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그랜드조선 부산에서 ‘제10회 UI 대학혁신지원사업 Webiar’ 열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SG는 ‘환경, 책임, 투명경영’”
ESG 등급 계량화에서 나아가 ESG채권 발행하는 해외 대학 사례 언급
ESG위원회 설치한 건국대 등 국내 사례 제시, ESG 경영 실천 노력 주목

31일 그랜드조선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UI 대학혁신지원사업 Webiar’에서 강연하는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한명섭 기자)
31일 그랜드조선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UI 대학혁신지원사업 Webiar’에서 강연하는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한명섭 기자)

[부산=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아니고 ‘환경, 책임, 투명경영’.

바야흐로 ESG 시대다. 누구나 ESG를 말하지만 제대로 된 개념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제대로 된 개념을 아는 것에서부터 실천이 시작된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그랜드조선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UI 대학혁신지원사업 Webiar’에서 ESG 개념을 바르게 의역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형남 교수는 세간에서 ESG 개념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는 환경(Environment)이 아니고 환경적(Environmental) 책임의 준말인 ‘환경경영’으로, S는 사회(Society)가 아니고 ‘사회적 책임’ 또는 ‘책임경영’으로, G를 지배구조라고 하면 회사가 아닌 대학 등의 조직에는 해당사항이 적으므로 ‘투명경영’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짚었다. 

같은 맥락에서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ESG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지속가능성과 ESG는 뿌리가 같고 거의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대부분 오랜 역사를 지닌 지속가능성은 잘 모르고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관점의 ESG가 ESG의 대부분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ESG 개념 바로잡기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ESG 경영’을 ‘환경‧사회‧투명경영’으로 순화해서 표현할 것을 권고한 것이 일례다. 이처럼 정부가 ESG 개념 재정립에 나선 것은 기업과 행정기관, 공공기관 등 거의 모든 조직들이 ESG의 틀린 개념을 적용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문 교수는 “상당수 대학들이 ESG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 후 경영을 선포해야 한다”며 “대학의 가이드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념을 재정립한 후에는 국내 대학보다 앞선 해외 대학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 문 교수는 “국내 대학은 지난해부터 ESG경영을 도입했지만 해외 대학은 국내보다 10년 이상 앞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버드대의 경우 MBA과정에 ESG 교육을 2010년경부터 실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대학들은 2012년경부터 ESG를 나타내는 지속가능성을 계량화한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등교육기관 지속가능성 발전협회(AASHE)의 지속가능성 추적평가시스템(STARS)이 대표적이다. 문 교수에 따르면 STARS는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지속가능성 관련 지표들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해 입력 결과에 따라 등급이 공개된다. 등급은 △플래티넘 △골드(금) △실버(은) △브론즈(동) △리포터(Reporter) 등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문 교수는 “주로 미국과 캐나다의 1106개 대학들이 스타스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고 그 중 절반인 576개 대학이 시스템에서 등급을 받았다”며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받은 대학은 11곳이었다”고 언급했다. 

등급 계량화에서 나아가 ESG채권을 발행하는 대학도 주목할 만하다. 문 교수는 “미국 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녹색 채권(E) 중심의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발행액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사례가 단연 돋보인다. 스탠퍼드대는 지난해 미국 대학 최초로 환경적 책무(environmental stewardship: E)와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S) 기준에 기반한 채권을 발행했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준수한 캠퍼스 건축과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위해 3억 7500만 달러의 ESG 채권을 발행한 점이 눈에 띈다. 일본의 도쿄대도 2020년 10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새로운 글로벌 대응 전략을 연구하고 안전, 스마트, 포용 원칙에 맞는 캠퍼스 조성을 위해 200억 엔(약 2244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국내 대학 사례도 언급했다. ESG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중앙대와 건국대, 한림대가 주요 사례로 제시됐다. 한림대·한림성심대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송학원은 지난해 9월 법인 산하에 ‘한림ESG위원회’를 만들었다. 한림ESG위원회는 ESG 경영에 관한 전략 수립과 이행 여부를 점검·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는 생활 속 탄소저감을 목표로 하는 ‘감(減)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건국대도 지난해 4월 학교 법인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건국대 ESG 경영 실천을 이끄는 조직으로 위원회 산하에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3개 분과를 둬 전문성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문 교수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 대학 처장에게 해당 대학의 ESG 추진 사례를 요청했더니 “총장이 선포만 하고 별도의 사업을 추진한 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작은 것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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