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가 서비스 개발자 전향 계획으로 퇴사
이직 준비 중 ‘코로나19’ 덮쳐…고향인 하동서 ‘카페 창업’으로 새 출발
경남 하동군 농산물, 가공품 유통·판매…2022년에는 ‘청년마을 사업’ 선정
단골손님과 ‘다른파도’ 창업…“내 아이템·가게 찾는 소수 팬부터 확보해야”

이강희 ㈜다른파도 대표. (사진=본인 제공)
이강희 ㈜다른파도 대표.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말에는 큰 일도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강희 ㈜다른파도 대표도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이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른파도’ 이면에는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자’라는 슬로건이 있다. 20대 중·후반 청년들이 모여있는 ‘다른파도’는 경남 하동군에서 지역 농산물과 농산물 가공품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유통, 판매 과정에 필요한 브랜드 기획, 패키지 디자인부터 광고 대행, 위탁 판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이하 청년마을)’에 선정됐다. ‘다른파도’는 청년마을 ‘오히려하동’ 사업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청년마을 사업은 청년들이 청년마을로 선정된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청년들이 지역에 대해 알아가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도록 돕는다.

‘오히려하동’은 하동이라서 ‘오히려 좋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이강희 대표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통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직 계획이 틀어졌지만 ‘오히려 좋아’의 태도로 창업에 도전했다. 그 결과 지금은 ‘다른파도’ 대표로 하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대표와 ‘다른파도’의 활동은 교육계 주목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교육 선도대학들의 초청으로 청년 창업가 대표로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본지는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창업 배경과 노하우, 올해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이강희 대표를 포함한 ‘다른파도’ 임직원들이 빅페리컴즈 건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빅페리컴즈는 하동 화개장터를 재해석한 가게다. 하동의 식료품, 잡화를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본인제공)
이강희 대표를 포함한 ‘다른파도’ 임직원들이 빅페리컴즈 건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빅페리컴즈는 하동 화개장터를 재해석한 가게다. 하동의 식료품, 잡화를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본인제공)

- 서울에서 일하던 중 고향인 하동에 돌아간 이유는.
“원래 서울에서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 경력을 쌓던 중 서비스 개발로 직무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비스 개발자로 전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퇴사했다.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이 시기에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렇게 태국 치앙마이에서 외주 작업을 하며 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런데 이직 준비를 하던 중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다. 외국으로 나가려 했는데 국내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휴식 시간을 갖자고 생각하고 고향인 하동에 왔다.”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 노마드)을 합친 신조어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를 이용해 공간 제약 없이 근무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 처음 하동에 왔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
“제빵이 취미였던 점을 살려 카페 창업을 했다. 하동에 경력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개인 커리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하동에서는 잉여 인간이었다. 하동에 다시 돌아왔을 때 다양한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직업 선택지가 공무원, 아르바이트, 자영업밖에 없었다. 그래서 취미를 살려 카페 창업을 했다.”

- 첫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선택했는지.
“카페 창업을 준비할 때 서울에서 ‘노티드 도넛’이 유행했다. 지역 맘카페에서도 인근의 여수, 광양, 진주에 노티드 도넛 같은 크림 도넛을 파는 가게가 있는지 많이 물어봤다. 여기서 창업 아이템을 얻었다. 크림도 ‘하동에서 자란’ 과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관광객들이 하동을 방문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려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크림 도넛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 카페를 운영하다 ‘다른파도’를 창업한 배경은.
“단골손님 중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있었다. 카페에 와서 외주 작업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가게에 자주 오니까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게 됐다. 친분을 쌓고 외주로 버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물어봤다. 대화도 잘 통했다. 그 손님은 디자인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가게 사장과 손님으로 만났는데, 어느 순간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었다. 이럴 바에는 함께 창업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다른파도’를 창업했다. 그 단골손님이 지금 ‘다른파도’의 이사님이다. ”

- 청년마을 ‘오히려하동’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하동에도 디자인, IT 수요가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또 ‘다른파도’가 하는 일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하동을 한국의 치앙마이처럼 디지털 노마드가 가능한 도시로 만들고 싶었다. 이런 목표를 갖고 청년마을 사업에 도전했다. ‘오히려하동’을 찾은 청년들에게 통통 튀는 디자인 감각과 IT 기술을 지역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디자인,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로 간다. 그런데 하동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도 분명 디자인, IT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농산물도 온라인 판매로 전환되고 있는데 지역 농가가 직접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수도권에 있는 회사에 온라인 판매, 유통을 맡긴다. 그런데 농가, 농산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돼 좋은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본인이 창업한 가게, 아이템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50명의 팬부터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글로벌 일류기업을 만들기는 힘들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창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50명의 팬을 잘 만들 수 있는 지역을 골라야 한다. 이때 내가 잘 알고 있는 지역, 인간관계를 많이 쌓아놓은 지역을 찾아야 한다. 이 지역이 서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단순히 ‘서울’이라는 이유로 이곳에서 창업하는 건 피해야 한다. 내가 서울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또 직장생활 경험도 창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창업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직장 다니는 것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사업이 있는데 ‘창업은 안정적이지 않으니까’라는 이유로 시작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은.
“‘다른파도’를 대표하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같은 대표 상품이 필요하다. 현재는 사람들이 ‘다른파도’하면 ‘오히려하동’ 사업을 주로 떠올린다. ‘오히려하동’은 ‘다른파도’의 여러 사업 중 일부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이 사업을 ‘다른파도’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다른파도’라는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이미지,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다른파도’의 본업은 농산물과 그 가공품을 발굴하고 유통하는 일이다. 본업을 중심으로 ‘오히려하동’ 사업도 펼치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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