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한국에너지공대 기관운영 전반에서 다수 비위 확인…윤의준 총장 해임 건의
광주·전남 지자체 및 지역사회 “총장 해임 과도한 처사, 결정 신중해야” 재고 촉구
국회의원들 ‘감사권 남용, 정치적 탄압’ 비판…“학교 운영 정상화 반드시 지켜져야”

산자부가 감사를 통해 한국에너지공대 기관 운영 전반에서 다수 비위 확인, 총장 해임을 건의하자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나주시의회 제공)
산자부가 감사를 통해 한국에너지공대 기관 운영 전반에서 다수 비위 확인, 총장 해임을 건의하자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나주시의회 제공)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감사를 통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국에너지공대) 기관 운영 전반에서 다수 비위를 확인하고, 총장 해임을 건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규정의 위반 주체와 정도, 대학설립 초기 업무 시스템의 불안정 등을 감안하고 비례의 원칙에 비춰볼 때 윤의준 총장 해임 건의는 너무 과도한 처사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국에너지공대 감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윤의준 총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산자부, 한국에너지공대 감사 통해 부적정 사항 다수 발견…총장 해임 건의 = 산자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예산‧회계, 인사‧총무, 공사‧계약, 연구 분야 등 기관 운영 전반에 걸쳐 규정 위반, 관리 부실 등 도덕적 해이 및 부적정 사항을 다수 발견했다며 한국에너지공대 이사회에 윤의준 총장의 해임을 건의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대는 한전의 한국에너지공대 상담(컨설팅) 결과가 대학 운영의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이사회와 산자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후속 조치도 신분상·재정상 조치 없이 단순 개선에 그친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예산‧회계 분야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및 관리 부적정 총 264건(1억 2600만 원) △업무추진비 집행 및 정산 부적정 총 28건(800만 원) △출연금 용도별 관리 소홀(사업비로 사용해야 할 출연금 208억 원을 기관운영비, 시설비로 집행) 등을 발견했으며, 인사‧총무 분야에서는 47명이 허위근무 등으로 206건, 약 1700만 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을 부당하게 받았고 이사회·산자부 보고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13.8%의 급여인상을 결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사 및 계약 분야에서는 민법과 공대 자체 규정을 위반해 계약업무를 처리해 공대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등 업무 해태와 관리부실 사례를, 연구 분야에서는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이 적은 범용성 비소모품 구매하는 등 연구비 목적 외 사용과 연구비 집행 관련 규정의 자의적 운용 등 연구비 관리 문제점 등을 적발했다.

이에 산자부는 한국에너지공대 예산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 및 한전 그룹사와 정부, 지자체의 출연금으로 조성돼 고통 분담과 함께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집행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대 기관 운영 전반에서 관리부실, 규정 위반과 기강 해이 행위가 대거 발생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한국에너지공대 운영상 중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한전 상담(컨설팅) 결과 관련 이사회·산자부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前) 감사에 대해서는 비위 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대학을 대표하면서 업무를 총괄하고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총장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 미흡, 총장 개인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부적정, 중요사항 이사회·산자부 보고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한국에너지공대 이사회에 ‘해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산자부는 한국에너지공대 기관 차원의 분야별 관리 소홀 등에 대해 엄중한 기관경고·주의 조치했으며, 비위 관련자에 대해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등 엄중한 처분을 요구하고 부당하게 받은 시간외근무수당과 법인카드 부정사용금액, 연구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된 연구비 등을 환수(5900만 원) 조치하도록 했다. 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 조치하도록 통보했다.

■ 광주·전남 지자체 및 지역사회 “감사를 빙자한 호남 죽이기”…총장 해임 건의 재고 촉구 = 산자부의 이같은 조치 사실이 알려지자 광주·전남 지자체 및 지역사회가 “감사를 빙자한 호남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나주시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너지공대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대학으로 설립됐다.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의 해임 결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에너지공대 설립 당위성과 개교 2년차를 맞은 중차대한 시기다. 총장 해임 건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나주시는 윤 총장 해임 건의는 관련 규정 위반 주체와 정도, 대학설립 초기 업무 시스템의 불안정 등을 감안하고, 비례의 원칙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고 봤다. 이에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과 총장 해임 건의와 관련해 대학 측의 대응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또한 나주시는 한국에너지공대 소재지 지자체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학 운영비로 매년 100억 원씩 10년 간 1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광주·전남 시민단체 역시 “감사를 빙자한 호남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1일 성명을 내고 “한국에너지공대는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창의융합형 연구 중심 대학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국가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됐다. 대학의 성공은 곧 대한민국의 성공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전임 정권이 설립을 도운 대학이라고 해 국가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대학을 초토화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 해체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현 총장은 대학 창립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설립 초반 대학을 안정시킨 그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그의 임기를 존중하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학법인카드 사용 관리감독 부실 책임 등을 물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초대 총장 해임을 대학 이사회에 건의한 이후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정부 조처를 비난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의회도 1일 정부의 한국에너지공대 윤의준 총장 해임 건의에 대해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나주시의회는 “총장 해임 건의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 한국에너지공대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고 해체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윤 총장 해임 건의를 당장 철회하고, 대학을 더 이상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 국회의원들 “한국에너지공대 감사,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감사권 남용” 비판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95명은 산자부의 한국에너지공대 감사를 ‘정치 탄압’이라며 윤의준 총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신정훈, 김성환, 민형배, 강득구, 전용기, 김한규 의원 등 6명은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 대부분은 개교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대학 내부규정 미비로 인한 위반사항이며, 이미 대학의 자체점검 과정에서 확인돼 개선 중인 사항”이라며 “이를 이유로 최고 경영진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의 국회의 국정감사나 교육부의 대학 종합감사의 선례들과 비교해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감사권의 남용이며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교육부의 대학감사 결과에서 해임이나 파면을 요청한 경우는 모두가 총장이 직접 관여된 사건이었으며, 이번 감사처럼 실무적 비위에 대한 책임을 총장에게 묻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한 의원들은 “이번 감사는 처음부터 감사원의 한국에너지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한국에너지공대의 부실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며 “최고 경영진인 총장을 교체해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였던 한국에너지공대의 운영을 무력화하고 폐교의 수순을 밟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한국에너지공대 설립과 정상적인 운영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자 주민과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준엄한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정치감사에 따른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건의를 당장 철회하고 정부와 한국전력 출연금이 계획대로 추진돼 학교 운영이 조속히 정상화 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산자부에 재심의를 요청할 것을 검토 중이다. 한국에너지공대 관계자는 “감사결과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총장의 해임을 요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해당하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산자부 감사 규정에 따라 재심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며 “학교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빠른 시일 내에 개선, 시정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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