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의대 증원, 현행 고등교육법 고의 위반” 법리싸움 돌입
의대생 집단 유급 위기에 의대 교수 집단행동 본격화…이주호, 의대협에 대화 제의

의료계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현행 고등교육법을 고의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법리싸움을 예고하고,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본격화하는 등 반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의료계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현행 고등교육법을 고의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법리싸움을 예고하고,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본격화하는 등 반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11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두 번째 준비서면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 5일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의대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협의회는 복지부 장관에게 고등교육법상 대학 입학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며 교육부 장관의 소관이므로, 증원 발표를 복지부 장관이 한 것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오는 14일 첫 심문기일이 잡혀 있다.

협의회는 이날 서면을 통해 “대학구조개혁이란 교육부가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고교 졸업 인원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초과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교육부가 국립·사립대학의 통폐합, 구조조정 및 입학정원 ‘감축’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이라며 “정부가 느닷없이 추진하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대학구조개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8일 참고자료를 통해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입시연도 1년10개월 전 공표가 원칙이지만, 의대 증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 예외사유 중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정원조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연도 1년10개월 이전에 발표하고 이를 변경하지 못하게 못 박은 취지는 수험생들에게 사전에 정보를 제공해 안정적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입시를 하기 위함”이라며 “이는 강행법규이며, 교육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가 고의로 이를 위반한 행위를 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입시농단”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협의회는 “2025 입학년도 전국 의대 2000명 증원은 물론 지방인재전형 60% 이상으로 조정한다는 조치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교육부가 고의적인 거짓 발표로 국민을 속이는 명백한 사기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헌법재판소에 의대 증원과 관련 헌법소원 및 가처분을 제기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교육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형사 고발할 것도 예고했다.

이탈 전공의에 대한 처벌과 의대생 유급 사태가 임박하면서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행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11일 5시 긴급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 등을 논의한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현 상황 및 향후 대책 논의에 더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교수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도 주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들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부산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 집단사직서를 낸 전공의와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들에 이어 집단사직 의사를 표했다.

오세옥 협의회장은 “교수들은 현재 환자를 지키겠다는 의지 하나로 한계까지 버티고 있지만 전공의에 대해서 사법절차가 현실화되거나 학생들이 대량 유급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교수 역시 전원 사직 등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올해 학생들이 집단 유급되고 내년에 250명이 입학할 경우 최대 375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우려된다. 학생 없는 학교, 전공의 없는 병원에서 교수들 역시 남아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11일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는 설득과 협조의 대상이지 압박과 강압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이들에게 의료 이탈자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며 “정책을 설득할 근거가 부족하고 그 정책으로 국민 건강이 심각한 손해를 보고 있다면 정책의 시간은 종료된 것이다. 모든 사안을 원점에서 조건 없이 재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 전자설문 방식으로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10일 오후 4시까지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 3523명, 기타 소속 의사 등 1657명 총 5180명이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40개 의과대학 학생단체인 의대협 대표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13일 오후 6시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면 학사운영 정상화 및 학생의 학습권 보호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10일 기준 의대생 휴학 신청은 전체 의대 재학생 수의 29%인 544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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