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총장직선제 폐지 드라이브에 거센 반발

학장직선제 폐지됐지만… ‘유사 선거방식’ 여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올해 안에 관철시키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지만 국립대 교수사회의 반발이 만만찮다. 특히 교과부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과 연계시켜 강제키로 했으나 일선 국립대들은 표면상으로 임명제를 시행할 뿐, 직선제와 유사한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국립대들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등에 따르면 교과부의 1·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의 골자인 학장·총장직선제가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단적인 예가 이미 시행령이 확정된 학장임명제다. 기존 학장직선제 방식을 폐지하고 총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의 변경이 확정됐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학본부와 단과대학 교수회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겉으로는 임명제를 시행 중이지만 단과대 교수들이 학장 후보에 대한 의견을 모아 본부에 제출하는 사실상의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 많다.

학장임명제 시행 여부가 중요한 것은 총장직선제 폐지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교련을 중심으로 한 국립대 교수들은 직선제 폐지가 대학 자율성을 무너뜨리는 처사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교련은 각 단과대 교수회에 지침을 내려 ‘입후보’나 ‘후보자 추천’ 같은 공식 선거절차는 생략하되 학장 후보에 대한 교수들 의견을 수렴해 본부에 올리도록 했다. 또한 이런 과정 없이 총장이 학장을 임명하면 지명자에 대한 단과대 교수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사실상의 학장 선거를 시행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현수 국교련 사무총장은 “교과부가 대학본부에 학장직선제를 계속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국교련 지침은 선거는 아니되 여론조사 방식을 차용한 절충안이다. 일방적 임명제의 인사 파행도 없애고 정통성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중간에 낀 대학본부 입장은 당혹스럽다. 복문수 전남대 기획처장은 “법령 자체가 바뀌었고 교과부의 행·재정 불이익 방침도 있어 총장이 학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면서도 “단과대 교수회에서 공식적·비공식적으로 학장 후보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어 고민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각 대학본부는 시행령이 확정되기 전인 3월까지는 학장직선제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9월부터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등 예산 지원과 결부된 문제라 양보할 수 없다며 교수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김형주 군산대 기획처장은 “3월까지는 단과대 교수들 의견을 존중해줬지만 이제는 임명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더 큰 문제가 남았다. 교과부가 연내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과 결부시켜 밀어붙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행령 확정 이전이라 다소 느긋했던 국립대들도 총장직선제 폐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하지만 교과부의 이 같은 정책 추진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교련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직선제 폐지가 포함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대한 전면 반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장관 및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교련 관계자는 “임명제 총장들은 비리에 연루돼 중도 사퇴하는 등 임기를 제대로 마친 적이 없다. 총장직선제 폐단만 언급되는데 임명제로 바뀌면 구성원이 아닌 정치권력과 결탁하게 된다”며 “법인화 추진과 직선제 폐지 등 국립대 자율성 훼손이 도가 지나치다.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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