대략 268억 원 정도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전임교원들이 사외이사 겸직을 하면서 내는 기부금을 통해 당분간 R&D 예산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규모는 대략 50억 수준으로 물론 근본적 대안은 될 수 없다. 서울대 측은 “우선 이공계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예산 증액 논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계의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자 최종 예산안에서 R&D 예산은 기존 정부안보다 약 6000억 원 늘어난 26조 5625억 원으로 확정됐다. 예산안을 살펴보면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 △기초연구비 △정부출연연구기관 인건비 △첨단 연구장비 구축·운영비 △신진 연구자 지원에 대한 예산 등이 우선 복구됐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구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결국 2조 8000억 원 삭감된 것”이라며 예산 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 9000억 원 늘어난 2024년도 고등교육 예산 = 내년 교육부 예산이 확정됐다. 당초 교육부 2024년도 예산안은 95조 6245억 원으로 6조 8748억 원 이상이 감소한 규모였다. 유·초·중등교육 예산은 지난해보다 7조 2000억 원 줄었다. 다만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된 예산은 95조 7888억 원으로 1634억 원 증액됐다.

반면 고등교육 관련 예산은 9000억 원가량 늘었다. 일반재정지원사업, 첨단분야 인재 양성,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저금리 지원 예산 등이 증액됐다. 지난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는 전년 대비 5조 4000억 원 늘었다. 일반재정지원 사업의 경우 2조 3878억 원, 재정지원사업 1조 2000억 원, 첨단분야 인재양성 5000억 원,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14조 8000억 원, 학비 부담 경감 5조 원 규모다.

글로컬대학 등 대학혁신을 위한 재정지원에는 3100억 원이 늘어났다. 대학혁신지원에는 795억 원, 전문대학혁신지원에는 559억 원이 늘어 각각 8852억 원, 6179억 원이 배정됐다. 국립대학 육성사업, 지방대 활성화, 지방전문대 활성화 사업 등은 각각 5722억 원, 2375억 원, 750억 원 예산 규모로 25% 증액됐다.

지자체-대학 협력사업(RIS) 3420억 원, 산학연선도대학(LINC) 4070억 원, 지방대 활성화 2375억 원, 평생직업교육(HIVE) 900억 원, LiFE대학 평생교육 510억 원 등 고등교육 분야 사업이 라이즈 체계로 이관되면서 예산도 1조 2000억 원 규모로 개편했다.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 저금리 지원 등 대학생의 학비 부담 경감을 위한 사업에는 1600억 원가량이 늘었다. 지난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는 9조 4000억 원에서 5조 4000억 원 증액돼 14조 8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학자금 지원 이관, 재정지원 등이 증액된 결과다.

지난해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주년을 맞아 본지 주최로 특별 좌담회에서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교육 현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주년을 맞아 본지 주최로 특별 좌담회에서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교육 현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년…향후 과제는 = 2022년 9월 국가교육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당파성을 뛰어넘은 독립적 교육의결 기관을 표방했지만 위원 선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예상 기한을 넘어 지지부진 한 논의를 이어온 결과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국가교육위원회가 탄생했다.

지난해 9월 출범 후 1주년을 맞이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 사례 중 하나가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에 대한 의결이다. 국교위는 지난해 12월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에 대한 권고안 의결을 마쳤다. 2022년에 이어 지난해 역시 교육부가 만든 원안을 대부분 추인하면서 ‘사회적 합의에 따른 교육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수립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파성 극복도 국교위에 주어진 과제다. 대통령 추천 5명, 국회 추천 9명, 대학협의체 2명, 시도지사협의회 1명, 교원단체가 2명을 추천하는 위원 구성이 오히려 정파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특히 국회 추천위원의 경우 당에서 양극의 인사를 배치하면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본지가 주최한 특별 좌담회에서도 이배용 위원장은 “단위별로 파견된 분들이 있어 의견을 하나로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정기 모임을 갖고 자문 위원을 모셔 의견을 들으면 이견을 좁히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교위가 추진해야 할 중점사업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이다. 올해 9월까지 시안을 보고한 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최종안을 결정해 2026년부터 10년간 교육정책의 바탕으로 삼게 된다. 고교학점제, 교원 추락, 학령인구 감소와 공교육 정상화 등 굵직한 현안은 쌓여있는 가운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속도감 있고 디테일한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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