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주년기획]대만·홍콩 대학 특성화 존중… ‘질적 지표’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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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학평가 한국에 물음을 던지다>④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의 대학평가

대학평가, 中 ‘교육부‘ 주도…홍콩․대만 ‘평가전담기구’가 맡아
대만, 학령인구감소로 강력한 대학평가…지표는 자율성 기반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대학의 설립과 운영이 자유로워지고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대학평가를 통한 고등교육의 질 관리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홍콩, 대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세 국가 모두 대학평가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대학평가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고,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특히 대학평가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대학평가를 고등교육 질 보증·제고를 위한 중요 기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홍콩이나 대만의 대학평가는 각 평가대상기관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획일적 지표로 정성평가를 시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질적 지표를 평가에 반영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 中 대학평가 ‘질 관리로 고급 인재 육성’ 목적 = 중국의 대학평가는 3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이 종료된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대학평가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시작됐다.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1990년대 들어 대학평가 관련 규정과 시행방안이 본격적으로 제정·시행됐다. 당시 사회발전에 부응하는 질 높은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교육 체제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학평가는 평가주체와 평가기능·평가대상의 차이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구분되지만 교육부 주도의 대학평가가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평가 종류는 △신설대학 합격평가 △학부 교육수준 평가 △대학원 학문분야 순위 평가 △우수대학 선발평가 등이 있는데, 이 평가들이 사실상 중국 대학평가 제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신설대학 합격평가는 신설 대학의 기본 여건과 교육의 질에 대한 국가적 인가제도이다. 합격표준은 크게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 두 부분으로 나뉘며, 합격한 대학은 교육부에서 명단을 공표하고 인증평가 합격 증서를 발급받는다. 불합격한 학교는 교육부에서 상황에 따라 일정기간 내 개선을 명령하거나 학생모집 금지 또는 대학운영 중단 등의 조치를 받는다.

학부교육수준평가는 대학의 전체 수준을 평가하는 ‘종합평가’와 사상정치교육·전공(학문분야)·교육과정 및 기타교육업무 등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단항평가’가 있다. 두 평가 중에서도 종합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평가는 4~5년마다 실시하며 평가결과는 우수·양호·합격·불합격 등 3가지로 구분한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대학은 개선보고서를 제출하고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부평가가 전체 순위를 매기지 않는 평가라면 ‘대학원 평가’는 학문분야별 순위를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원 평가는 전국의 대학원 교육과 학위수여의 질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며, 3년 주기로 실시한다. 평가기준은 △학술대오(교수·연구진) △과학연구 △인재배양 △학술평판도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되며, 정량적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우수대학 선정평가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는 중점 항목을 중심으로 대학 간 비교 평가를 통해 우수대학을 선정하는 평가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지원사업’ 평가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중국에서 대학평가는 국가의 고등교육 질 관리 체계의 중요 내용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중국 고등교육의 개혁과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의 대학평가는 대부분 정부(교육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독재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평가가 행정적 색채가 짙고 평가과정이 번잡해 대학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홍콩, 전문성 갖춘 전담기구서 평가 수행 = 중국의 대학평가가 교육부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홍콩은 전문성을 지닌 민간기관의 성격을 띤 HKCAA(Hong Kong Council for Academic Accreditation, 홍콩학술평심국)가 주관·평가한다.

홍콩의 대학교육은 지난 20여 년 동안 엄청난 양적 팽창을 이뤘다. 고등교육 인구가 1980년 교육연령층의 2%에 불과했지만 1995년 이후 침례대학, 이공대학, 사범대학 등의 정규대학 승격으로 대학생 비율이 18%로 급증했다. 이처럼 홍콩의 대학교육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고등교육의 질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대학교육에 대한 질적 보장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기조가 마련되고, 대학교육의 질적 보장 기구로 홍콩의 대학평가 주관기관인 HKCCA가 1990년 발족했다. HKCCA는 학사학위 수여기관과 준학위 수여기관 모두를 평가한다. 홍콩의 평가인증제는 종합평가(기관평가)와 학문분야별 프로그램평가로 구분된다.

홍콩의 대학평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외국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 홍콩의 자유롭고 경제활동의 활력이 넘치는 시장 환경에 영어권 국가들이 홍콩 학생들을 상대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했기 때문이다. 이에 홍콩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학문적 프로그램과 직업적 프로그램에 대한 등록과 평가인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관장하는 법령도 공표했다.  

홍콩 평가인정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각 평가대상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이를 토대로 인증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또 고등교육의 국제화에도 방점을 두고 있어 국제적 기준에 적합성 여부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교육 소비자와 사회의 참여를 중시한다는 기조를 엿볼 수 있다.

■ 대만 대학평가, 강력하지만 대학 자율성 존중 기반  = 대만의 고등교육 평가는 대학경영 전체를 평가하는 ‘대학종합평가’, ‘학문분야평가’, 그리고 특정항목의 산출결과를 통계화해 대학 간 우열을 비교하는 ‘업적평가’ 등 세 가지이다. 대만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평가 전담기구를 두고 대학평가를 실시한다. 대만은 평가만을 담당하는 ‘고등교육평가중심기금회’를 2005년 신설했다.

대만의 고등교육평가는 각 대학들의 특성화를 도모하면서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종합평가’는 양적 지표 외에 질적 지표를 반영, 대학별 특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학문의 특수성과 차이, 대학의 성격 등을 감안해 6대 학문조와 9개 대학류조를 편성, 평가해 동일계 학문분야와 대학별로 상호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정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평가결과는 비교적 우수, 비교적 미흡의 양 단계로 나누어 학교명단을 발표하되 평가점수나 순위 등은 발표하지 않는다.

인증제를 채택하고 있는 ‘학문분야평가’ 역시 학과의 특성을 감안해 획일적인 정량적 지표가 아닌 설립목적이나 평가항목에 근거해 목표나 달성 상황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는 평가방식을 이용한다. 평가항목 자체에 대한 비교는 하되 학교 간 혹은 학부 간 상호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평가결과는 인증제에 따라 통과, 관찰대기 및 미통과의 3종류로 구분한다. 미통과된 학과는 다음 해에 재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다시 미통과로 평가될 때는 다음 해에 학과 정원의 50%를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적평가는 실적이 우수한 대학을 지원해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대학의 실적과 산출물을 중시하고 평가 후 순위를 공개한다. 다만 대학 특성을 감안해 획일적 지표에 의한 평가가 아닌 평가 소항목은 대학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은 절대평가방식에 근거한 학과평가와 상대평가방식에 근거하고 있는 업적평가를 동시에 병행하고 있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고등교육 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령인구감소 비슷…‘닮은 듯 다른 한국과 대만’ 

대만은 우리나라와 역사 문화적 배경에서 유사점이 많다. 최근 들어 고등교육이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고등교육이 대중화되면서 원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 하지만 고교졸업생이 매년 줄고 있어 일부 후발대학은 입학정원 확보가 어려워지는 실정이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대만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의 영향과 지식사회의 도래로 대학 설립이 급격히 늘어났다. 

양국은 학령인구감소에 대비해 강력한 대학평가를 실시한다는 점도 닮아있다. 우리나라는 3년째 평가지표에 따른 평가순위 하위 15%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만 역시 ‘학문분야평가’를 강력히 실시해 질 낮은 대학을 도태시킴으로써 대학정원을 감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평가에서 미통과로 분류된 학과는 다음 해에 재평가를 받게 되는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또 다시 미통과로 평가될 때는 다음 해에 학과 정원의 50%를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양국이 학령인구감소로 대학 위기와 퇴출로 이어지는 강력한 대학평가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법에서는 차이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대학평가가 교육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대만은 과거 교육부가 주도하다가 전문성을 지닌 기구(고등교육평가중심기금회)에 위탁해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기구에서는 평가업무 수행은 물론 △평가지표 연구개발 △평가기제 기획 △평가요원 양성과정 집행 △평가인력풀 건립 △국제적인 평가자료 수집 △고등교육평가의 국제교류 등을 수행하면서 국가의 고등교육 전문평가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는 관리·감독 기능만을 수행한다.  .

양국은 평가지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획일적인 정량지표로 대학을 평가하지만 대만은 대학의 실정에 따라 정량적·정성적 지표를 대학 스스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정교하고 세분화된 평가지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영표 동신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학평가 지표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획일화되어 있다. 대학의 질적 발전을 유도하는 평가와 대학 퇴출을 위한 평가의 지표는 달라야한다”며 “질적 제고가 목적이라면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고 대학이 자율적인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질적 지표가 필요하며, 퇴출을 위한 지표 역시 대학의 실정을 반영할 수 있는 연구를 통해 만들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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