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 체계 7개 시도 시범운영, 내년부터 전면 도입…교육 현장 ‘불안감 여전’
학계 전문가 “라이즈 체계 효과 키우려면…과거 지방대 정책 이해 선행돼야”
역대 정부도 ‘지방대 육성’ 힘써…대학 특성화, 산학협력, 평생교육 공통 강조
지자체, ‘사업 핵심 주체’로 위상 변화했으나…실질적 참여 미흡하다는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대학 재정지원 정책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내년 전면 도입 예정인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때문이다. 라이즈 체계는 지자체가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행·재정 권한 일부를 갖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연 라이즈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과 지방대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본지는 라이즈 체계의 성공적 안착을 기대하며 과거 지방대 육성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봤다. 이 시리즈는 상편, 하편으로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편집자주>

국내 대학이 위기에 처했다.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급감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방대학은 지역 소멸 문제도 더해져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주장하며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바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다.

라이즈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행·재정 권한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경남·경북·대구·부산·전남·전북·충북 등 7개 시도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내년 전국에 본격 도입된다.

라이즈 체계 도입을 앞두고 대학 현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대학과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을 모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자체가 지역 대학의 강점과 특성 파악이 제대로 되어야만 대학과 지자체의 원활한 협업이 이뤄질 수 있다. 라이즈 체계에서는 지자체가 지역 대학과 함께 재정지원 사업의 전체 과정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책 설계가 20여 년간 계속된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이전 정부들이 겪었던 ‘지자체 소외’라는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사업 거버넌스에서의 ‘지자체 소외’는 치명적이다. 윤 정부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역 대학에 대한 지자체 관심을 높이고 실제 참여 효과를 키울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10일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발표한 ‘지방대학 육성 정책 성과분석과 RISE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이러한 부분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 육성법)에서도 지자체, 대학 관계자로 구성된 거버넌스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지자체의 관심이 높지 않아 지방대 육성법 기본계획 수립, 시행이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지방대 육성법은 박근혜 정부(2013년~2017년)때 제정됐다.

산학협력 대학 육성화,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 강화 등을 위해 각종 재정지원 사업도 펼쳤다. 다만 지자체가 구체적으로 지방대 육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재정적, 행정적 기반이 약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학계에서는 지역맞춤형으로 지방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전 정부 정책의 성과와 한계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청와대 제공)

■ 문재인 정부, 지자체 ‘사업 주체’로 자리매김…영향력 여전히 약해 = 문재인 정부(2017년~2022년)가 출범한 뒤에는 대학 재정지원에서 지역의 역할이 더욱 확대됐다.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RIS, 리스)’의 영향이 컸다. 해당 사업을 통해 지자체는 사업 추진 주체로 올라섰다. 지자체가 사업 전체 단계에 모두 참여하고 중앙부처는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전의 지자체-대학 협력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지자체는 RIS 사업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지역협업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지자체는 공동위원장으로서 참여대학과 지역협업 기관을 연결하고 중재했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 속 지자체의 위상이 지원자에서 사업 핵심 주체로 변화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펼쳐온 산학협력 관련 사업을 ‘3차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3.0, 링크3.0)’으로 발전시켰다. 역대 정부들의 지방대 육성 정책을 지속·확장한 형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도 여러 한계에 부딪혔다. 지방대 육성 정책에서 지자체 역할이 이전보다 확대됐으나 자세한 추진전략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방대 육성법 제2차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그 한계가 드러났다. 중앙부처 중심성이 남아있어 지자체에 필요한 지원사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방대 육성법에 명시된 거버넌스도 실효성이 낮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황우여 부총리의 2014년 8월 취임식 당시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박근혜 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황우여 부총리의 2014년 8월 취임식 당시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 박근혜 정부, ‘지방대학육성특별법’ 제정…지자체 역할 수행 ‘미흡’ = 박근혜 정부는 지방대 육성을 지원하는 법적 기반을 구축했다. 바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 육성법) 제정이다. 지방대 육성법은 지방대 육성 정책의 ‘방향키’ 역할을 한다.

이 법에는 지방대, 지역인재 지원을 위한 국가, 지방정부, 대학의 역할과 책무가 담겨있다. 또한 △지역인재 입학 기회 확대 △공공기관·대학의 지역인재 우대 채용 △특성화 지방대 지정 △지방대·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지방대 지원방안이 명시됐다.

해당 법은 지방대학이 모집정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의 고졸자나 지방대 졸업자로 선발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학년도 대입부터 ‘지역인재 전형’도 마련됐다. 지방대는 지역인재 전형을 활용해 모집정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로 뽑을 수 있게 됐다.

지방대 육성법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참여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지방대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이 세워졌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대 육성법 제정으로 ‘대학-지역-중앙정부’라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기본계획 목표, 정책 과제가 지방대와 각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법 제도 외에 지자체가 지방대 육성을 이끌 수 있는 재정·행정 장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 이명박 정부, ‘정량 평가 기반’ 대학 재정지원…수도권-지방 격차 확대 = 이명박 정부(2008년~2013년) 때는 정량 평가를 중심으로 대학 재정지원이 이뤄진 점이 특징이다.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반영한 경쟁체제가 대학 평가에도 반영된 셈이다. 수치화된 기준에 맞춰 정부 재정지원과 학자금 대출 등의 제도 지원 여부가 결정됐다.

당시 대학의 정부 재정지원 여부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학사관리·교육과정 등 5개 평가 기준에 따라 결정됐다. 바로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다. 이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학 구조개혁 방안’으로 개편됐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정부(참여 정부)때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산학협력 재정지원사업 체계화 작업도 진행됐다.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링크)’이 대표적 예다. 이 사업에는 기존의 ‘지역거점 연구단 육성사업’ ‘광역 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양성 사업’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이 통합·재편됐다. 참여 대학도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기술혁신형 대학’과 지역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현장밀착형 대학’으로 구분해 선정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가 수립한 지역 산업·지역 대학 특성화 연계 전략 연속성도 유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학 재정지원 기준에서 지방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재정지원 ‘수도권 쏠림’ 현상을 빚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한계점은 박근혜 정부로 들어서면서 ‘대학 구조개혁 방안’으로 일부 보완됐다.

국회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국회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DB)

■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지방대 육성’ 기틀 마련…산발적 사업 진행 지적도 = 노무현 정부(2003년~2008년)는 역대 정부 가운데 최초로 지방대 육성을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방대 타깃의 대규모 재정지원 사업을 펼쳤다. 당시 정부는 지방대 발전 정책 핵심으로 ‘특성화’ ‘산학협력’ ‘지역전략사업 연계’를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향후 지방대 발전 정책의 근본으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정부는 특히 지방대 육성을 위한 법, 제도 초석 마련에 힘썼다. 당시 발표한 ‘지방대학 발전방안’은 박근혜 정부 때 제정된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의 기틀이 됐다. 또한 ‘신산학협력정책’ 발표하며 산학협력 실행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정책에는 특정 대학에 산학협력단을 독립된 법인으로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학을 산학협력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담았다.

대학의 산학협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사업도 2004년부터 본격화됐다.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링크)의 전신인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도 이때 시작됐다. 대학 특성화를 강조하는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NURI, 누리)’도 실시했다. 누리사업은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지방대 지원사업이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지역 산업체, 지자체 등이 협력해 지역발전을 주도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뒀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대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와 동시에 당초 계획과 달리 관련 정책이 산발적으로 추진되면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방대 육성’을 목표로 지자체와 대학, 정부가 호흡을 맞춰야 했던 점에서 협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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