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클릭’ … 상상력이 만들어낸 3차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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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과학자들의 위험한 연구 <2> 김영환 포스텍 교수

*** 한국대학신문 창간 25주년을 맞아 국내 대학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을 돌아보면서 △우수한 연구 △참신한 연구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연구 등을 발굴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지원 성과와 정보를 공유하는 취지에서 연속기획 ‘괴짜과학자들의 위험한 연구’를 마련했다. 자기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연구에 뛰어든 학자들의 파격적인 상상력을 뒤쫓아 가보자.

▲ 김영환 포스텍 교수(사진)가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수행한 ‘모험연구’(한국연구재단)는 3차원 입체 공간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인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관건은 자유롭게 움직여도 컴퓨터가 손가락 끝의 위치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도록 오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지난 2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만난 그는 “성패를 떠나 공학자들은 언제나 상상 속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욱
“말·손짓으로만 기기 움직이는 시대 올 것”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까까머리 중학생은 여름방학 숙제로 조그만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었다. 그리 복잡할 게 없었고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학교 앞 과학교재사에서 사온 키트(kit, 조립용품 세트)를 설명서대로 납땜하고 조립하면 그만이었다. 196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한번쯤은 해봤을 방학숙제다.

김영환 포스텍 교수(58·사진)도 이 시대를 보낸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날부터 용돈 타는 족족 과학교재사로 달려갔다. 고등학교 땐 밤새워 기타 앰프를 만들었고 대학에 가서는 집안 곳곳에 방범장치를 만들어놨다. 방문마다 회로를 연결해 문이 열리면 경보등이 켜지는 간단한 원리였지만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낸 첫 작품이었다. 그는 뿌듯해 했다.

학창시절 김 교수는 ‘보이지 않는 동력’인 전기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신기했다. 회로에 눈을 떴을 때가 대학에 입학한 직후다. 그땐 전자회로를 들여다보면 전기신호가 흐르는 길이 눈에 보였다. 이쯤되면 전자회로 마니아 수준을 넘어 오타쿠(御宅) 경지에 이른 셈이다.

전기신호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으레 우린 사물마냥 존재 여부를 의심치 않는다. 사실은 순전히 과학적 원리에만 의존해야 하는 학문이 전기공학이고, 전자공학이다. 김 교수는 실제로 현실에선 없는 것(전기신호)을 연구하면서 또 그것을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걸 “재미있다”고 표현했다.

그가 지난 2010년 연구재단의 모험연구로 선택한 과제도 현실에선 전혀 없는 것이었다. 허공에 3차원 영상을 띄워 놓고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기(interaction system)인데 공상과학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것이다. 

‘인간의 시각 인식 특성을 응용한 물체 인식 시스템’을 연구주제로 내기까지 줄곧 그의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던 믿음은 다름 아닌 상상력이었다. 디스플레이와 컴퓨터 비전 기술을 접목시켰다.

디스플레이(display)는 컴퓨터 데이터를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게 구현하는 작업이다. 컴퓨터 모니터나 TV브라운관이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장치다.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은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컴퓨터 정보로 변환시키는 기술이고, 영상을 데이터로 변환해 거리를 인지하는 것도 컴퓨터 비전 기술에 속한다.

▲ 김영환 교수가 3D 안경을 쓰고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상으로는 화면 속 그림이 겹쳐보이지만 김 교수의 눈에는 입체감 있게 보인다. 김 교수가 허공에 뜬 영상을 선택해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로 공중에 3D영상을 띄우고, 모니터 위에 캠(카메라) 2개를 매달아 두 캠이 찍어온 데이터 차이로 사물과의 거리를 잰다. 각각의 캠은 사람의 양쪽 눈 역할을 한다. 서로 다른 위치에 달려 있는 눈이 약간의 오차로 다른 정보를 받게 되면서 사물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되는 원리다.

컴퓨터 비전은 두 캠이 보내온 정보를 통해 거리를 계산하고 공중의 어느 한 지점을 특징점으로 잡아낸다. 이 특징점을 사람의 손가락 끝으로 설정해 놓으면 허공에서도 키보드를 직접 누르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연구의 관건은 컴퓨터 비전이 거리감을 얼마나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느냐다. 사람이 자유롭게 움직여도 손가락 끝의 위치를 오차없이 잡아내야 하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3년 남짓의 모험연구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람을 3D영상에서 컴퓨터가 인식하는 데까진 당도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더 큰 목표를 갖게 됐다.

“2D, 3D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가 없이 단지 사람의 손짓과 말로 기기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겁니다. 일종의 가상현실에서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시스템이 인지할 수 있는 것, 오감으로 느껴지는 가상세계는 생각만해도 신기하지 않나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가상세계로 연결된다. 앉은 자리에서 모든 기기를 작동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뭘 하면서 살아야할까. 김 교수는 전자기기의 진화가 인간의 퇴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은 할 일이 많아요. 세탁기가 발명됐다고 사람들이 집안에서 가만히 있는 건 아니잖아요. 취미생활을 하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등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여유가 조금 더 생긴다고 보면 됩니다.”

김 교수는 정년퇴임까지 7년을 남겨두고 있다. 미래 세계를 연구하는 그에게 연구는 여전히 상상 속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스스로는 연구 정년이 따로 없지만 학문후속세대들에겐 내심 기대감을 내비쳤다.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방편으로만 연구를 하지 말고 ‘상상력의 실험’을 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결과가 안나오면 어떤가요. 모험연구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학문후속세대들이 많아야 창의적인 연구도 이뤄질 것 아니겠어요?”

▷연구자: 김영환 포스텍 교수(58·전자전기공학과/창의IT융합공학과)
▷주제: 인간의 시각 인식 특성을 응용한 물체 인식 시스템
▷연구기간: 2010년 9월 1일~2013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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