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공정성 강화방안’ 발표
출제 인력풀 관리 체계화‧유사성 검증 체계화 등 담겨
사설 모의고사 입수 기간‧범위 확대, 이의심사 시 연관성 확인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해부터 제기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전부터 시험 종료 후 이의심사 기간까지 전방위 감시에 나선다. 출제위원 자격을 갖춘 신규 인력을 대상으로 사전 검증을 거쳐 인력풀 상시 등록은 물론, 수능 출제진 선정 시 인력풀에서 무작위 선정한다. 출제 과정과 이의심사 절차도 보완해 수능과 관련한 ‘잡음’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28일 수능과 사교육 간 유사문항 출제를 방지하고 수능 출제진-사교육 간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1일 감사원 발표를 통해 확인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지문과 사교육 강사 모의고사 지문이 동일했던 사안의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됐으며, 올해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출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출제 인력풀 관리 체계화 △출제진 선정 공정성 강화 △출제 중 유사성 검증 체계화 △이의심사 절차 보완을 추진할 예정이다.

■ 인력풀 체계화 및 무작위 선정으로 공정성 강화 = 교육부는 우선 수능 출제 인력풀 검증 및 관리를 체계적으로 바꿔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EBS가 추천한 위원들 중에서 섭외하는 방식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교육청‧대학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출제위원 자격을 갖춘 신규 인력을 대상으로 사전 검증을 거쳐 인력풀에 상시 등록한다. 출제위원 자격은 대학 조교수 이상의 교원, 연구기관의 연구원 또는 고교 근무 총 경력 5년 이상의 고교 교사 및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인력풀 관리도 강화된다. 사교육업체에 대한 모니터링과 신고접수를 강화해 출제자의 출제 참여경력을 노출해 홍보하는 사안이 적발된 경우 인력풀에서 배제한다. 수능 출제진 선정 시에도 소득 관련 증빙을 통해 사교육 영리행위자는 전면 배제한다. 아울러, 검증된 인력풀에서 출제진을 무작위 선정하는 시스템을 전산화해 출제진 선정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추천을 받은 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준에 따라 출제자를 선정했는데 앞으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인력풀에서 출제위원을 5배수로 먼저 무작위 선발할 것”이라며 “이를 다시 전산을 통해 무작위로 뽑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수능 직전까지 ‘사설 모의고사’ 유사성 검증 강화 = 지난 2023학년도 수능이 끝난 후 영어 영역 지문 중 하나가 2022년 9월 대형 입시학원 사설 모의고사에 출제됐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됐던 영어영역 23번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23번 문항.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 23번 문항.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3학년도 수능이 끝난 후 2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제기됐지만 이의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의심사는 문항의 오류에 대해서만 이뤄진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감사원은 해당 문제에 대해 출제 과정에서 현직 교사와 사교육 간 유착 의혹을 지적하면서 교육부의 기조도 달라졌다. 사교육 카르텔 관련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검증 강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에 문항 오류에 대해서만 이뤄졌던 수능 이의신청은 올해 모의평가부터 사교육 연관성에 대해서도 다룬다. 문항‧정답 이의신청 심사기준에 ‘사교육 연관성’을 추가함으로써 사교육 문항과 지나치게 비슷한 문항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게 된다.

사교육 문항과 유사성이 제기된 문항에 대해서는 현직교사로 구성된 ‘수능 평가자문위원회’에서 사교육 문항과 수능 문항 간 유사도, 해당 사교육 문항의 영향력 등을 종합 고려해 시험 공정성 저해 여부를 자문한다.

최종적으로 사교육과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문항의 출제자는 인력풀에서 즉비 배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입소 후 발간된 사교육업체의 모의고사 등 일부 자료가 유사성 검증에서 누락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진다. 사교육업체에 공식적으로 자료를 요청해 시중 문제지 및 주요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등을 제출받고, 향후 발간 예정인 자료에 대해서도 발간 계획을 제출받아 공식 구매한다.

이를 통해 수능 출제본부 입소 전은 물론이고 입소 후 발간된 자료도 수능 문항과 사교육 문항 간 유사성 검증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출제 중인 수능 문항과 사교육업체 자료의 유사성은 현직교사로 구성된 ‘수능 출제점검위원회’를 활용해 철저히 검증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제도 개선을 통해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간 카르텔을 근절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도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공정수능’ 원칙을 유지해 수능의 신뢰도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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