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벚꽃 엔딩’ 현실로… 정시모집, 비수도권 대학 대부분 ‘사실상 미달’
라이즈서 ‘지자체-대학-중앙정부’ 역할 나누는 ‘정책 거버넌스’ 필요
“대학 특성화, 초광역 단위로 범위 확장…신기술 중심성도 벗어나야”
산학협력 ‘인센티브 확대’ 강조, ‘수요자 맞춤형’ 평생교육 필요성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2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2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대학 재정지원 정책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내년 전면 도입 예정인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때문이다. 라이즈는 지자체가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행·재정 권한 일부를 갖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연 라이즈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과 지방대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본지는 라이즈의 성공적 안착을 기대하며 과거 지방대 육성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봤다. 이 시리즈는 상편, 하편으로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편집자주>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사라진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최근 마감한 2024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3대 1 이하인 대학은 59개교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2곳이 비수도권 지역대학이다. 수험생은 정시모집에서 최대 3개까지 원서를 넣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계에서는 대학 경쟁률이 3대 1 아래로 떨어지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교육계에서는 지방대 위기가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대가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는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들도 지역을 살리는 방안 중 하나로 지방대 육성 정책을 펼쳤다.

윤석열 정부도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로 지방대 육성과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전문가들은 라이즈에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자체-대학-중앙정부 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눈 ‘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라이즈에서 중앙정부의 역할도 이전보다 중요해졌다. 지난 12월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지방대학 육성 정책 성과분석과 RISE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지자체, 대학 등 정책 참여자들이 기존 정책에 대한 이해와 협력의 기술 등이 부족하다”며 “중앙정부는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연구진은 ‘대학 특성화’ ‘산학협력’ ‘평생교육’을 중심으로 라이즈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역대 정부들의 지방대 육성 정책도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대학 특성화에서는 범위와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산학협력 과정에서 지역의 지리·경제 ·산업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성인학습자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미래형 대학 평생교육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벚꽃이 만발한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벚꽃이 만발한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신산업 중심’ 대학 특성화 멈춰야 = 대학 특성화에서는 범위와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성화 근간인 산업 범위를 특정 신기술, 생산품 중심에서 기술, 공정 등으로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특성화는 주로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같은 신성장 산업에 편향됐다. 중앙정부가 지방대 육성 정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특성화를 위한 산업을 선택할 때 지역 산업 범위도 다변화해야 한다. 지역 범위를 확장한 초광역 특성화, 도심형 혁신 특성화처럼 여러 규모의 특성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재 특성화 산업 범위는 기초자치단체와 대학 인근의 산업단지로 설정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학사 개편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더해졌다. 연구진은 학사 개편 지원이 대학 특성화 성과 도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학사 개편 지원은 대학이 학사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학과 간 통폐합 지원, 연계 전공 신설에 따른 학점 체계 개편, 트랙제 단위 학사 운영 지원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신기술 분야 교원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집중 이수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지방대 육성 정책에서는 지역산업과 관련된 학문 분야 육성이 주로 이뤄졌다. 대학 특성화도 지역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다만 대학 특성화에서 지역 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산업 분야 선정과 고도화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학협력’ 인센티브 마련해 지역 산업계 참여 유도 = 지역 산업체의 산학협력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참여자 인센티브 강화, 성과 규명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과거 산학협력에서 지역 산업체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이 적어 산학협력 성과가 미진했다고 분석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유로 산학협력 참여기업과 교원의 인센티브를 확대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부설연구소 지원과 동등한 수준의 세금 감면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여 교원에게는 교원 창업, 기술 이전 성과를 인정하고 이를 인센티브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시했다. 또한 산학협력 성과를 연구 성과, 교육 성과와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산업계 참여를 확대할 컨소시엄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학협력은 대학과 산업계가 동등한 위치에 놓였을 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학이 중심이 돼 사업을 기획한다. 심사는 교육부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산학협력 기획, 실행 단계에 산업계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성인학습자 맞춤’ 평생교육 전략 세워야 = 지방대의 평생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인학습자의 학습 수요 파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성인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평생교육 사업 구조에 잘 녹여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지방대의 평생교육 안건을 지역의 주민복지정책과 연계해 발굴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이 지역주민복지를 위한 정책 안건 개발도 지원하고 이를 대학 평생교육 사업과 연계하는 형태다. 대학 특히 지방대의 평생교육의 주된 수요자는 지역 주민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방대 평생교육에서 지자체와의 협력이 더욱 강조된다.

이와 함께 ‘성인 친화형’ 교육 이수 체계와 교육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마이크로디그리 같은 유연학사제도를 평생교육, 성인학습자 특성에 맞는 체계로 발전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은 여전히 학위 취득을 위한 ‘전통적 대학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대학들이 평생교육에서 학습자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성인학습자가 새로운 입학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노인 인구에 대한 관심도 깊어지고 있다. 교육은 앞으로 ‘계속 교육’ ‘평생교육’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인 대학 교육을 성인학습자 친화형으로 탈바꿈하고 평생교육을 지방대 육성을 위한 원동력으로 확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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