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원 사태, 신과대 '맞' 천막농성으로 새 갈등국면

연세대 당국의 새벽 기습철거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문제를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철거 직후 이 사건은 대학당국과 연신원 보존을 주장하던 교수들의 대립으로만 비춰진 경향이 컸다. 그러나 지난 7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이 터의 주인이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섰다. 신과대 교수와 학부생, 대학원생 등은 “새 보금자리가 될 연세신학센터 건립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며 대학당국에 촉구했다. 아울러 지난 7일 연신원 철거를 반대하는 교수들의 천막농성장이 있는 곳 계단 아래쪽에 역시 천막을 치고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연세대 당국이 당초 이곳에 지어질 예정이던 ‘연세신학센터’ 건립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뜻을 밝히고 있는 데에도 이처럼 천막농성으로 강하게 맞대응하게 된 것은 그들이 침묵하고 있던 사이 건립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게 형성돼 있다고 본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94년 기공식을 가진 후 이제야 현실화되고 있는 신학센터 건립이 또 다시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신과대 교수들은 일부 교수들의 연신원 보존 주장에 대해 “일부 문과대 교수들의 이기주의적 주장에 밀려 학교 당국이 방관하고 있다”고 맞섰다. 신과대 교수들의 의견을 들어 보기 위해 신과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신학과 서정민 교수를 만나봤다. 신과대, “인문관 지을 때 아무말 없더니…문과대 교수 이기심 아닌지 돌아봐야” 서 교수는 우선 “친환경적 ‘에코캠퍼스’가 돼야 한다는 명제를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또 그동안 학교의 성장과 함께 주변환경이 훼손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원론적으로 ‘연신원 지키기 모임(이하 연신원지키기)’의 의견에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문과대 교수들이 중심이 돼 이뤄진 연신원지키기의 주장은 “내 마당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는 ‘님비’라고 단언한다. 서 교수는 “문과대 교수들은 지난 98년에 2천5백여평 규모의 위당관(제2인문관)이 들어설 때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일절 반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었다. 위당관 터에 있던 철거된 ‘청경관’도 지난 56년에 세워져 아름답고 역사적 전통을 지닌 건물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교육환경 개선이 절박했기에 부수고 새로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어 “특히 (연신원지키기 모임의) 농성이 시작된 직후 연세대 북문 쪽에서 착공된 ‘운동선수 종합기숙사’의 경우 연신원에 비해 그 환경파괴의 수준과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미 수백평의 자연수목지를 쳐내고 파헤치고 있다. 에코캠퍼스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면 정작 그쪽에서 천막 치고 농성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연신원 건물의 역사적 가치나 캠퍼스 전체적 환경을 고려할 때 연신원은 보존하고 대체부지에 지을 수 없냐는 질문에 서 교수는 “차량실 부지, 옛날 언더우드 사택, 백주년기념관 옆 주차장, 음악대학 앞 주차장 등을 나름대로 검토했으나 다른 건립계획이 있거나 역시 환경훼손이 불가피해 대학본부나 전문가들도 난색을 표했다. 결국 연신원 건물을 부순 터에 새로 짓는 것이 최적의 판단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설명한다. 기존 연신원을 리모델링하자는 일부 주장과 관련해서도 “현재 연신원 건물은 1백98평인데 기본 틀에 있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간이다. 리모델링 해봤자 매우 한계적이고 무의미하다. 안전진단 결과도 철거 대상물로 판정 받았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이 교행하기에도 비좁은 만큼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다”고 말한다. “개발해 부유해진 제1세계, ‘제3세계 개발은 환경파괴’라며 막는 셈” 아울러 서 교수는 “18개 단과대 중 17개대 건물의 현대화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신과대 건물만을 역사적 가치 운운하며 ‘그대로 보존하자’, ‘리모델링 하라’는 주장은 제1세계가 자기나라는 다 개발해 놓고 제3세계가 개발하려 하자 환경파괴라고 욕하는 심보와 다름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과대의 숙원이던 연세신학센터는 지난 94년 이전부터 이미 건립계획을 마무리짓고 착공식까지 마친 상태에서 경영관, 김우중관 등 학내의 다른 대규모 건설계획과 맞물려 계속 미뤄져왔다. 올해 10년만에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하자 신과대 교수와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신과대 졸업생인 홍이표씨는 "법대, 경영대, 공대가 지으려 했다면 문과대 교수들이 저렇게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신과대 교수가 12명인데 반해 문과대 교수는 그 열배인 1백20여명이다. 이는 미니 단과대에 대한 횡포에 다름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신과대측은 최악의 교육환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새 신학센터를 조속히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 교수는 현재 2급 장애인으로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보행이 가능하다. 1, 2층에 화장실이 없는 연신원서 교수생활을 시작한 후 그는 하루에도 3, 4차례씩 2층에 있던 교수연구실에서 지하 1층 화장실까지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자연친화적 환경보다 더욱 큰 전제는 인간 친화적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꽃·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냄새나는 지하에서 일상을 보내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학습권·교실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대학의 우선적 정의(正義)이자 공평한 공의(公義)”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서 교수 외에도 신과대에는 10여명의 장애인이 있다. 새로 들어서는 신학센터에는 이들을 위해 최고수준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서 교수는 밝혔다. 연신원은 지난 1964년 당시 학생정원이 30명이었음을 감안해 세운 건물로 학생수(대학원생 포함)가 1천여명으로 늘어난 현재, 생활하기에 턱없이 좁은 상황이다. 물론 연신원지키기 모임의 교수들도 신과대의 열악한 교육환경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당국이 양쪽을 중재하기 위해 나름의 애를 쓰고 있는 가운데에도 ‘대체부지 건설’과 ‘현부지 건설’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이 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기습철거 후 언론의 뭇매를 받은 바 있는 연세대 당국으로서는 섣불리 어느 한쪽 편도 들지 못하고 있어 대치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관련기사 : 기습철거 사태로 무너지는 상아탑] [관련기사 : 연세대 천막농성 교수들, 콜로키엄 개최] [관련기사 : [기자수첩]성장만이 대학발전 길인가?] [관련기사 : 연세대 연신원 철거를 둘러싼 '공'과 '방' ] [관련기사 : 연세대 '연신원' 기습철거에 교수들 반발 ] [관련기사 : 연세대 교수들, 옛 건물 보존위해 천막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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