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의 핵심은 ‘다양화’…고교학점제 시행에 탄력 전망
대학의 자율성 중시…‘네거티브 규제’ 중심으로 변화 이끌 듯
AI 활용한 맞춤형 교육혁신, IB 도입 통해 교육격차 해소 기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지난달 30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달 2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명됐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 수장으로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을 진두지휘했던 이가 10년 만에 컴백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의 교육부 장관 후보 지명을 두고 교육계는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교육정책들에 속도가 붙으리란 전망과 경쟁 교육 강화로 인한 교육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교육 현장, 정부,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한 미래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 등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면서 이미 한 번의 청문회를 거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이 되면 우리나라 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지난 10년간 만들어낸 그의 발자취를 통해 앞으로 바뀔 교육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 ‘다양화’에 방점 찍은 중등교육 정책 = 이 후보자는 2006년 저서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고교 내신반영 자율화와 함께 ‘대입자율화 3단계 방안’ 중 첫 번째 단계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2010년 이명박 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직에 오른 이 후보자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형 사립고를 확대하고, 대입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도입했다.

그가 도입한 정책 중 자율형 사립고와 입학사정관제는 엇갈린 시각이 존재하지만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자율성을 강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결국 이 후보자의 교육정책은 명확하다.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는 올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이 후보자의 공약에도 잘 나타난다.

당시 이 후보자는 “AI 보조교사를 도입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통한 기초학력 상승과 모든 중학교에 AI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학생들이 자유학기 동안 인공지능과 함께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교 다양화‧자율화를 위해 ‘하이테크 고등학교’ 30개교 육성, IB(국제 바칼로레아) 시범학교 도입을 통한 ‘KB(한국형 바칼로레아)’로 발전시키고 ‘한국형 차터스쿨’을 도입해 사학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이 되면 난항을 겪던 고교학점제 도입 또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교육 공약으로 2025년 전면 도입될 예정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교학점제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도입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해지면서 교육부 장관 임명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지난해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정영식 전주교대 교수와 저술한 <AI 교육 혁명>에서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경쟁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각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며 “교육 장벽을 허물고 행복한 성장을 도우려면 고교학점제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안정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제도 안착을 위한 준비 부족과 교원 업무 부담, 학교 규모에 따른 교육의 질 차이 등 당면한 과제를 빠르게 처리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 대학정책, ‘통제·규제’ 대신 ‘자율·개방·혁신’으로 = 이 후보자는 지난 3월 싱크탱크 ‘K정책 플랫폼’을 통해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 개혁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서 이 후보자는 “대학들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학단위 지원은 과감하게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만으로 한정해 대폭 축소하고, 학생‧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AI 교육혁명과 4차 산업혁명에서 대학이 혁신의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그동안 규제와 통제 중심이었던 대학정책을 대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주장한 대학정책 대전환은 크게 자율‧개방‧혁신 세 가지로 나뉜다.

규제 일변도로 인해 역동성이 제한된 대학을 교육부로부터 분리(자율)해 대학을 교육의 좁은 테두리에서 기업과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문을 여는 것(개방)이다. 또한 대학의 재정지원을 포용적‧파괴적 혁신에 집중해 4차 산업혁명과 AI 교육혁명을 위한 혁신생태계 중심허브로 육성(혁신)하는 것이다.

이 후보자의 의지는 지난달 30일 출근길 답변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대학을 (정부)산하기관 취급하는 나라는 없다”며 “대학에 보다 많은 자유를 주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HTHT(High Touch High Tech) 2021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열린 ‘HTHT(High Touch High Tech) 2021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미래교육의 핵심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 = 이 후보자는 지난 2020년 아시아교육협회(ECA)를 설립하고 ‘하이 터치 하이 테크(High Touch High Tech)’ 모델을 국내에 전파해왔다.

HTHT는 AI 기반의 ‘지능형 개인 교습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 ITS)’를 통해 교수의 수업 부담을 대폭 줄이는 차세대 교수학습 시스템이다. 즉 이 후보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교수자의 수업 부담을 줄이고, 학생 개인형 맞춤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 이전에는 교수자가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워주고 혁신의 허브 역할도 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학습 격차가 심화되고 특히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간 교육격차가 더욱 두드러지는 현실에서 이를 해소할 방안이 AI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교육”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모든 학교가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자 다양화의 핵심은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학교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그게 바로 ‘개별화’고 AI가 가장 잘하는 게 개별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AI 교육 혁명>에서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교육 현장은 교사가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을 받아 학생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개인별로 맞춤형 교육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즉 이 후보가 그리는 미래교육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이 중심이 될 것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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