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서 반발하는 의대, 줄어들어 속 타는 교대
‘킬러문항’ 사라졌다는데 역대급 불수능 논란
대학에 혁신 바람 불까…AI 대세·국립대 사무국장 개방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새정부 출범으로 교육 분야 역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게 됐다. 집권 초기부터 ‘지방시대’를 천명했던 윤석열 정부인만큼 학령인구 감소로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 고등교육계의 관심도 그만큼 컸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며 한 해 동안 교육계, 그중에서도 고등교육 분야를 휩쓸었던 10가지 키워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밝히면서 의료계와 정부가 팽팽한 대립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밝히면서 의료계와 정부가 팽팽한 대립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의료인력 시급…의대정원 증원 논의 격화 =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어지던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현장 의료인력 공백이 사회적 문제로 발화되면서 의대정원 확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 전공을 희망하는 전공의 수급이 어려운 현실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원정 진료를 보거나 삼고초려 끝에 의사를 구하는 사례도 많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지역·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 발표 이후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가 의학 교육의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에 유입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국민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도 주장도 덧붙였다.

의대정원 증원에 교육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상위 이공계 학생들의 전공 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달할 것이란 지적이다. 우수 인력이 의대로 몰리면서 이공계 이탈이 가속화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대 입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의대로 지원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자연계열 중도탈락자는 2020년 893명, 2021년 1096명, 2022년 1421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역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쪽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여론도 의대정원 증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18세 성인남녀 1016명 중 89.3%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당초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이 담기는 것으로 검토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증원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빠르면 1월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최종 인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 3년 연속 하락세, 교대 수시 경쟁률 = 교사 인기 하락 탓일까, 교사 선발 규모 감소를 예고한 탓일까. 수험생 선호도가 높았던 교대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전국 교육대학과 초등교육과의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경쟁률은 평균 5.11대 1을 기록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교대 10곳과 초등교육과 3곳의 수시모집에는 총 1만 2400명이 지원했다. 이들 13개 대학의 2022학년도 경쟁률은 6.11대 1, 2023학년도 경쟁률은 5.19대 1로 3년 연속 하락한 것이다. 반면 서울 주요 12개 대학 수시 경쟁률은 19.97대 1에서 21.39대 1로 상승했다. 한 교대에는 수능 국어, 영어, 수학, 탐구영역 평균 4.25등급 학생이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우선 교사 임용 적체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률은 48.6%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공개한 ‘2024학년도 유·초·특수 선발계획’에 따르면 전국 초등교사 신규 선발 규모는 전년 3561명보다 404명 줄어든 3157명이었다. 2026~2027년에는 최대 27% 줄어든 연 2600~2900명 내외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일단 올해 교대 입학 정원은 동결하기로 했지만 선발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입학 정원 감축도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학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임용 적체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르면 2024학년도부터 교대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교대 측과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교원수급 계획이 성급하게 발표됐다는 지적에 재논의키로 했다.

사회적 분노를 불러왔던 교원침해도 교대 인기 하락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이초 교사, 의정부 교사 등 학부모의 무분별한 민원에 젊은 교사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교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교사의 지위 회복과 현실성 있는 관련법 제정을 통해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능(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11월 16일 해당 영역 관련 교사들이 세종정부청사에서 영역 별 출제 경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킬러 문항’ 사라진 수능, 그 결과는 =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수능의 ‘킬러 문항 배제’를 꼽았다. 그만큼 ‘킬러 문항’은 지난해 수능의 판도를 흔든 키워드였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수능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 방안’ 중 하나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 배제와 관련해 2주간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허위·과장광고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면서 이른바 ‘교육계 카르텔’을 킬러 문항의 배후로 지목했다.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지난해 수능은 난이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됐다. 정부 방침대로 킬러 문항을 없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점자가 이과 재수생 단 1명일 정도로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학영역에서는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항이 출제됐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2024학년도 수능 수학영역 46개 문항 13.4%에 해당하는 6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킬러 문항으로 출제됐다”고 주장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수능 이후 실시한 ‘수능 운영 제도 관련 현장 교사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킬러 문항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수능 만점자와 표준점수 최고 득점자가 대치동의 유명 재수학원 출신이라는 점도 다소 모순된 상황을 연출했다. 출제 당국이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강조했지만 대치동 재수학원에서 만점자와 최고 득점자를 배출했다. 해당 학원은 상위권 재수생을 선별해 받는 곳으로 킬러 문항을 수강생들에게 반복해 훈련하면서 이름을 알린 학원으로도 유명하다.

■ 국립대 사무국장 외부 개방…혁신 바람 불까 = 교육부가 ‘나눠먹기 논란’에 휩싸였던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교수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간담회에서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제도 혁신 방안’ 내용을 공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혁신안에는 국립대 사무국장직에 교수, 민간전문가 등 총장이 원하는 인재를 직접 선발하고 인용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법률에는 국립대 사무국장에는 고위공무원단인 일반공무원, 부이사관, 서기관 등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불거진 국립대 사무국장 ‘전관예우’ 논란에 따른 조처다.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는 관행적으로 교육부 직원을 파견해 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관행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자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이유로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했다. 그러나 당시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7개 직위 절반 가까이 민간에 개방되지 못하고 타 부처 공무원이 임명되면서 ‘나눠먹기’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교육부는 논란이 됐던 교육부 공무원 5명을 모두 교육부로 복귀시키면서 ‘공무원 임용’ 자체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른 부처로 나간 교육부 공무원도 모두 복귀 조처했다. 교육부는 “법령 정비를 통해 국립대의 자율적 혁신과 성장을 앞당기고 대학이 주도하는 교육 개혁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7개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는 현재까지 모두 공석인 상태다.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열린 2023년 한국대학홍보협의회 추계세미나 현장.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열린 2023년 한국대학홍보협의회 추계세미나 현장.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대학가에 부는 생성형 AI 바람 = 인공지능(AI)이 대학가에 핫 이슈가 된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지난해는 챗GPT로 또 다시 AI 열풍이 분 한 해였다. ChatGPT(챗GPT)는 생성형 AI 한 서비스 형태로 콘텐츠의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이를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해 낸다. 출시 두 달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을 정도로 업계의 큰 관심사가 됐다.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온라인 교육으로 큰 폭의 변화를 경험한 대학가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수업 방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대학에서도 교육은 물론 취창업, 진학지도까지 다양한 방식에서 생성형 AI 활용에 나선 것이다.

성균관대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챗GPT를 활용한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023학년 1학기 동안 생성형 AI를 학습에 활용한 경험이 있는 재학생 219명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학생의 33.3%가 ‘컴퓨터 코드작성 및 프로그래밍’에 챗GPT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에세이 등 글 작성과 요약’이나 ‘브레인스토밍 및 아이디어 생성’에 활용한 비율도 각각 30.5%, 18.3%로 나타났다. 실제 학습 환경에서 학생들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는 앞서 생성형 AI 확산에 의해 논문이나 과제 작성 과정에서 표절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따라 국내 최초로 ‘부정행위 대응을 위한 교강사용 종합안내 플랫폼’을 개설하기도 했다. 플랫폼에 따르면 과제를 결과 중심이 아닌 단계별 과정 중심으로 평가할 것을 권고한다. 수업시간에는 오픈북, 구술 평가를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또한 생성형 AI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캠퍼스별 관련 위원회도 구축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동덕여대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모전을 개최했다. 학생들은 AI 기술을 학습하고 활용함으로써 미래 사회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AI 관련 지식과 기술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대학 교육뿐 아니라 대학 홍보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대학홍보협의회 추계세미나에서는 변화에 따른 홍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 관련 인사를 초청한 AI활용법 특강이 진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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