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제 해결해 라이즈 내 경쟁력 확보 나서는 지역 전문대 연합
산학협력 강점 앞세워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 노리는 연합도 나타나
차별성 부각해 단독으로 신청하는 전문대도…“특화점 강조하겠다”
타 대학 소식 접한 뒤 급하게 연합 제안하기도…“신중히 택해야”

교육부가 지난달 21일 충북대에서 개최한 ‘글로컬대학 혁신 이행 협약 및 토론회(포럼)’ 현장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모습. (사진=교육부)
교육부가 지난달 21일 충북대에서 개최한 ‘글로컬대학 혁신 이행 협약 및 토론회(포럼)’ 현장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모습.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글로컬대학 사업 지정에 도전하는 전문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글로컬대학 사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추진 전략은 다양하다. 지역 내 입지 확보와 특성화 분야 강화를 위해 연합을 구성한 대학이 등장하는 한편, 대학만의 강점을 부각해 단독으로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전문대도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타 대학과 연합해 글로컬대학 사업에 도전장을 낸 전문대가 늘고 있다. 앞서 교육부가 올해 초 글로컬대학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연합 대학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일반대와의 경쟁이나 법인 통합에 부담을 느끼던 전문대가 연합해 예비지정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합에 참여하는 전문대는 지원금이 아닌 글로컬대학 지정 이후가 핵심이라 말한다. 직업교육 역량을 모아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SE, 라이즈)’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산학협력을 강화해 대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지난달 26일 부산 지역 8개 대학 보직자들이 동의과학대 본관에서 글로컬대학 연합대학 추진에 뜻을 모았다. 경남정보대는 지난 12일 8개 전문대 연합에서 빠지게 됐다. (사진=동의과학대)
지난달 26일 부산 지역 8개 대학 보직자들이 동의과학대 본관에서 글로컬대학 연합대학 추진에 뜻을 모았다. 경남정보대는 지난 12일 8개 전문대 연합에서 빠지게 됐다. (사진=동의과학대)

지역산업 인재 양성해 라이즈 체제 내 입지 확보 나서는 대학들 =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인구 유출은 비수도권·지역 대학의 오랜 고민이다. 이에 소재지가 같은 대학이 연합을 만들어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들 연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라이즈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문대만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부산 지역 7개 전문대(△대동대학교 △동의과학대학교 △부산과학기술대학교 △부산경상대학교 △부산보건대학교 △부산여자대학교 △부산예술대학교)는 연합을 구성해 지역 내 직업교육을 전담하기로 뜻을 모았다. 부산 지역의 직업교육을 책임져 라이즈 체계에서 전문대만의 지위를 확보하는 게 7개 대학의 목표다.

7개 전문대의 연합 교육 방안은 공동 교육 체계다. 만약 대동대 재학생이 대동대의 강의를 듣고 싶다면, 7개 연합 포털 시스템에서 수강을 신청해 온·오프라인에서 수업을 듣도록 하는 식이다. 연합에 참여하는 A전문대 관계자는 “그간 각 대학 단위로 진행한 직업교육이 함께 이뤄지도록 교육 과정을 같이 마련하고 있다”며 “가능한 많은 대학이 참여해야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획이다. 부산시도 이 점을 강조하며 가능한 많은 대학이 연합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라고 말했다.

지산학 협력은 7개 대학이 부산시의 16개 군·구를 나눠 수행될 예정이다. 주관대학인 동의과학대에 따르면 각 대학은 담당 지역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 과정을 개설한다. 김경화 동의과학대 기획처장은 “제조업 일손이 부족한 지역의 대학은 유학생의 정주를 지원하고, 평생교육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면 주민의 요구를 파악해 강좌를 개설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연합에 참여하는 B전문대 관계자는 직업교육을 전담해 성과를 내면 전문대가 라이즈 체제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즈 시행을 앞두고 전문대가 지역에서 고유의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미 있었으며, 올해 연합 방안이 생기며 이를 실현할 방안이 마련됐다고 한다.

(사진 왼쪽부터) 거제대·동원과기대·마산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 왼쪽부터) 거제대·동원과기대·마산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경남 소재의 거제대·동원과기대·마산대는 조선업 인재 양성을 위한 연합을 만들었다. 3개 대학은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라이즈 체제에서 지자체와 협업할 범위를 넓히는 데 방점을 둔다.

본래 마련한 사업 계획안은 각 대학의 강점을 공존시킨 내용이었으나, 경상남도의 자문을 거쳐 조선업 인력 양성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거제대 관계자는 “경상남도가 글로컬대학 사업 지정을 준비하는 대학을 모아 자문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3개 전문대가 함께 조선업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제안받았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지자체 모두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하는 대학에 거버넌스와 지역 문제 해결을 주문한 상황이다.

3개 대학은 조선업에 종사할 학생 150명을 함께 모집하고 교육할 계획이다. 교육 방안으로는 거제대의 조선업체 방문 실습 교육과 마산대의 용접훈련센터 활용 등이 거론된다. 이상원 마산대 산학협력단장은 “조선업은 실습 교육의 비중이 크다. 대학마다 기자재나 실습 시설이 다르니 학생들은 3개 대학을 오가며 오프라인 교육을 수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전문대가 연합해 지역의 당면 과제를 해결한다면, 라이즈 체제에서 전문대와 지자체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학이 따로 준비한다면 경쟁만 강화되지만 3개 대학이 함께 인력난을 해결한다면 대학과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글로컬대학 사업 지정은 라이즈 체제에서 지역과 전문대가 도움을 주고받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과학대(사진 왼쪽)와 연암공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울산과학대(사진 왼쪽)와 연암공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산학협력 역량 앞세워 연합 마련하기도 = 특화 분야를 매개로 연합에 나서는 전문대도 있다. 울산과학대는 연암공대와 연합을 구성했다. 두 대학은 산학협력 역량을 바탕으로 학생의 취업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울산과학대와 연암공대는 각각 현대중공업그룹과 LG그룹 등 국내 대기업이 설립해 지원하는 전문대학이다.

손성민 울산과학대 기획처장은 산학협력을 통해 줄어드는 제조업 현장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처장은 “전체 제조업 인력 중 70% 이상이 현장 인력이다. 지역 전문대는 현장에서 일할 사람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입학 자원이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이라며 “학생이 지역에 정주하려면 산학협력을 활용해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두 대학이 뜻을 모아 연합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연암공대와 울산과학대는 공동학부 개설을 고려한다. 이승익 연암공대 기획처장은 “울산과학대는 공학에 강점이 있으며, 연암공대는 인공지능(AI)에 특화된 교육 과정이 있다. LG AI 연구원과 함께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며 “두 분야의 역량을 갖춘 제조업 인재를 기르려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 간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가상현실(VR)·가상 캠퍼스 활용과 집중 실습 기간을 마련 등이 논의되고 있다.

졸업생 취업 지원에도 산학협력의 기조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처장은 “울산 소재 기업의 수요보다 많은 졸업생이 배출된다면 연암공대의 산학협력 체계를 활용해 진주에서 취업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단독 신청 또한 고민했지만, 일반대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연합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처음에 단독 신청도 고민했지만, 울산과학대는 일반대에 비해 규모가 작다. 일반대와 경쟁하려면 규모를 키워야 했다”라며 “사립 대학은 통합이 쉽지 않아 우선 연합을 구성하는 쪽으로 진행했다”라고 알렸다.

(사진 왼쪽부터) 송곡대·대경대·대구보건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 왼쪽부터) 송곡대·대경대·대구보건대. (사진=한국대학신문 DB)

대학만의 강점 강조해 단독 지원하는 전문대…“유형 선택 신중해야” = 연합 대학 형태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신청하는 전문대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단독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하는 전문대도 있다. 이들은 연합·통합하지 않아도 고유의 역량을 앞세우면 사업 지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송곡대는 단독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 중이다. 송곡대의 전략은 타 대학과의 연합이 아닌 지역·민간 기업과의 연계다. 박정애 송곡대 미래전략본부장은 “송곡대는 그간 유학생을 유치하고 교환 학생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유학생의 특정 활동 비자(E-7) 발급을 도와 이들이 강원도 내 산업 인력으로 거듭나도록 도울 예정”이라 말했다.

또한 박 본부장은 단독 신청이 우수 성과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한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해야 책임 소재가 확실해진다. 지역·기업과 연계에 집중하면 성과 관리와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단독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컬대학 사업에 공모했던 대경대는 올해도 단독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대경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기조 차이는 크게 없다. 대학이 그간 마련한 직업교육 체계를 부각하려 한다. 연합·통합 계획은 현재로서 없다”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실습 현장과 산학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대경대는 실제 산업 현장을 묘사한 실습 시설인 ‘엑스펍 스테이션(ExpUp Station)’을 보유했다. 이를 활용한 취업 역량 제고와 졸업생의 해외 진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대구보건대는 단독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 중이지만 연합을 구성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대구보건대 관계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글로컬대학 사업 참여를 계획 중이다. 보건 계열에 뚜렷한 강점이 있는 학교인 만큼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연합이나 공유대학을 구성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한 “연합이라고 해서 반도체 학과를 만드는 등 대학의 설립 취지를 거스르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학과별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해외 진출을 유도할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 구성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상북도의 C전문대 관계자는 대학의 사업 계획을 고려한 결과 단독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C전문대 관계자는 “단독 신청을 준비하던 중 여러 대학이 연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타 전문대에서 지금이나마 연합을 구성하자는 연락도 온다”며 “연합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교육 혁신을 이룬다면 괜찮겠지만, 연합 규모에 얽매이면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연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다만 대학 고유의 경쟁력에 집중해 예비지정 신청서를 작성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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