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감사에서 법카·업무추진비 집행 및 정산부적정 적발 등 관리 부실 책임 물어 총장 해임 요구
‘정치적 개교’ 논란부터 총장 자진 사퇴까지…대학·지역사회는 “정치적 탄압” 반발, 예산은 유지
대학에 대한 신뢰도 흔들려…연구부총장 직무대행, 신임 총장 인선 절차 “구체적 일정 안내 어려워”

나주시의회가 지난해 8월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건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나주시의회가 지난해 8월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건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개교 2년 만에 위기에 부딪혔다. 윤의준 총장이 자진 사임하면서다. 우여곡절 끝에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는 문을 연 지 2년 만에 총장 공석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달 28일 한국에너지공대는 제7차 대학 임시이사회에서 ‘총장 사임’이 심의·의결되면서 윤 총장이 이날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의 한국에너지공대 감사 이후 총장 해임 요구 이후 ‘표적 감사’,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 등 공방이 계속됐으나 윤 총장의 자진 사임으로 일단 사태는 마무리됐다. 향후 한국에너지공대의 새 총장 선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 개교 2년 만에 총장 사임…배경은? = 지난해 7월 산업부는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학교 운영 전반에서 규정 위반과 관리 부실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법인카드 사용과 관린 부분에서 264건(1억 2600만 원)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다. A교수는 한정식집에서 음식값 127만 원을 법인카드와 연구비 카드 3개로 1분 간격으로 결제하는 등 총 14회에 걸쳐 880만 원을 분할 결제하기도 했다. 업무추진비 집행 및 정산부적정은 총 28건 800만 원이었다. 사업비로 사용해야 할 출연금 208억 원은 기관운영비와 시설비로 집행했다.

인사·총무 분야에서는 47명이 허위근무 등으로 206건이 적발됐고, 약 1700만 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와 산업부 보고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급여인상을 13.8% 결정한 사안도 확인됐다.

이에 산업부는 윤의준 총장에 대해 관리 감독 미흡, 총장 개인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부적정, 보고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이사회에 해임을 건의했다. 또한 비위 관련자에 대해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등의 처분을 요구하고, 부당하게 사용된 연구비 등을 환수 조차하도록 했다.

■ 대학 죽이기? vs 투명한 운영 요구 = 대학과 지역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산업부의 총장 해임 요구 이후 한국에너지공대 측은 “이사회와 산업부에 대한 보고의무를 소홀히 한 적 없다”며 반박했다. 대학 측은 ‘총장의 이사회·산업부 보고의무 위반 및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해 “대학 내 상임 감사가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교 초 대학 운영 전반에 관한 실태를 진단해 내부적으로 시스템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며 “‘직원보수규정(안)’을 마련해 이사회에 상정·의결했고, 이사회 상정 전 산업부에 보고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들도 “산업부가 감사를 통해 총장 해임을 요구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들은 “산업부 감사에서 지적된 많은 부분은 개인의 사적이익을 위한 횡령이나 부당집행이 아닌 제도·규정이 완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항들을 규정에 기계적으로 적용한 경우”라며 “초대 총장이 해임된다면 대학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산업부가 윤 총장의 총장 해임 건의 철회를 기각한 것과 관련해 “산업부는 미리 결론을 정하고 진행하듯 한국에너지공대 이사회에 윤 총장 해임을 건의했다”면서 “총장 해임 요구와 출연금 삭감 등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색깔 지우기이자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총장 해임 요구 철회를 촉구한 한국에너지공대의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다. 산업부는 “총장 명의 법인 카드 사용과 관리는 총장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총장의 비위 정도를 고려했을 때 중징계 사항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 예산은 유지·폐교설 일축했지만…신임 총장 선임 언제될지 몰라 = 당초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산업부 예산안은 지난해 250억 원에서 33.2% 줄어든 167억 원이었다. 산업부가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한 여파였다. 한국에너지공대의 주 운영비는 한전의 출연금인데 재무상 어려움을 이유로 한전과 10개 계열사의 출연금을 잇달아 줄였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예산을 127억 원 증액하면서 한국에너지공대 지원 예산은 294억 원으로 늘었다.

산업부의 강경한 태도에 일각에서는 ‘한국에너지공대 폐교’ 등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 9월 방문규 당시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에너지공대 폐교 우려에 대한 지적에 “한국에너지공대는 에너지분야 인재개발기관으로서 많은 분야의 필요 인력양성 기능을 활성화 해야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과 예산 삭감 등이 정치적이란 지적에는 “교육기관으로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에너지공대) 지원에 소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대학에 대한 신뢰 하락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는 설립부터 삐걱거렸다. 한전의 누적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국립대를 설립한다는 이유에서다. 개교 전까지 본관 건물 한 동밖에 완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특별법까지 마련해 개교하자 ‘정치적 개교’라는 비판도 따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방만 운영 논란까지 일면서 대학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흔들렸다.

새 총장 선임 선출까지 공석이 된 자리는 박진호 연구부총장이 맡게 된다. 올해 이사회는 총장추천위원회 관련 규정을 만들고, 신임 총장 인선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공대 관계자는 “기획처가 예산업무까지 하고 있다보니 현안을 조율해서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 안내는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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