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혁신지원사업, 올해 560억 증액 ‘사업비 6000억 원’ 넘어서
‘지방전문대활성화’ ‘하이브’ 라이즈 전환 이후 부각될 사업 점쳐져
올 4월 22대 총선…현재 계류 중 ‘직업교육法’ 차기 국회서 재논의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도입을 1년 앞두고 올해 고등교육계가 예년보다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우수 성과를 발굴하는 한편 지역 특화전략에 맞춘 특성화 계획을 수립하는 데 대학마다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대전과학기술대 DX센터에서 학생들이 VR 장비를 활용해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도입을 1년 앞두고 올해 고등교육계가 예년보다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우수 성과를 발굴하는 한편 지역 특화전략에 맞춘 특성화 계획을 수립하는 데 대학마다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대전과학기술대 DX센터에서 학생들이 VR 장비를 활용해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올해 고등교육계가 예년과 비교해 더욱 분주히 움직일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 중앙정부(교육부)에서 쥐고 있었던 대학 행정·재정지원 권한을 내년부터 지방정부(광역자치단체)로 내려보낼 것을 예고한 상황이어서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특화전략에 맞춰 지방대를 자율적으로 육성해 지역혁신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지역대학으로서도 기존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수동적 정책, 이른바 ‘탑-다운(Top-Down)’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적·능동적인 ‘바텀-업(Bottom-Up)’ 형태의 정책 요구가 가능해져 대학혁신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부가 내년 도입할 예정인 ‘라이즈(RISE)’가 추진 단계부터 대학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올해 정부·지자체·대학 간 연계·협업 체계를 더욱 강화한다. 특히 이제까지 지방정부가 대학에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지자체의 대학지원 역량을 강화할 가이드라인·매뉴얼 보급 등 사전 준비작업을 더욱 집중해 챙긴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라이즈 도입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자체가 대학 정책·재정지원사업을 폭넓게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특화전략에 맞춘 인재 양성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대학 육성책을 촘촘하게 설계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소수의 대형·거점대학 위주로만 사업비가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산업 분야 육성에만 집중하면 인문학·사회과학·예체능·직업교육 등이 소외될 수 있다.

교육계에선 이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운영 현황과 성과 등을 분석하고 향후 새로운 대학 지원 체계에서도 이를 계승·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행 제도를 참고해 향후 제도의 성과를 미리 내다보는 것도 정책 수립과정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맥락에서 지자체가 교육부의 전문대 정책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선 지역에 정착할 인구를 유치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나타내는 비율 이른바 ‘지역 정주율’을 높이는 데 전문대 졸업생이 더 크게 일조한다는 통계 등을 비춰볼 때 전문대를 활용한 지자체 전략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본지는 이에 2024년 새해를 맞이하며 올해 달라지는 교육부의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 관련 정책을 짚어본다.

■ 혁신지원사업 올해 ‘6000억’ 돌파…연차평가서 ‘취업률’ 분수령 =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은 교육부의 전문대 대상 주요 국고 사업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대학 특성과 지역 수요를 반영해 대학별로 자율 혁신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이를 지원한다는 점에서다. 교육부는 이에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뒷받침하고 미래 국가성장을 주도할 창의적 현장실무 인재 양성 역량을 지원하고자 올해에도 국고 보조를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으로 총 6179억 원을 편성했다. 지난해(5620억 원)와 비교하면 약 559억 원이 늘어난 규모다. 올해 정부가 교육 예산 삭감 기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라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예산을 약 1600억 원가량 대폭 올리며, 총 사업비 5000억 원을 넘긴 바 있다. 올해 또 한 차례 예산 증액이 이어지면서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은 사업비 6000억 원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김성근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장은 “산업구조가 신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고 초고령사회 전환 등 시대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전문대학의 자율 혁신과 체질 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예산 증액 배경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은 오는 2월에 안내된다. 이어 4월께 사업을 수행하는 전문대학 102개교를 대상으로 한 연차 평가가 예정돼 있다.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2023년 사업 실적을 평가하게 되는 올해 연차평가의 경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용했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며 “취업률 지표 등을 평가해 전문대의 진로·취창업 지원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지방 전문대 활성화’…라이즈 통합 이후 성과 지속 여부에 촉각 = 정부는 지난해 지방 전문대를 육성·지원하기 위한 별도 사업으로 ‘지방 전문대학 활성화 사업’을 신설한 바 있다.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비수도권 전문대학 68개교를 대상으로 총 사업비 600억 원 규모의 별도 예산을 확보해 추가 지원하는 형태로 재정이 투입됐다. 전문대학, 지자체, 지역 내 관계기관이 협력해 지역혁신 전략에 맞춰 대학별 특성화를 추진하는 게 핵심 골자다.

올해 ‘지방 전문대학 활성화 사업’은 사업비 약 150억 원이 증액된 총 750억 원 규모로 예산이 확정됐다. 올해 사업 기본계획은 오는 2월 안내되며, 사업 수행대학을 대상으로 한 연차평가는 5월로 예정돼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 전문대학 활성화 사업’을 내년 도입할 예정인 라이즈로 통합할 방침이다. 지역과 연계한 전문대학별 특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산업·지역사회에 부합하는 고등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게 해당 사업의 목표인 만큼 라이즈 도입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계에선 이 때문에 ‘지방 전문대학 활성화 사업’이 라이즈 전환 이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은 해당 사업이 교육계에선 사실상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2유형’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식되지만, 내년부턴 라이즈 도입 취지를 가장 대표할 수 있는 사업으로 부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산업발전과 혁신전략의 행정·재정 권한을 갖게 될 지자체가 인재 양성 체계 구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지방 전문대학 활성화 사업과 라이즈는 결국 같은 취지”라며 “내년 사업 통합을 앞둔 만큼 올해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은 ‘지역사회와 거버넌스 구축’ ‘학사구조 개편·유연화 등 특성화 분야 계획 수립’ 등에 초점을 맞춰 과제를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 모의안경원. 대구보건대는 교육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에 참여하며 대구 북구청과 협력한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대구보건대학교 안경광학과 모의안경원. 대구보건대는 교육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에 참여하며 대구 북구청과 협력한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의 거점 사업으로 =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도 내년부터는 라이즈로 통합·이관된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올해 하이브(HiVE) 사업 기본계획을 2월 중 수립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사업 우수모델 발굴과 성과 확산 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 사업의 라이즈 통합이 확정되면서 일몰 예정이지만, 교육계에선 하이브 사업이 라이즈 전환 이후 사업 재개편을 거쳐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라이즈 도입을 결정하게 된 취지와 앞서 하이브 사업을 신설할 당시의 취지가 같기 때문이다. 두 사업 모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급감’과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소멸 가속화’를 막고자 지자체·대학이 공동 노력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을 공유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라이즈를 총괄하게 되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관내 기초자치단체가 현재 하이브 사업을 수행한다면 이를 응용·확대한 형태로 지역대학 지원방안을 구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 “라이즈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 향후 도입 이후에도 지역마다 대학 사업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거버넌스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행 하이브 사업 내에서 운영되는 ‘고등직업교육혁신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를 참고한다면 라이즈에서 권한을 갖게 될 광역지자체에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 ‘2유형’ 사업으로 올해 신설된 ‘직업전환 교육기관’, 이른바 ‘DX 아카데미’도 내년부터는 라이즈로 재원이 통합된다. ‘DX 아카데미’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해 신중장년층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 선정평가를 거쳐 충북과 충남, 경남, 부산, 광주 등 5개 지역에서 DX 아카데미가 운영된다. 충북에선 ‘충북도립대·충북도 컨소시엄(충청대·충북보건과학대 협력)’이, 충남에선 ‘연암대·충남도 컨소시엄(충남도립대 협력)’이, 경남에선 ‘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 컨소시엄(거제대·동원과학기술대 협력)’이 참여한다. 부산에선 ‘부산과학기술대·부산광역시 컨소시엄(부산경상대·부산여대 협력)’이, 광주에선 ‘조선이공대·광주광역시 컨소시엄(광주보건대·동강대 협력)’이 사업을 운영한다.

■ ‘라이프2.0’ ‘링크3.0’도 올해까지만…내년부턴 라이즈로 통합돼 =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국고 사업인 ‘2주기 대학의 평생교육지원 체제 지원사업(LiFE2.0, 라이프2.0)’과 전문대학의 산학협력 역량을 키우는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3.0, 링크3.0)’도 올해까지만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2025년 이후엔 순차적으로 라이즈에 통합된다.

‘라이프(LiFE) 2.0’은 올해 예산으로 510억 원이 편성됐다. 일반대 30개교, 전문대 19개교 등 총 49개교 대학을 대상으로, 성인 학습자 눈높이에 맞는 대학의 평생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데 예산을 투입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라이프 2.0 사업은 오는 2025년 5월까지 사업비를 지원하며, 이후 라이즈로 통합된다.

‘링크(LINC) 3.0’으로 정부는 올해 일반대에 3025억 원을, 전문대에 1045억 원을 지원한다. 현재 링크 3.0에 참여하는 대학은 일반대 76개교, 전문대 59개교 등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링크 3.0 사업 참여대학에 대한 연차평가는 오는 4월에 실시하며, 올해 사업비 지원을 끝으로 내년부턴 라이즈로 통합돼 재원을 운영한다.

■ 전문대 ‘석사과정’ 마이스터대…우수 대학에 인센티브 검토 = 전문대가 수여하는 석사학위 과정인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운영하는 대학, 이른바 ‘마이스터대’의 경우 올해 우수 사례 발굴에 집중할 방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문기술석사과정 신규 인가를 받은 대학 가운데 우수한 대학에 대한 신규 지원 방안이 검토된다. 교육부는 대학별 성과, 차별화된 교육과정 등 취지에 맞는 성과를 보인 대학에 지원을 강화해 정책 효과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마이스터대 지원사업은 전문대에서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하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다. 마이스터대 도입 전까지 석사학위는 일반대에서만 수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마이스터대 지원사업이 생기면서 이제는 전문대에서도 석사학위 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마이스터대 인가를 받은 전문대는 직무 중심 석사과정을 제공하고, 신기술·신산업 분야 고숙련 전문기술 인재를 양성하게 된다.

지난해 마이스터대 인가를 받아 올해까지 석사과정을 운영하는 전문대학은 △대구과학대 △대구보건대 △대전보건대 △동원과학기술대 △연암대 △울산과학대 등 총 6개교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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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4월 제22대 총선…‘직업교육법’ 제정 논의 재점화? = 올해 4월 제22대 총선이 실시된다. 앞서 김병욱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직업교육법’은 국회에 계류 중으로, 사실상 제정이 좌초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선 향후 구성될 22대 국회에서 ‘직업교육법’ 제정이 다시 논의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가지는 모양새다.

‘직업교육법’은 전문대 등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의 법적 근거나 목적, 내용, 재정 등에 대한 기준이 핵심 골자다. 그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전문대학가에서 꾸준히 제정 필요성을 제기해온 고등직업교육계의 현안 과제 중 하나다.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직업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업교육에 대한 주요 정책을 조정하고 심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직업교육 기관평가인증 제도를 수립하고 이를 통과한 기관의 경우 단기전문직업교육과정 등을 운영하도록 허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계 전망으론 ‘직업교육법’ 제정은 현 21대 국회에서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본다. 다만 전문대교협 등 전문대학가에선 올 4월 이후 22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교육계 여론을 모아 다시금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도 국회와 관계부처 협의 등에 최대한 협조해 제정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우리 법 체계에서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은 법제화가 됐기 때문에 관련 근거에 따라 5년간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예산 추진·책정도 가능하다”며 “직업교육은 법제화가 돼 있지 않아 단기적인 계획만 수립될 뿐 미래를 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직업교육법’ 제정을 위해 정부·정치권이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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