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수학, 영어 모두 변별력 확보…‘불수능’이었던 작년 수능과 비슷했다는 평
선택과목에 따른 점수 차 여전…영어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확보가 관건
역대 최대 졸업생 비율…상위권 경쟁 치열해 수학, 영어 중요도 높아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시험장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시험장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17일 실시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고난도 문제 대신 중난도 문제를 늘려 변별력 확보에 중점을 뒀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에 이어 문‧이과를 통합해 치른 이번 수능은 국어와 수학 영역을 ‘공통과목+선택과목’ 체제로 진행됐다.

올해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불수능’이라 불렸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점이다. 국어는 지난해보다 쉽거나 비슷했으며, 수학과 영어는 예년과 비슷했다는 평이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박윤봉 충남대 교수는 “올해 2차례 시행된 모의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예년의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며 “EBS 연계는 영역과 과목별 문항 수를 기준으로 50% 수준에서 연계했고, 선택과목 간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의 전반적 기조는 변별력 확보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수학과 영어는 지난해 수능만큼 불수능이었고, 국어는 지난해 불수능보다는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총평했다.

다른 입시 전문가들 또한 이번 수능에 대해 전반적으로 변별력 있게 출제됐지만 선택과목 간 점수 차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수학 선택과목에서 자연계열 상위권 대학들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중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많아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들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국어, 작년 수능보단 쉬웠지만 변별력은 확보 = 1교시 국어 영역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작년 수능보다는 쉽고,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평했다. 문제 유형과 배열 순서 등은 큰 변화 없이 출제됐으며, 신유형은 출제되지 않았다.

다만, 초고난도 문항보다는 중‧고난도 문항을 늘려 최상위권에게는 다소 쉽게, 중상위권부터는 변별력을 가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통적으로 고난도 문항이 많았던 ‘독서’는 4개 지문 17문항이 출제됐다. 이 중 법조문의 불확정 개념을 다룬 지문의 12번 문항은 수험생들이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됐다.

EBS와의 연계 정도를 보면, 문학은 고전소설 <최척전>과 고전시가 <도산십이곡>, 현대소설 <음지의 꽃>이 연계됐으며, 독서는 인문 지문 <유서의 편찬 경향>이 ‘사단칠정론’에서 연계됐고, 사회(법률) 지문 <불확정 개념>은 ‘기속 행위와 재량 행위’에서 연계됐다. 또한 과학(생명) 지문 <기초 대사량 측정 방법과 클라이버의 법칙>은 ‘최소제곱법과 엥겔의 법칙’에서 적용 방법이 연계됐다. 국어 영역의 EBS 연계율은 51.1%였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독서, 문학 모두 EBS 체감 연계율은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복합 지문 성격을 띠고 있는 독서 영역 ‘기초 대사량’과 과학 지문이 변별력의 핵심”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수능의 졸업생 비율이 역대 최대인 만큼 상위권 경쟁이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학이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독서에서 등급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수학, 과목별 점수 차이는 여전할 듯 = 2교시 수학 영역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변별력은 갖춘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평했다. 또한 신유형 문제는 물론, 이전까지 잘 출제되지 않았던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는 등 문제 유형의 변화도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진학 상담교사단 소속 교사들은 “지난해 수능, 9월 모의평가와 비교했을 때 난이도는 유사하다”며 “고난도 문항이나 단순 적용해 풀 수 있는 문항들을 줄이고 중간 수준의 문항을 늘려 변별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분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공통과목은 작년 수능보다 어렵게, 선택과목은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쉽게 출제됐다”며 “계산력을 요구하는 문항의 존재와 3점과 4점 문항의 난이도 간극으로 인해 상위권 학생들과 하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시험 역시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수능 응시생 졸업생 비율이 높은 점을 미루어 볼 때, 최상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시업체들은 공통과목에서 14번, 15번, 22번 문항 등을 킬러문항으로 꼽았으며, 선택과목 확률과 통계는 30번, 미적분은 29번, 30번, 기하 30번 등이 변별력을 갖춘 문항이라고 분석했다.

■ 작년 수능보다는 쉬웠지만 9월 모평보다는 어려웠던 영어 = 3교시 영어 영역은 1등급 16.0%로 사실상 변별력이 없었던 지난 9월 모의평가 보다는 어렵고, ‘불수능’이었던 작년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돼 변별력을 갖췄던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 듣기 1번과 2번 문제는 듣기 녹음 속도가 평소보다 빠르고 대화 내용도 길어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점쳐졌으며, 전체적으로 지문의 문장이 길어지고 높은 수준의 추론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중 실장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은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고 작년 수능보다 약간 쉬운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됐다”며 “EBS 연계율은 약 50% 수준으로, 간접연계 방식으로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듣기 녹음 속도가 평소 시험보다 빨라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듣기 문제로 인해 이어지는 독해 문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성호 대표는 “영어 2등급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며 “문과 학생의 주요 전략과목인 영어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확보해야 하는데 2등급 확보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이번 수능 국어, 수학, 영어 영역에 대해 “모두 비교적 고른 난이도와 변별력 있는 출제로 평가적인 측면에서 균형을 이뤘다”며 “올해 수능 또한 수학의 영향력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수능은 전체적으로 변별력이 두드러진다”며 “지난해부터 가채점 결과가 적중률이 높지 않은 만큼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 보수적인 대학 지원계획을 세우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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