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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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치러진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영역의 점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수학 영역에서 문과 학생들과 이과 학생들 간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져 결국 이 두 과목이 대입의 합격과 탈락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 수학, 최고점 인원 늘고 1‧2등급 인원은 줄었다… 초상위권 접전 = 문‧이과 통합수능이었던 이번 수능에서 특히 수학영역의 성적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고점자의 숫자는 늘어난 반면 1등급과 2등급 인원의 합계는 줄어들어 점수의 양극화가 생겨났다.

이번 수능에서는 수학영역 표준점수의 최고점이 147점으로 전년 137점(수학 가, 나형 모두)이었던 것에 비해 무려 10점이 상승했다. 표준점수 147점을 받은 인원은 2702명으로 상위권에 만점자가 밀집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가형 만점자는 971명으로 1731명이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수학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인원을 합친 결과는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올해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과 2등급을 받은 학생은 총 4만 9948명으로 지난해 수능에 비해 880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수학 가형의 1‧2등급 인원이 1만 9972명, 나형에서는 3만 856명이 나왔다.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지난 수능에 비해 증가했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한 것은 전체 평균이 하락한 결과다. 즉 수학 점수 내에서 상위권과 하위권의 점수 양극화가 더욱 극명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수학 영역 변별력은 대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학의 1등급 구간 내 점수 차는 10점으로 지난해 수능 수학 가형은 7점, 나형은 6점의 점수 차를 보인 것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통합 수능 체제로 바뀌면서 자연계열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시험이 쉬워진 반면 인문계열 학생에게는 시험이 매우 어려웠다”며 “그 결과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전년에 비해 늘었지만 전체 평균이 하락하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수는 전년에 비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확률과 통계를 주로 선택한 인문계 학생들이 불리한데다가 영어까지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학 영역의 1‧2등급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상위권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의 경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확률과 통계 선택자의 경우 수학 영역에서 상위 등급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인문계열의 경우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이번 난이도가 높았던 이번 수능 수학 영역에서 성적 격차가 대단히 심각하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또한 수학 최고점자들이 대량 발생하면서 의대 합격은 이들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대표는 “올해 의대의 선발 인원은 3013명으로 수학 만점자 수인 2702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 국어 영역 학생 간 점수 격차 커… 수학 상위권에서 국어 성적 영향력↑ = 이번 수능에서 국어 성적이 합격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학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그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국어 영역의 경우 만점자는 감소하고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국어 영역에서도 학생 간 격차가 컸다는 의미다. 올해 수능 국어 만점자는 지난해 151명에서 28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표준점수는 지난해 144점에 비해 149점으로 5점이나 올랐다. 이번 수능 국어 영역은 가장 어려웠다는 2019학년도 수능 만점자 148명에 비해서도 120명 감소했다.

국어 1등급의 구간 내 점수 차는 18점으로 나타났다. 1등급 인원도 1만 7914명으로 2015학년도 이후 가장 적었다. 이는 지난해 수능의 13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역시 변별력이 매우 컸으며 난이도 또한 높았다는 뜻이다. 국어 영역 1등급과 2등급 인원은 지난해 수능보다 2968명 늘어난 5만 745명이었다.

심지어 국어 화법과 작문에서 만점을 받았더라도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성호 대표는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인원이 28명에 불과하고 이들은 전원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화법과 작문에서 만점을 받았다 하더라도 표준점수 최고점인 149점에 도달하는 인원은 단 한명도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결국 다른 영역보다도 국어 영역의 성적이 합격의 키가 될 전망이다. 국어의 변별력이 매우 높게 나타난데다 국어 점수를 높게 반영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임성호 대표는 “이과에서 국어의 변별력이 대단히 높아졌고 문과는 사실상 국어의 변별력이 절대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소장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대학들의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는 국어 성적의 비중이 높다. 일부 자연계열에서는 국어 영향력을 확대하기도 했다”며 국어 성적이 수학만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 영어 1등급 ‘반토막’… 수능 최저학력기준 ‘비상’ =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며 영어 역시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크게 어려울 만큼 높은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어‧수학에 이어 영어까지 변별력과 난이도가 높아지며 결과적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능에서는 1등급 인원이 2만 7830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2만 5223명 감소했다. 지난 수능에 비해 변별력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작년 수능에서는 영어 영역 응시자의 12.66%가 1등급을 받으면서 절대 평가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1등급 비율을 나타냈다.

임성호 대표는 “영어 영역 1등급 인원이 급락한 것은 최상위권 변별력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등급, 3등급 인원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2등급은 6만 9051명에서 9만 6441명으로 늘어났다. 3등급은 8만 2701명에서 11만 2119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만기 소장은 “영어 영역 문제가 지난 수능보다 많이 어려워지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정시 이월 인원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정시에서의 지원 기회는 좀 더 넓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2등급과 3등급 인원은 늘어난 것으로 볼 때 중상위권 학생들은 국어와 수학에서 불리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영어 영역 성적으로 조금이나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덕 소장은 “정시 영어 반영 방법은 등급에 점수를 부여해 일정 비율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다. 총점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감점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에 따라서 등급 간 점수 차가 다른데 금년부터 서울대는 3등급을 받으면 2점을 감점하고 고려대는 2등급은 3점을 감점하면서 영어 등급 간 점수 차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됐다”며 “영어 등급 간 점수 차가 큰 대학의 경우 정시에서 영어의 영향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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