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몰고 온 개학 연기, 대입일정도 덩달아 순연
‘원서접수도 뒤로 또 뒤로’ 수시 9월 23일~29일, 정시 내년 1월7일~11일
수시 학생부 마감기간 ‘16일 연장’ 9월 16일까지
일정 전반 조정 문제는 없나…대학들 ‘다소 촉박하지만 괜찮다’ 반응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결국 사상 초유의 12월 수능이 현실로 다가왔다. 교육부는 당초 11월 19일로 예정됐던 수능을 다음 달인 12월 3일로 연기했다고 31일 밝혔다. 초·중·고 개학이 계속 미뤄지면서 이로 인해 생긴 시험 순연, 방학 단축, 진학준비 기간 확보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입 일정을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능을 필두로 수시·정시모집 원서접수 기간과 학생부 마감일 등 대입일정 전반이 모두 2주 가량 뒤로 밀려나게 됐다. 

대입 일정이 밀리더라도 내년 3월 입학 일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평가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부족한 일정을 채울 요량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정시모집 실기고사 일정 등을 소화하기에 다소 촉박한 감은 있지만, 추가적인 일정 연기만 없다면 괜찮다는 반응이다. 

■결국 대입일정 순연, 수능 11월 29일에서 12월 3일로 2주 연기 등 = 교육부는 31일 수능 시행일을 비롯해 2021학년 대학입시 일정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초·중·고 신학기 개학을 4월 9일부터 단계적으로나마 온라인을 통해 시행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개학 일정이 ‘오리무중’인 탓에 대입 일정을 논의할 수 없었지만, 개학 일정이 정해지면서 대입 일정을 정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교육부가 이날 내놓은 ‘대입 일정 변경(안)’에 따르면 수능은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밀려난다. 최초 계획 대비 2주 후에야 수능이 시행되는 것이다. 성적 통지일도 12월 9일에서 같은달 23일로 동일하게 연기됐다. 

수능만 연기된 것이 아니다. 학생부 작성 마감일을 비롯해 수시·정시 모집기간 등 대입 일정 전반이 뒤로 밀려났다. 수시모집 학생부 작성 마감일은 8월 31일에서 9월 16일로 16일 연기됐으며,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9월 23일부터 29일,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내년 1월 7일부터 11일에 각각 시행될 예정이다. 본래 계획과 비교하면 마감일 기준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18일,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12일 각각 연기됐다. 

수능 전 치러지는 모의고사들도 일정이 연기됐다. 6월 4일 치러질 예정이던 6월 모평은 같은달 18일로 자리를 옮겼다. 9월 모평도 당초에는 9월 2일 예정이었지만, 16일로 2주 미뤄졌다. 

변경된 수능 시행일 등을 반영한 세부 대입일정은 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이 대학과 협의를 거쳐 수능 시행일 등을 반영한 대입전형 일정 변경안을 4월 중 확정·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12월 수능은 ‘사상 초유’, 수능 연기는 이번이 4번째 = 수능이 연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4학년 처음 시행된 수능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수능 연기 이전에도 세 차례 연기된 전례가 있다.

첫 수능 연기 사례는 2006학년에 나왔다. 2005년 11월 17일로 예정됐던 2006 수능은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시행으로 인해 1주일 연기된 23일에 치러졌다. 

2011학년에 발생한 두 번째 수능 연기도 처음과 사정이 비슷했다. ‘G20 정상회담’이 치러지는 것을 이유로 2010년 11월 11일 시행됐어야 할 2011 수능은 18일로 1주일 늦춰졌다. 당시 정부는 11일과 12일 실시되는 정상회담으로 인해 교통통제, 경찰인력 부족, 차량이동에 따른 소음발생 등을 이유로 시험을 연기했다.

가장 가까운 시기인 세 번째 수능 연기는 2018학년에 있었다. 당초 2017년 11월 16일 시행될 예정이던 2018학년 수능은 수능 전날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인해 갑작스레 일정이 바뀌게 됐다. 지진의 여파로 포항 내 일부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됐고, 여진으로 인한 위험성도 부각되면서 수능 하루 전날 갑작스레 23일로 1주일 시험이 연기됐다. 천재지변에 의해 수능이 연기된 첫 사례였다.

수능 외에도 대입시험이 연기된 사례는 존재한다. 더 앞으로 가면 학력고사가 연기된 적이 있다. 1992년 1월 21일 시행될 예정이던 1993학년 후기 학력고사는 시험지가 유출되면서 2월 10일로 일정을 옮겼다. 

이처럼 수능이 연기된 것은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수능이 12월에 치러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1994학년부터 올해까지 28년차를 맞이한 수능은 그동안 11월에 시행됐다. 연 2회 수능이 실시된 1994 수능이 8월과 11월에 걸쳐 실시된 것을 제외하면, 하반기 수능은 연기되더라도 11월 일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수능 등 대입일정 왜 변경했나…고3-N수생 등 ‘형평성’ 문제 해소 = 대입일정이 이처럼 연기되는 것은 개학 일정이 늦춰진 데 따른 당연한 조치다. 개학이 늦어졌음에도 대입일정을 기존 안대로 고수한다면, 고3들은 대입에서 일정부분 불리함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고3 재학생들이 갖는 대입에서의 불리함은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였다. 고교 교육과정을 이미 마치고, 학원 등에서 차근차근 대입을 준비하는 N수생과 달리 고3들은 아직 교육과정의 첫 발 조차 떼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여름방학이 줄어들면서 자기소개서 작성 등 대입준비에 들일 시간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올해 대입에서는 N수생들이 ‘광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교육부의 대입 일정 순연 결정은 이같은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교육부는 31일 일정 조정안을 내놓으면서 “장기간의 고교 개학 연기와 학사일정 변경에 따른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수험생의 대입 준비기간을 확보하고 원활한 고교 학사 운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수능과 수시·정시모집 마감일정이 미뤄지면서 고3 학생들의 불리함은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재학생들은 한 달 이상 개학이 연기되면서 재수생에 비해 수능에서 상당히 불리했다. 수능이 2주 연기되면서 이러한 불리함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대입일정이 전반적으로 순연된 것은 학생부 마감일이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 휴업이 길어짐에 따라 고3이 N수생에 비해 불리하다는 여론을 수렴한 것”이라며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주일의 시간을 준 것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다. 교육부가 ‘정서적인 이유’를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학생부 마감일이 연기된 것도 재학생이 갖는 불리함을 다소나마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주요대학 수시모집의 중심축을 이루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를 중심축으로 삼아 평가를 진행한다. 때문에 학생부 기재가 충실하지 못한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이로 인해 방학기간이 줄어드는데도 학생부 마감일이 동일하게 유지되면, 교사들이 학생부에 노력을 들일 시간은 그만큼 부족해진다. 

한 고교 교사는 “올해부터 세특 기재범위가 큰 폭으로 늘어나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학생부를 충실히 기록하기 쉽지 않았다. 보름 가까이 학생부 마감일이 늘어난 것은 학생들의 대입 준비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경된 일정 문제없나, 대학들은 ‘괜찮다’ 반응 = 교육부가 발표한 대로 세부적인 대입 일정은 내달 중에 나온다. 대교협 등이 주축이 돼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입학관리자협의회 등 입학 실무자들의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학들은 바뀐 대입 일정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는 반응이다. 5월 초에 발표할 2021학년 수시 모집요강을 통해 일정을 내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시모집은 일정이 다소 줄어든다 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아 문제될 부분이 딱히 없다고 대학들은 바라봤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대학별고사 등의 일정은 어차피 모집요강을 통해 발표한다. 수능이 뒤로 밀렸으면 그에 맞춰 일정을 정하면 된다. 수시모집은 원서접수 마감일로부터 합격자 발표일까지의 일정을 계산해 보니 5일 정도 일정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 평가기간이 약간 줄어들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문제는 정시모집이다. 교육부는 수능 등 대입일정을 연기했지만, 3월 입학까지 일정을 맞추기 위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평가기간을 모두 축소했다. 이 중 정시모집은 수시모집 대비 평가기간이 짧은 탓에 대학들이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원서접수 마감일과 합격자 발표일을 기준으로 볼 때 수시모집은 95일이던 일정이 90일로 줄어드는 데 그치는 반면 정시모집은 33일이던 일정이 26일로 줄어들면서 비율로 보면 20%를 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대학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일이니 만큼 일정이 촉박하지만 소화해내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정시모집은 수시모집과 달리 평가기간이 촉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기를 봐야 하는 예체능 모집단위는 예년이라면 여러 날로 분산했을 실기일정이 같은 날로 몰릴 수 있다. 행정적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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