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더 글로리’,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로 학교폭력 논란 ‘재점화’
학교폭력 논란 불거질 때마다 근절 대책 발표되지만 학교폭력 근절은 요원
대입 학교폭력 반영 비중 저조…대입에서 가해자 페널티 강화하면 예방효과 기대

‘더 글로리’의 주인공 학폭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오른쪽)과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이 대면하고 있다. (사진 출처=‘더 글로리’ 화면 캡처)
‘더 글로리’의 주인공 학폭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오른쪽)과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이 대면하고 있다. (사진 출처=‘더 글로리’ 화면 캡처)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다. 시대와 사회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명제다.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법 제시에 앞장서야 한다. 즉 교육과 연구, 지역사회 봉사와 산학협력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사회 문제를 짚어보고, 대학이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 웹드라마 ‘더 글로리’와 정순신 변호사(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자) 아들 사태로 학교폭력(이하 학폭) 문제가 도마 뒤에 다시 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학폭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학폭 근절을 위한 대학의 역할도 요구된다.

■ 학폭 논란 되돌이표, 언어폭력 ‘1순위’ =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 시절 학폭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이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을 대상으로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부는 2022년 12월 30일에, 2부는 지난 3월 10일에 방송됐다.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파상은 파상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 글쎄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여러분”, “타락할 나를 위해 추락할 너를 위해” 등 문동은의 대사는 학폭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더 글로리’ 1부 방송 이후 때마침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태가 터졌다. 정순신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제2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뒤 지난 2월 26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학교폭력 사태로 임기 시작 하루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민족사관고 재학 당시 동급생에게 8개월간 언어폭력을 일삼아 2018년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 특히 정 변호사 측이 전학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사실과 정 변호사 아들이 2020년 서울대에 정시(수능 100% 전형)로 입학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더 글로리’와 정 변호사 아들이 쏘아 올린 학폭 논란. 문제는 학폭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2021년 2월에는 당시 여자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 자매 선수의 학폭 사실이 알려진 후 일명 학투(학폭과 미투의 합성어로 학폭 피해 고백을 의미)가 여자배구계를 넘어 스포츠계 전반 그리고 방송·연예계까지 전방위로 확산됐다. 

또한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조사 대상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약 387만 명)’ 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 응답률은 1.7%(5만 4000명)로 2021년 1차 조사 대비 0.6%p 증가했다. 학교급별 학폭 피해율은 초등학교 3.8%, 중학교 0.9%, 고등학교 0.3%를 기록했다. 피해유형별 응답 비중은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이었다. 

특히 학교폭력에서 사이버폭력이 증가 추세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푸른나무재단의 ‘2022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조사 대상 전국 초중고생 6004명)에 따르면 피해 유형별에서 사이버폭력이 31.6%로 가장 많았다. 사이버폭력 경험 매체는 카카오톡 27.2%, 페이스북 16.6%, 인스타그램 9.3%, 틱톡 7.9%, 에스크 5.2% 순이었다. 

■ 학폭 근절 대책 ‘발표’, 실효성은 ‘의문 후보’ = 학폭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학폭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1년 학폭 논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학폭 가해 학생 선수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대상 회복과 치유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였다. 

정순신 아들發 학폭 논란 이후 교육부는 ‘학폭 근절대책 추진방향’을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에 보고했다. 현재 최대 2년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학폭 가해 학생 조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보존 기간 연장 검토, 학폭위 조치 사항 대입 전형 반영,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엄벌주의는 학폭 예방이나 자기 책임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도 반드시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엄벌주의와 교육적 해법은 병행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경미한 사안, 초기 사안은 교육적 해법을 우선하고 지속적이고 집단적이고 악질적인 경우에는 엄벌해 균형을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폭 근절 대책의 실효성에 꾸준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학폭 근절 대책을 비웃듯 학폭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해맑음센터 센터장)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의 태도와 성적 지상주의의 폐단을 지적했다. 

조 대표는 “현장에서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날 때가 많은데 가해자 부모들을 보면 학력이 높고 생활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또 직위가 높을수록 자녀 교육을 잘할 것 같지만 인성 교육은 오히려 문제의 골이 더 깊은 경우가 많았다”며 “아이에게 최고가 되라고만 가르쳤지 아이가 친구들과 어우러져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면죄부를 쉽게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학폭을 저지른 아이에게 ‘왜 그랬니?’라는 질문 대신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건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면 최고 대접을 받고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들도 봤다”고 밝혔다. 

자연스레 학폭 근절 대책도 후퇴하고 있다. 학폭위 조치의 학생부 보존 조치는 2012년 도입 당시 최대 보존 기간이 초·중학교 5년, 고등학교 10년이었다. 그러나 현재 2년으로 단축됐다. 특히 교육부의 ‘2023년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 가해 학생 조치사항에서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는 졸업 시점에 심의를 통해 학생부에서 삭제가 가능하다. 이전까지는 8호(전학) 조치도 삭제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8호 조치 삭제는 폐지됐다. 

교육부가 학폭위 조치사항의 대입 전형 반영을 검토할 방침이지만, 대학이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교육부가 학폭위 조치사항의 대입 전형 반영을 검토할 방침이지만, 대학이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아이클릭아트)

■ 학폭 근절은 사회의 과제…대학이 학폭 근절의 종착점 역할 필요 = 지난 22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죄인이 한때의 형제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공개됐다. 작성자는 정 변호사 아들이 졸업한 민족사관고 22기 출신의 경영대생이라고 스스로 밝히며 “잔혹한 행동에 시달리던 친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렸고, 사건이 일차적으로 해결된 뒤에도 학교에서 끔찍한 일들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울부짖다가 학교를 떠나 연락이 닿지 않게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너는 결국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학교와 실랑이하며 시간을 끌고,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잘못을 인정조차 안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대자보 작성자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피해자는 고통에 시달리는데 가해자는 버젓이 대학에, 그것도 명문대에 진학하는 현실이다.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대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학폭 근절을 위한 대입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는 대입에서 학폭 반영 비중이 저조하다. 국회 교육위 소속 김병욱 의원(국민의힘)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능 성적 위주 선발 전형의 경우 전체 대학의 3%(4곳)만이 학폭을 감점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국회 교육위 소속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2023학년도 학교폭력 대입 반영 현황’에 따르면 학생부교과전형에 학폭 이력 반영 서울 소재 대학은 6곳, 논술 전형에 학폭 이력 반영 대학은 1곳에 불과했다. 반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서울 소재 25개 대학이 학폭 이력을 감점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대입은 학폭의 사각지대다. 그러나 만일 대학이 대입 전체 전형에서 학폭을 반영하고 감점 요소를 강화한다면, 아니 더 나아가 학폭 가해자의 경우 대입 지원 자체를 불허한다면 대학이 학폭 근절의 종착점이 될 수 있다. 학폭 가해자로 낙인찍히면 대학 진학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학폭위 조치사항의 대입 전형 반영을 검토할 방침이지만, 대학이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 

이태규 의원은 “정시와 수시를 구분하지 말고 가해 학생이 본인의 행동에 책임지게 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이경 중앙대 대학원장도 “교육 프로그램만으로 문제해결이 역부족이라면 대입 반영 등의 대책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폭 근절 예방교육 개발·보급도 대학의 몫이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브레인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역량을 발휘, 학생과 학부모 대상 학폭 근절 예방교육을 개발·보급하면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재점화된 학폭 논란. 이제는 학폭 논란 발생과 대책 발표를 되풀이만 할 때가 아니다. 정말 학폭 근절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학도 대입 제도에서 학폭 가해자 페널티 강화와 학생·학부모 대상 학폭 근절 예방교육 개발·보급으로 학폭 근절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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