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대학 자율·지방대학 시대’ 기조에 기대감↑
획일적 평가 중단·규제 완화 및 폐지·안정적 재원 마련 촉구
지역 대학 총장들 “진정한 지방자치 실감할 수 있는 정책 필요”

황홍규 서울과기대 교수가 23일 열린 대교협 하계세미나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과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황홍규 서울과기대 교수가 23일 열린 대교협 하계세미나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과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대구=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의 자율, 국가교육책임제, 지방대학 시대를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학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규제 완화 등 시급한 현안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는 황홍규 서울과기대 교수(前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가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과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황홍규 교수가 분석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본 방향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양질의 고등교육 기회 보장 △통제보다 자율 △단기 투자 아닌 중장기 투자 △사람 투자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임은 규제 아닌 교육의 진흥·조장·지원 △고등교육의 다양성·개별적 특성과 사학의 건학 이념 존중 등 6가지다.

지난 17일 대교협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의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이 꼽혔다. 이어 대학 등록금 동결 개선, 대학 평가 개선, 대학 규제 개선 및 자율성 확보, 대학 규제 개선 등 재정 확충과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요구사항은 역시 국가의 낮은 고등 공교육비에서 비롯된다. OECD 평균 학생 1인당 고등 공교육비는 1만6327달러인 반면 한국은 1만666달러로 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 간에도 교육비는 큰 격차를 보인다. KAIST를 비롯한 과기특성화 대학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는 7953만 원, 서울대는 4806만 원이지만 같은 국립대인 강원대 등 9개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은 1850만 원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 필요한 건의 사항을 교육부와 관계 부처에 요구했다. 우선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를 중단하고 사업별 지원을 포괄적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시행 중인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관련 규제를 폐지하고 완화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 재정 지원 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사업 추진 방식이나 내용, 사업비 사용 등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내놨다.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새 정부의 교육부 역시 계속 규제 관련 이슈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법률에 근거한 대학에 대한 장기 재정 투자 보증도 촉구했다. 황 교수는 “고등교육 여건의 획기적인 개선, 분야별·영역별 세계 수준의 대학 육성은 초·중등 교육 정상화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라며 “조속하고 과감한 재정 투자가 지금 시점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국립대 교원 정원 책정권 교육부 이관 △산학협력단 비법인체제로 전환 △대학에 대한 국가 R&D 및 사업비에 원가 개념 도입 △대학 기반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연구 역량 등의 강화 등을 요구했다.

황홍규 교수는 교육부 기능 재편과 관련한 의견도 제시했다. 규제 폐지·완화하고 자율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이하 업무는 ‘지방교육협력협의회(가칭)’에 의해 공동 담당하고 고등교육 관련 업무를 ‘고등교육지원센터(가칭)’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교육부는 ‘교육인재개발부’ 또는 ‘교육인적자원부’로 재편해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과 인재 양성, 인력수급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3일 대교협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23일 대교협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기조강연 이후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지역 대학 총장들이 고충이 이어졌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과거에는 비수도권 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상생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고등교육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면서 “비수도권 대학만 지원하고 비수도권 대학을 위한 정책만을 취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고등교육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병수 고신대 총장은 “지방에 있는 사학으로서 지방대학 시대를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는데 대통령이 얼마나 강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특히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과 관련해 인재 양성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지방대학 시대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이에 황홍규 교수는 “대통령의 지방대 육성과 지방발전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보이지만 지금 제시된 안들은 방법론에 있어서 하나의 방법 중 하나로 그게 다는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지방대 육성과 발전에 어떤 고민이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그것이 하나의 정책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노준 안양대 총장은 오히려 수도권 대학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총장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경인지역은 상대적으로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서울과 한 권역으로 묶이면서 가장 적은 혜택을 받았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대학평가를 폐지 또는 완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새로운 교육부 수장과 교육부 간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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